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초국적제약자본은 떠나라

[캐나다국제에이즈회의](2) - 8월 15일


칼레트레, 죽음을 부르는 가격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면서 에이즈를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답시고 당당하게(?) 부스를 차리고 참여한 이들이 있다. 바로 에이즈치료제를 만드는 주요 초국적제약회사인데 자신의 치료제를 홍보하기위한 부스를 차려놓았다.

15일 오전에 한국, 프랑스, 미국, 인도, 일본, 태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활동가들은 '애보트, 너의 약속처럼 너의 부스가 텅 비어있다(Abbott booth is empty just like your promise)'라고 적힌 커다란 플랜카드를 초국적제약회사들의 부스가 있는 전시장 한쪽에 매달았다. 이 배너는 애보트의 로고인 '생명을 위한 약속(Abbott, A Promise for Life)'을 풍자한 것이다.

애보트는 에이즈치료제 ‘노비르’와 ‘칼레트라’를 판매하는 제약회사이다. 노비르(성분: 로피나비어)와 A 에이즈치료제를 같이 복용하면 A의 효과가 더욱 증대된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라는 두 가지 성분을 혼합한 에이즈치료제이다. 애보트는 다른 제약회사의 에이즈치료제와 ‘노비르’를 함께 복용하는 것을 막고 ‘칼레트라’의 시장을 확대하기위해 미국에서 ‘노비르’의 가격을 500%인상한 바 있다.

문제는 2차 에이즈치료에 중요한 약인 ‘칼레트라’의 가격은 환자들이 사먹을 수 없을 정도이고 게다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과 리토나비어가 열에 약한 형태인 겔로 만들어져서 냉장보관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에이즈환자와 의사는 열에 안정된 형태로 만들 것과 약값을 인하할 것을 요구해왔다. 2004년 방콕에서 있었던 15차 국제에이즈회의에서 애보트는 열에 안정된 형태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그래서 애보트는 열에 안정된 알약형태의 ‘알루비아’를 출시했고, 8월 13일에 '개발도상국에서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위해 새로운 시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저소득국가와 중진국에서 연간 환자 당 알루비아의 가격을 2200달러로, 아프리카와 최빈국에서는 연간 환자 당 500달러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애보트의 약속은 텅빈 그들의 부스처럼 공허하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지역의 환자에게 연간 500달러는 죽음을 부르는 가격이다.

권력해방을 위한 에이즈연대ACT UP, 한국HIV/AIDS공동행동Korea HIV/AIDS Wide Action등의 단체들은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의 복제약을 만들 수 있게 할 것 △가격을 인하할 것 △모든 개발도상국에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력해방을 위한 에이즈연대ACT UP 파리의 한 활동가가 '애보트, 너는 어디있니? 이윤을 찾아 떠났니?'라고 개사한 노래를 부르자 활동가들이 함께 부르면서 애보트를 풍자했다. 미국에서 온 학생국제에이즈캠페인Student Global AIDS Campaign 소속의 매튜는 “애보트의 탐욕이 환자를 죽게 만들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학생들은 지난 6개월간 칼레트라를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반면 애보트는 같은 날 저녁 6시에 '난관을 넘어(Overcoming Challenge)'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활동가들은 이 심포지엄의 제목을 '애보트 패배시키기(Overcoming Abbott)'로 만들자며 애보트가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단상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을 했는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는 것인지, 약값을 인하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왜 또 항의를 하는지 몰라서 그런지 애보트 측과 청중들은 조용히 단상을 바라보았다. 윤한기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 대표가 애보트 광고판에 스프레이 락카를 뿌리며 항의하자 애보트 측이 끌어내기도 했다.

초국적제약자본은 인도를 떠나라!

오후 3시 45분에 인도활동가를 비롯하여 각국의 활동가들이 제약회사 부스가 있는 전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거대제약사는 인도를 떠나라’, ‘당장 인도를 치료하라’, ‘이윤보다 생명이다’를 외치면서 노바티스, 길리어드, 로슈, 애보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의 초국적제약자본이 환자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고 규탄했다. 인도는 WTO에 가입을 하면서 2005년에 물질특허제도 도입을 비롯하여 특허법을 개정했다. 게다가 미국과 초국적제약회사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WTO TRIPS)보다 더 강력하게 특허권을 보장하도록 인도특허법을 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2005년 이전까지 물질특허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인도의 제약회사는 에이즈치료제를 비롯한 많은 복제약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해왔다. 따라서 인도의 복제약 생산능력은 인도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인도활동가들은 “오늘 인도의 독립을 공표한다”며 “우리는 거대제약사와 그들의 대변자인 서방정부들에 의해 식민지의 나날을 보내는 전 세계의 민중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값싼 약을 공급함으로써 스스로 생명을 구해왔다. 인도는 현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을 따르는 국가이다. 즉 민중의 인권과 생명보다 외국인 투자를 더욱 중요시하고 민간 회사의 편을 드는 국가이다. 독립 60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주권을 창출해야 한다. 우리는 에이즈 때문이 아니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제약사의 탐욕에 의해 죽어간 이들에 대한 정의를 요구한다. 제약사는 즉시 인도에서 모든 특허신청을 취소하고, 인도정부는 모든이에게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도록 국제적 책임을 질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제약회사 부스를 지나 미디어센터와 주요행사장을 거쳐 시위대는 국제에이즈회의장 밖까지 행진을 한 후 시위를 마쳤다.

전 세계 에이즈환자의 연대로 FTA저지하자

태국활동가들은 15일 저녁 6시 30분에 글로벌빌리지에서 미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2004년부터 태미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기위한 태국민중의 투쟁을 영상으로 보았다. 태국어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삼보일배, 전경과의 마찰, 6차협상장소였던 쉐라톤호텔로 진입하기위해 핑강을 건너는 모습들은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패널들은 자유무역협정이 세계무역기구 지적재산권협정과 어떻게 다른지,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김진섭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대표가 한미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까지의 상황과 초국적제약자본이 한국에서 저질렀던 대표적인 만행에 대해 소개를 하고, 전 세계 에이즈환자들의 연대를 통해 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자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말

권미란 님은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 회원으로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