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박氏, 울분에 망치를 집어던지다

[인터뷰] 대구경북 건설노동자 박호현 씨의 벼랑 끝 삶

노동자 박호현, 그는 건설노동자다. 건설노동자는 노동자라 불리기보다 노가다, 막노동꾼, 개잡부라 불린다. “죽도록 일을 하고, 하루 일당을 받아 겨우 하루를 이어간다”는 박호현 씨는 현실에서 ‘노동자 박호현’으로 불려도 바뀌지 않는 ‘노가다 박 씨’를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망치와 톱을 집어던지고 파업을 선택했다.

  건설노동자 박호현

노가다? 노동자? 현실은 그대로

전 날 철근공으로 서른 해를 일하며 시를 써온 노동자 시인 김해화를 만나 밤새워 술을 마셨다. “사진기도 노트북도 버려부럿다”며 가족과 떠나 목포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갈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이었다.


하루종일 철근 메고 쳐진 어깨
기울이고
해지는 쪽으로 한 사람
긴 그림자 끌고 간다

캄캄한 밤이 기다리고 있는 마을
돌아가서
또 짊어져야 할 짐

애비노릇
사내노릇

김해화의 ‘사랑1’ [시집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실천문학사, 2000)에서]


“대구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서울에 왔는데, 꼭 좀 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민주노총으로 갔다. 안전모를 쓰고 꿋꿋하게 앉아있는 박호현 씨의 구릿빛 살갗이 눈에 강하게 박힌다.

“대구에서 건설노동자가 일주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데, 2000명의 노동자가 공사장을 멈추고 파업을 하고 있는데, 언론에 실어주지를 않는 기라. 철저히 무시하는 기라”

공사현장 멈췄다

대구경북지역의 건설노동자 2천명이 지난 6월 1일 연장을 버리고 파업에 들어갔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건설노동자에게 파업은 생명을 바치는 행동과 같다. 그만큼 건설노동자의 삶이 벼랑으로 몰렸다.

“우리도 몰랐는 기라. 5월 21일에 결의대회를 할 때도. 하루 벌어 사는 건설노동자가 파업을 할 줄은. 6월 1일 공사현장들이 멈춘 거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처지라 파업이 쉽지 않거든. 하루하루 지나며 파업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있어. 우리가 왜 파업하는지는 파업이 확산되는 것만 봐도 이유가 충분하지.”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IMF 때 떨어진 일당은 오르기는커녕 제자리에 맴돌고만 있다. 그나마 일자리도 이주노동자에게 밀려나고 있다.

“니들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주노동자 쓰면 된다”며 건설노동자에게 노예의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수모를 당하는 건설노동자

“건설현장에서 잔뼈를 굳혀왔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야하는데….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그가 처음 건설노동자가 된 것은 1972년이다. 올해 나이 쉰다섯. 그의 청, 장년이 고스란히 건설현장에 담겨져 있다. 아들과 딸이 있다. 둘 다 대학생이다.

“등록금은 대출 받아 어찌 만들었다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공부 뒷바라지는 꿈도 못 꾸는 기라. 지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다닌다 아이가. 이것해서 애비노릇 하기는 물 건너 간 기라.”

건설노동자에게는 공휴일이 없다. 비가 오면 ‘공친 날’만 있을 뿐이다. 목수인 박호현 씨는 기능공이라 일당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하루 10만원. 공치는 날만 없으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건설노동자에게 공치는 날은 자신들의 생각과 무관하다.

“한 해에 일곱 달 벌어 한 해를 먹고 살아야 하는 기라. 일당이 십만 원이라 캐도 한 달 평균 하면 백오십만 원 이라. 네 식구 먹고 살기도 빡센 기라.”

먹고 좀 살자

이 현장 끝나면 또 다른 현장 찾아 떠나야 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간다. 일요일 쉬는 것은 생각도 않는다. 안정된 일자리는 건설노동자에게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은 단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가 근무시간이다. 기본일당에 포함된 잔업시간을 따지면 일당은 십만 원에서 더 내려간다. 6시에 정확하게 일을 끝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이 남아있으면 자연히 근무시간이 늘어난다.

건설노동자의 요구를 들어보자.

“물가는 뛰는데 일당은 10년 전이랑 똑같은 기라. 1년에 200일 이상 일하기 힘든 우리에게 일당 10만원은 겉보기만 많아 보이지 실제 수입은 입에 풀칠하기에 빠듯한 거 아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적정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거지.”

건설현장의 안전도 지적한다. “말만 선안전 후시공 이라. 한 해에 800명이 공사현장에서 죽어가고, 2만 명이 재해로 다치는 거라. 목에 풀칠할끼라고 목숨 바치는 거라. 다쳐도 산재는 꺼내지도 못하고 잘하면 공상처리를 해주지. 건설업체는 발을 빼고 산재의 책임을 인력 동원하는 십장(시공참여자)에게 돌리는 기라.”

“또 쓰메끼리라는 게 있어. 제 때 일당을 주는 게 아니라 한두달 월급을 유보하는 거지. 일용직한테 쓰메끼리는 고통을 갑절로 씌우는 제도라. 당연히 없애야지. 이 쓰메끼리 때문에 부도가 나든지, 십장이 돈 들고튀면 받을 길이 없는 기라. 건설노동자 치고 일당 제대로 받은 사람은 없을 기라. 다른 현장에 일이 있어도 쓰메끼리 때문에 이 돈 받으러 다니느라 공치는 날도 많아.”

쓰메끼리 없애라

안전한 일터에서 일한 만큼의 대우를 안정적으로 받고 싶다는 게 건설노동자의 요구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언론은 모르쇠로 이들의 목소리를 감추고 있다. 대구경찰청장은 건설노동자의 파업을 고발하라는 전단을 현장소장에게 뿌리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은 교섭장소 사용요청마저 거절하고, 오히려 노조에게 불법이라고 겁을 준다고 한다.


“답답하고, 속이 터져 서울로 올라온 거 아이가. 사용자와 관이 똘똘 뭉쳐 우리의 요구를 짓밟고 있으니. 우째튼 물러서지 않을 기라. 장마철이 다가오면 또 일을 못하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할 때지만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기라. 노가다도 노동자라는 걸 똑 부러지게 보여 줄 끼다.”

똑 부러지게 싸운다

다시 안전모를 챙기고 대구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돌아오는 주말에 대구경북 건설노동자가 큰 집회를 열거니, 꼭 관심을 가져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을 한다. 6월 10일 늦은 4시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총파업 승리 투쟁 결의대회”가 열린다.


너희들은 우리들의 가슴에다 못을 박는구나
날카로운 대못을 골라
칵- 숨이 막히도록 쾅 쾅 쾅
망치를 휘둘러 못을 박는구나
주먹을 불끈 쥐며 앞장서서
총무를 때려잡아야 한다던 손
밀린 노임을 받기 전엔
결코 못 하나도 박을 수 없다던 손
우리들과 다름없는 굳은 살 박힌 그 손으로
아직 눈물도 마르지 않은 그리움을
빼앗길 수 없는 사랑을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못질해 버리는구나
꿈틀거리며 일어서던 노동의 양심을
우리들 손때 묻은 망치로
열심히 대못을 박아 쓰러뜨리는구나
가면도 쓰지 않았던 너희들
뜨거운 피, 설움도 많았던 너희들
앞장 서 분노하고 앞장 서 일어서던 너희들
주먹이 단단하고 목소리가 우렁차던 너희들

너희들을 우리는 안다
살며시 불려나가
거짓 눈물을 앞세운 총무의 맥주 몇 잔에
가난한 가슴을 적시고
사슬을 철렁거리는
가시돋힌 법규 몇 조 몇 항에 주눅이 들어
우리들의 싸움을 등 뒤에서 허물어야 하는
너희들 노동의 고뇌를
너희들과 더불어 가슴이 가난하고
순하게만 살아온 우리들은 안다

쓰러져버린 우리들 해방의 꿈
찢긴 살점 한 점, 핏줄 한 올까지 찾아내어
단단하게 못질을 하면서도
너희들의 손은 지금 떨리고 있다
총무의 교활한 웃음 앞에서는
일당에 추가로 지급될 수당을 헤아리지만
해방의 맥박 몇을 소중하게 숨기고 있는
너희들 중의 몇 사람
가슴 아픈 속도 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쓰러져도
끝내 일어설 것이다
우리들과 더불어 너희들도
끝내 일어서고 말 것이다

김해화의 ‘인부수첩 24’ [시집 “인부수첩 (실천문학사, 1986)”에서]


‘노가다 박 씨’를 만나고 돌아온 길, 스무 해 전 누렇게 바랜 건설노동자 시인의 시집을 펼쳤다. 낡은 시집의 활자가 2006년 파닥파닥 뛰어나온다. 전화가 울린다.

“나, 박호현이요. 요 말 좀 해 주이소. 사람답게 살고 싶다. 정당한 직업인으로 대접받고 싶다.”

툭 끊는다. 경상도의 무뚝뚝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무뚝뚝함에 담긴 경상도식 사랑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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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하나?

    비정규직 하루일당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빠듯해서
    배부르게 저런것도 못한다.
    원래 노가다 생활 많이 해서 다 힘든거 아는데
    저 사람들은 하루일당이 최소 7만원이상이다.
    보통 10만원 이상 받는데
    저 사람들도 자기들밖에 몰라서 용역에서 오는 사람들같은
    하루 5만원겨우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공사판에 가면 용역직원들 얼마나 무시하고 깔보는데...
    노가다 14년째 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보며 정말 인간적으로 욕나오고
    이런 기사 올리는 이곳도 참 그렇다.
    진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도 못받는 제일 밑바닥 노가다쟁이들도 같이 임금올려달라고 하면서
    저러면 내가 이러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기들만 잘먹고 잘 살겠다 이거아닌가?

  • 윗분..

    어쩌자는 거죠?
    이기적인 소리니깐, 잠자코 일이나 하라고요?
    .......................

    그냥 묵묵히 일이나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답답한 소리...
    장난하쇼?

  • 단체행동

    예를 들면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조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다.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도 하고 약간은 남의 문제라는 생각도 있을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끼리 모여서 단체 행동을 해야되는데 비정규직이 뭉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정규직 자신들이 주축이 되야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누가 총대매고 싸우려 할까. 다치고 구속되고 하느니 정규직 자리에 가려고 노력하는게 안전하니까 쉽지는 않지만.
    만약 한미FTA를 막지 못한다면 자본, 국가, 정규직노조 이런 서열로 한국의 지배계층이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닐까.

  • 욕나온다

    정말힘들고어려운사람들은 이런것보고 답글달려고하지도않는다.돈있는놈 기득권자들이 이야기하는 너보다못한사람들.그들에비하면 너는 좋은것아니냐하는말....그렇다면 이들보다많이가진자들은 그만욕심내고 베풀어야하느것아닌가??이런계시판보고 이런댓글다는 쓰레기들을보면 이런말이생각난다.지구를 떠나거라.

  • 분통이터진다

    그러니까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아닌가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넘쳐나는 노동력 때문에 고용자들은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싼값에 외국인 쓰면되니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임금이 오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동력이 귀하면 자연히 사람대우해주고 임금오르게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노동자(특히중소기업이나 건설현장노동자)들은 노동력의 희소가치가 조금씩 오르려하던 시점에서 외국인들이 밀려오는 바람에 그혜택을 조금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 삶의 질이 더 나빠지고 고용불안이나 재취업의 기회 감소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언론이나 방송들은 누구도 이문제를 말하지 않고 아직까지 불쌍한 외국인노동자 기사만 넘친다. 대한민국 사람이 다 능력있고 잘난 사람만 있습니까 저렇게 분통이 터져도 죽지못해 일하는 우리노동자들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외국인들은 결국 경쟁자가 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뉴스참에서도 외국인노동자에게 호의적인 기사만 게재했는데 보십시오 현실은 저렇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노동자들과 외국인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될수 밖에 없는 부분도 짚어주었으면 합니다.

  • 시민

    난 가게 하는데 나도 파업하고 싶다
    쨔증 지대로 나는데 빨간 띠 메고 우리집 근처에 오지마
    옥상에서 돌멩이 날라가는 수 있어
    재수업어 증말

  • 맞어

    우리노동자부터 살려야합니다.
    외국 어디든지 불법은 내보내야합니다.
    법대로 해야죠.
    자기 나라 노동자는 다 죽이고 남의 나라
    그것도 불법노동자한테는 그렇게 깍듯이니 미친 나라죠

  • 불법시위는

    우리 전경들부터 살려야합니다.
    외국 어디든지 불법은 내보내야합니다.
    법대로 해야죠.
    자기 나라 전경들은 다 죽이고 남의 나라
    그것도 불법시위한테는 그렇게 깍듯이니 미친 나라죠.

    비정규직..너무 비하하지 말아 주십시오..
    힘도 없습니다..
    위에 댓글들 보고 너무 화나서 한마디 적습니다..

  • 나도죽고 검경찰들 다 직이고싶다

    하루벌어하루먹고산다되지도않는글올린놈들아너희들이노동자의고충을얼마나알어십쌔끼들아들뻘되는경찰놈들아버지뻘대는노동자에게방망이휘두는는게눈깔이크게뜨고봐라 더러운세상에 더러운놈들만있어 씨발~~

  • 쾌도난타

    의사는 인술을 베풀어 소중하고, 교사는 참된 가르침을 주시고 , 노동자는 ,,건설 노동자는 우리가 사는 집을 짓고 도로를 열고 학교를 짓기에 소중한 피와 땀을 흘립니다. 모두가 흘리는 소중한 땀방울은 대접 받고 존경 받아야 하는것이 참세상으로 가는 길 입니다///

  • 아이구.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의 처우에만 관심을 두고,
    한국 국적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를 한국노동자가 우선이니 내보내란다. 이런식으로 어떻게 자본의 횡포를 막아낸단말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노동자 사의 국경을 나누는 것 그것은 바로 자본의 전략이다. 그런데 그것에 놀아나는 꼴이니...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진정으로 연대할때, 한국 국적을 가진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진정으로 연대할때 자본의 횡포를 이겨낼수 있을것이다.

  • 정택경

    저도일용잡부입니다
    목수하시는분들기타분들이파업에나섯다고하는데우리도우리도도와줘야죠
    같은배를탄노가다아닙니까
    경제가너무어렵군요저희도한달에15일일하기힘듭니다
    일당은5-6만선이고요
    경비빼면한달5십정도됩니다이돈가지고도살려고하니정말힘들군요
    어쩌다술한잔마시게되면더어렵씁니다
    임금은좀더올라야됩니다가족없이혼자인저도살기힘든데5인가족정도된다면어떨런지
    상상이됩니다
    정부에서도좀신경을써주시면좋겟는데
    아뭏튼어려운사람끼리도우며삽시다
    뭉치면살고흩어지면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