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1의 심장병원에 가면 심장이 저며 온다

[장투야! 끝장내자!!](2) - 배고픈 감각마저 잃은 세종병원 조합원

[장투야! 끝장내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장기투쟁사업장을 위한 응원 기획이다. 장투사업장들은 7월4일부터 최대한 힘을 모아 투쟁을 한다고 한다. 장기투쟁사업장에 참세상이 쫓아간다. - 편집자 주

  배고픔도 감각이 없다

배가 고프냐고 묻자, 먹는 것에 대한 감각을 잃었다고 말한다. 단식 18일째. 세종병원을 6월 29일 오전에 찾아갔다.

파업 162일째. 왜 파업을 하느냐? 무엇이 쟁점이냐?
  김상현 세종병원 지부장
단식에 핼쑥해진 그는 씩 웃는다. “쟁점이요? 없어요. 노동조합을 깨려고 달려드는데 무슨 쟁점이 있겠어요. 때리니까 맞고, 맞으면서 때리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김상현 세종병원 지부장의 목소리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세종병원의 파업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였다. 병원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 통보에서 시작됐다. 노조전임자 축소 및 조합교육시간 축소를 비롯하여 보건수당 폐지, 시간외수당 축소 등 노조활동과 근로조건을 후퇴 시키는 내용을 병원 측은 제시하였다. 단체협약 갱신 시기가 되자 불성실한 교섭으로 시간을 끌다 무단협 상태로 만들었다.

배고픔 감각도 없다

“병원 측은 시간을 끌대로 끌어 조합원이 지쳐 쓰러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태의 마무리가 아니라 노조 무력화가 목적이니까요.”

  앉아 있기도 힘이 들어요
지난 5월 말에 노동부 중재로 교섭을 했어요. 2주간 집중교섭을 잡았는데, 딱 2차례 했어요. “교섭 중간에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요. 교섭 자리에서는 조합원 해고 운운만 하고. 전혀 의지가 없어요.”

노조 없애기가 목적인데, 교섭을 통한 합의를 이끌 리가 없다고 노동조합은 판단하고 있다. 병원 측이 용역경호원을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한 것이 여론화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교섭을 선택했다고 한다. 노동조합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이. 여기에 병원 측 교섭대표인 김동기 본부장이 자리 잡고 있다.

무성의한 교섭

“김동기 본부장이 교섭대표로 나오는 것 자체가 교섭을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교섭을 깨겠다는 의지가 강한 거예요. 김동기 본부장은 병원 출신이 아니예요. 병원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과 어찌 병원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울산의 태광, 중부가스 노동조합 깨는데 앞장섰던 노조파괴전문가가 바로 김동기 아닙니까?”

노조와 대화가 잘되면 노조파괴전문가인 김동기 본부장의 입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병원 내 노사문제가 원만하면 자신의 설 자리가 없으니, 폭력을 유발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겁니다.”

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은 2003년 김동기 본부장을 영입했다. 세종병원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고 노동조합은 단정한다. 조합원의 탈퇴 종용을 직접 나서서 지휘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부서장에게 인사상의 압박을 가해 자신의 부서에 있는 조합원을 탈퇴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김동기 본부장이 들어서고 합법적인 조합 활동마저 어렵게 됐다고 주장한다.

노사문제, 전문가를 고용하세요

  무조건 노조 죽이기에 맞서는 싸움. 지부장의 마음은 무겁다.
“탄압의 클라이맥스가 무단협을 이끈 겁니다. 김동기 본부장은 세종병원 노조를 깨서 노조파괴전문가의 제1인자 자리를 굳혀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박 이사장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믿습니다. 이사장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죠.”

이야기 내용은 듣고 있는 사람마저 흥분되게 하는 데, 정작 말하는 당사자는 무덤덤하기만 하다. “오늘 아침에도 맞았어요”라고 한다. 그 말도 평상의 마음을 유지하며 이야기 한다. “언제요? 다쳤어요?”

아침 8시 15분 단식농성자들만 현관에 있는데, 조합에서 걸어둔 펼침막을 훔쳐가더란다. 18일 단식에 기운이 빠질 때로 빠진 조합원이 달려가 항의를 했는데,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다.

펼침막 도둑질

“조합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일상화 되었으면, 또 한 번 소나기가 왔구나하게 느껴요. 무서운 거죠. 손가락을 이빨로 물어뜯어 1.5cm가 찢어지고, 단식자를 내팽개치고, 다리를 짓밟고. 어유, 말하면 뭐해요. 경찰이 왔지만….”

  개판, 6월29일 용역은 이빨로 조합원의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아침에 용역에 몸살을 앓은 단식농성 조합원이 현관 앞에 넋을 놓고 있다. 창백한 얼굴에 몸을 일으킬 기력조차도 없어 보인다. 질문을 던지 것조차 죄가 될 것 같다. 적게는 5킬로에서 8킬로까지 몸무게가 줄었다고 한다.

“이제 일어나기도 싫고, 배고픔도 잊었고.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사장이 출근을 하며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갈 때, 과연 사람일까라는 의문 같은 것. 이사장이 의사 출신이잖아요. 진짜 의사일까?”

의사의 정체

병원은 아픈 사람을 살리는 곳일까? 죽이는 곳일까? 병원마저 돈이 우선되고, 사람보다는 돈을 우선시한다면. 병원에서 폭력을 일삼는다면. 심장이 콱 무너지는 느낌이다. 심장병원을 가야겠다.

국내최고의 심장, 혈관 전문병원. 심장병 수술 성공률 전국1위 병원. 급성 심근경색 사망률 낮은 병원. 20여 년 간 한우물만 판 대표적인 심장병원. 부천 세종병원.

그 곳에 취재를 가면 심장이 저며 온다.
덧붙이는 말

기사를 쓰는 동안 세종병원은 7월 4일로 단식 23일, 파업 167일을 맞이한다. 7월4일 오후 7시에는 '세종병원노조탄압분쇄투쟁결의대회'가 세종병원에서 열린다.

태그

세종병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오도엽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