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누구를 위해 팔리나”

'에이즈예방법대응공동행동' 1차 거리캠페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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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감염인들도 삶의 존엄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사라진 권리를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에이즈예방입니다”

30일 신촌에서는 ‘약은 누구를 위해 팔리나’라는 제목의 거리 캠페인이 열렸다. 이날 캠페인은 지난 달 발족한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준비한 첫 활동으로, 앞으로 이들은 11월까지 매월 한차례씩 감염인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거리캠페인을 벌인다.


한쪽에서는 가판을 설치하고 지나는 시민들에게 감염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에이즈예방법의 실상을 알리는 선전전이 한창이었다. 또 이날 공동행동 회원들은 제약회사들의 횡포로 약을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HIV/AIDS 환자들의 현실을 그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있어도 먹을 수 없는 약을 치료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감염인 당사자들을 비롯해 이날 캠페인 참가자들은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이즈예방법이 감시와 통제에 기반하고 있어 감염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질병 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도 달성키 힘든 실효성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와 함께 이윤만을 추구하는 제약자본의 횡포로 인해 감염인들의 의약품 접근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HIV 감염인 약 4천만 명 중 개도국에서 6백만 명에게 에이즈 치료제가 필요하지만, 44만 명만이 치료를 받습니다. 화이자, 로슈, BMS 같은 거대 제약회사가 특허로 인한 독점권을 이용해서 에이즈 환자가 사먹을 수 없는 비싼 가격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팔고 있기 때문이죠. 약이 있어도 환자가 먹을 수 없다는 그것을 치료제로 볼 수 있을까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27종의 HIV/AIDS 관련 의약품들이 개발되어 있으나,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에 개발된 대부분의 의약품들이 시판되고 있지 않다. 제약자본 입장에서는 시장성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수가 적다보니 한국은 제약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국내 HIV감염인들 중 당장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6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의약품이 유통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약이 수입된다손 치더라도 약값이 비싸게 책정되거나, 제약회사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시판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례로 거대 제약회사인 로슈사는 자사에서 생산한 에이즈 치료제 '후지온'을 1바이엘 당 4만3천원을 국내 판매가격으로 요구했으나, 한국정부가 약가를 2만5천원으로 책정하자 이에 반발해 현재 시판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캠페인 참가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에이즈 예방은 에이즈를 덧칠하고 있는 온갖 편견들을 깨뜨리고, 환자라면 누구나가 값싼 의약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캠페인을 시작으로 8월에는 직장에서의 감염인 차별 문제를 중심으로 거리캠페인을 진행하고, 9월에는 캠페인과 함께 감염인 인권실태 증언대회 및 ‘에이즈예방및감염인인권보장에관한법률’(가칭)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