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부검 소견, ‘가해자’인 경찰에 유리하게 악용

민노당 국과수 방문 결과, '현장 검증 없는 것은 무책임'

고 하중근 노동자 사망과 관련, 수일이 지나도록 정부 및 경찰 측이 이렇다 할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10시 민주노동당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를 방문, 고 하중근씨 사망관련 부검 소견에 대해 국과수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직접 청취했다.

민주노동당은 약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방문을 통해, △국과수가 서둘러 부검을 진행했음에도 유가족 및 여러 단체의 부검 결과 공개요청에 아직도 응하지 않고 있는 점 △당시 진압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현장검증 없이 시신만 부검한 점 △국과수의 부검 소견이 경찰의 폭력진압을 축소 왜곡하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이에 국과수가 '무책임 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면담에서 오간 의원들과 국과수 측의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전문적인 법의학 소신을 가지고 그 어떤 권력과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국과수 측의 답변이 '무책임'일변도 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 실에서 면담결과를 발표한 이영순 민노당 공보부대표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국과수 측에 크게 두 가지 사항을 질문했다.

첫째로 (국과수가) 부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고, 지금이라도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경북지방청이 발표한 '하중근씨 사망원인'과 관련,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움직이는 머리가 고정된 물체에 부딪힐 경우)에 의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진의 여부에 대해 국과수의 견해를 물었다.

첫번째 질문인 부검 결과 공개와 관련, 국과수는 “원래 수사 중인 사안은 발표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부검 결과를 내규에 따라 수사기관에 넘긴 것”이라고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고 전용철 농민 사망 부검 결과는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판단이었는데, (오히려)발표 결과 혼란의 소지를 줬다고 생각 한다”는 말을 덧붙여, 국과수가 결과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회적으로 속내를 표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부검결과 발표는 국과수가 스스로 판단하면 할 수 있는 문제인데, 오히려 국과수가 부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과수는 다시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수사기관과 상의해 자료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이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과수가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경찰에 자료공개 협조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하고, 국과수가 "법의학 소신을 가지고 권력과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역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질문사항인 하중근 씨의 직접적인 사인에 대해서, 국과수는 “대측손상(반대측손상)은 전도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과수는 “직하부의 두개골 골절은 단순히 넘어져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만은 어려워 현장 제반사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경찰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민노당 의원들은 "국과수 발표가 ‘전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은 시위도중 넘어져 머리를 부딪쳐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과 집회참석자 상호간 과실 등에 대해 사실상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 "대측손상은 ‘전도’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전도’가 아닌 경우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과수 측은 또다시 “여러 가지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수사해봐야 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반복했다.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이날 면담 결과를 놓고 "이번 사건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 전용철 농민 사망과 너무 비슷하게 닮아있다"며 "전용철 농민이 사망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또다시 경찰의 과잉폭력으로 하중근 노동자가 사망했고, 임산부가 유산했다"고 말했다.

이영순 부대표는 이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 등과 연대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면담에는 단병호 민노당 의원과, 노회찬, 이영순 의원이 참석하고, 국과수 측 이원태 소장과 부검 과정을 총괄한 서중석 법의학 부장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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