“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고용승계 보장하라”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자, 허남식 시장 선거준비사무소까지 5보 1배 행진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고용승계 보장하라”

8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촉구하기 위해 5보 1배에 나섰다.

23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광장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지하철매표 비정규 고용승계 쟁취 결의대회’를 가진 이들은 오전 11시 30분 경 부산시청에서 서면로터리 부근 허남식 부산시장 선거준비사무소까지 5보 1배를 시작했다.

이들 해고노동자들이 5보 1배를 나선 이유는 지난 해 9월 부산지하철 매표소 무인화로 인해 일터에서 쫓겨났기 때문. 현재 이들 해고노동자들은 ‘지하철로의 직접 고용승계’를 원하고 있다.

5보 1배에 참석한 사람은 30 여명 정도. 부산시청에서 서면까지 약 3km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북소리에 맞춰 5걸음에 1번씩 절을 해야 하는 이들 해고노동자가 서면로터리까지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3시간이 걸렸다. 고용승계를 염원하는 마음은 컸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5보 1배를 진행하는 동안 이들이 쉰 시간은 5분 정도의 휴식시간 2차례 뿐. ‘질서유지선’을 들고 동행하는 교통경찰들은 2차례나 교대했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절을 하며 행진했다. 이날 경찰측은 거리행진에 질서유지선과 교통경찰만을 배치했고 교통 통제를 하면서 평화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모습이었다.

5보 1배를 시작한지 1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한 여성 해고노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한 해고노동자가 잠시 쉬라고 얘기했지만, 이내 자리로 돌아갔다. 동료의 의지를 저버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5보 1배를 바라보는 부산시민의 시선은 무관심했다. 오히려 스피커 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한 시민이 시비를 걸어오거나 차가 막힌다고 자동차 경적을 울려댔다. 하지만 이들 5보 1배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들의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23일 오전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고용승계를 촉구하기 위한 5보 1배가 열리고 있는 모습

오후 2시 40분. 드디어 5보 1배 참가들이 서면로터리에 도착했다. 5보 1배를 마친 이대경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현장위원회 수석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동지들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이대경 수석은 3시간이 걸린 5보 1배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부산시청이 강력한 투쟁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지하철 비정규노동자 고용승계대책위’는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지난 15일부터 지금까지 부산시청, 부산교통공사와 3차례 교섭(면담)을 가졌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 그 이유는 시와 공사가 고용승계 대신 해고노동자들에게 알선한 취업자리가 시 산하 기관 7곳의 주차관리 또는 서무 업무 등 비정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이대경 수석은 “시와 공사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며 “우리는 이렇게 투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부려먹다 어느 날 갑자기 해고하는 현실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아래는 이날 5보 1배 현장의 사진들.

  5보 1배 참가자들의 모습. 부산시청에서 서면로터리까지 약 3km지만 5보 1배로 가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5보 1배를 하고 있는 한 참가자가 힘든지 한숨을 쉬고 있다

  시청에서 서면로터리까지의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5 분간의 휴식시간. 5보 1배 참가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5보 1배를 시작한지 2 시간이 지났을 무렵. 참가자들의 뒷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한 참가자가 힘에 부친 듯 잠시 쉬고 있다. 하지만 이내 대열로 돌아가 다시 5보 1배를 시작한다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현장위원회 이대경 수석. 그는 5보 1배가 끝난 뒤 “동지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