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위한 공청회 열어

“기존 특수교육진흥법으로는 장애인 교육문제 해결 못해”


28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지난 1년여 동안 장애인 당사자들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장애인교육지원법 초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현재 장애인교육문제, 특수교육진흥법으로는 해결 못해”

이번 법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한 김기룡 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은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장애를 진단하고, 처치만 하면 극복될 것이라는 기능주의적 관점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고, 당사자주의 배제와 형식적인 통합교육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하며 법안의 입법 추진 배경을 밝혔다.

또 김기룡 사무국장은 “현재 장애인의 교육 수혜율이 62.5%(교육인적자원부 추정, 장애인교육권연대 추정치는 25.4%)에 머물고 있고, 특수학급을 설치한 유치원이 전체 유치원 중 1%를 밑도는 등 교육지원환경 미비, 교육전달체계 미확립, 생애주기별 교육지원 부재 등 장애인교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며 “이 같은 현재의 장애인교육의 문제점을 특수교육진흥법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사무국장은 이에 따라 △부분통합이 아닌 완전 통합교육의 실현 △장애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 지원 보장 △장애인의 교육수혜율 100% 달성 △장애인 교육 주체의 완전한 참여 기회 보장 등을 이번 법안 제정의 주요 원칙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내적인 욕구가 발휘될 시점”

한편, 교육부와 특수교육학회 등에서 ‘특수교육의 개념을 왜곡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법안 명칭변경과 관련해 김기룡 사무국장은 “장애를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장애를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시대는 이제 서서히 뒷걸음치고 있다”며 “지금은 장애를 인권, 개성, 문화로 생각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정부와 특수교육계가 장애인의 교육의 틀과 내용을 규정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장애인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내적인 욕구가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시점에 와 있다“며 ”새롭게 제정될 장애인교육관련 법률이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실제로 보장해야 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장애인교육지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률 명칭을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예산 확보 문제없다“

김기룡 사무국장은 이어 △장애인교육지원대상자 개념 도입 및 관련 지원체계마련 △기존 장애인교육 관련 기구 확대 개편 및 새로운 기구 설치 △조기발견 체제 확립 및 진단·평가와 선정·배치 체계 재구축 △특수교육의 질 제고 △생애주기별 교육 지원 체계 확립 등을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주요 골자로 밝혔다.

김기룡 사무국장은 향후 보완되어야 할 사항으로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등 생애주기별 교육 관련 법률과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등 장애인 관련 법률의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예산확보 문제와 관련해 김기룡 사무국장은 “기획예산처 등에서는 ‘국민소득 1만 달러인 나라에서 이 정도의 법이 가능하겠냐’고 반발하지만,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되기 그 이전에 이미 장애인교육 관련 법률들을 정비했다”며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안되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장애인지원법에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에 장애학생지원센터·장애학생위원회 설치 의무화

이어 영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 등 4개 부문영역별 법안 주요 내용 발표에서 고등교육 부문 발제를 맡은 노금호 대구대학교 학생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99년부터 2002년까지 대학에 입학한 장애학생들의 휴학과 자퇴률 합이 무려 40%가 넘고 있다"며 "각 대학들이 비장애인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하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장애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금호 학생은 "장애인 고등교육이 현실화 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고등교육 영역에 아무런 법적 제도적 지원이 없다"며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이러한 모순된 장애인 교육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장애인대학생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속기사, 점역사, 수화통역사, 활동보조인 등으로 구성된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제43조)를 의무화했다. 이외에도 장애학생위원회 설치(제42조), 입학 전형 절차에서의 수험 편의 지원(제44조), 별도의 평가 절차 마련(제49조)을 규정하고 있다.

또 특별전형 대상을 정신지체, 정서장애, 자폐성장애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대학이 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교육지원대상자의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에 적합한 수험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노금호 학생은 "장애인교육지원법 고등교육 부분은 이전 특수교육진흥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이번 법안은 장애학생의 신체적 한계로 인해 교육의 장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의 장에서 장애학생들이 주체적이고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혜자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고 덧붙였다.

영유아 교육, 방문 순회 교육 지원

이어진 영유아부문 발표를 맡은 김치훈 부암어린이집 특수교사는 장애인교육지원기본법이 담고 있는 장애 영유아교육의 기본방향을 △조기발견·조기선정·조기교육의 체계 구축 △교육지원대상의 연령확대 △유치원과정의 의무교육화 △실효성 있는 교육지원 △통합교육의 활성화 △가족지원의 강화 △국가의 책무성 담보 등으로 밝혔다.

특히 영아기 아동의 교육지원과 관련해 김치훈 특수교사는 영아기 교육지원대상자의 연령상의 특수성으로 인해 교육기관 지정·배치를 통한 교육지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영아기 아동의 교육지원에 대해 기본적으로 전문인력이 해당 교육지원대상자가 있는 가정이나 혹은 다른 시설을 순회하여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 치료적 지원의 필요성이 큰 영아기 교육지원대상자의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해 치료교육과 장애인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교육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교육지원센터가 자체적으로 충분한 교육지원을 제공하기 어려울 때를 고려해 외부 전문 인력의 지원도 가능하도록 장애인교육지원법은 규정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일반학교에 몰아넣는 것을 통합교육이라 불러왔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초중등부문을 설명한 도경만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장애인교육지원법을 만드는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초중등 부문이었다”며 “기존 특수교육진흥법이 초중등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교육의 질 제고와 관련된 ‘통합교육’을 강조하며 “기존 특수진흥법에서 통합교육은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교육하거나, 특수교육기관의 재학생을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에 일시적으로 참여시켜 교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이러한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장애학생들을 물리적으로만 일반학교에 몰아넣는 것을 통합교육이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교육지원법은 통합교육을 ‘교육방법임과 동시에 교육의 권리로서 교육지원대상자가 장애의 정도나 유형을 이유로 분리되거나 배제됨이 없이 적합한 교육을 일반교육기관에서 또래와 함께 받는 것’으로 재정의 하고 있다. 또 장애인교육지원법은 특수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통합학급에 대한 지원 강화 △특수교육교사 확대 배치 △치료교육교사 확대 배치 △직업교육교사 확대 배치 △교육과정 운영의 변화 유도 △순회교육 내실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 “특수교육진흥법 폐기 신중한 검토 필요”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은주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연구관은 이번 장애인교육지원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안 명칭과 관련해 “이미 오랫동안 복지 차원에서의 장애인과 교육적 측면에서의 장애인은 분명히 다르게 정의되어 왔다”며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법 명칭을 가지고 제정하는 것이 더 적절한지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김은주 연구관은 ‘사회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거나 특수교육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통합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장애인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특수교육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혹은 법의 혜택을 받는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교육권연대는 다음 달 최종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4월 중에 의원 입법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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