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인터뷰] 한국정부 노동자 탄압 직접 조사 나선 국제노동계조사단

한국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에 분노해 국제 노동계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국제자유노련(ICFTU), OECD-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국제산별연맹(GUFs)가 주체로 한국정부의 노동탄압 상황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국제노동계조사단’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공무원노조, 대구지역건설노조, 금속노조 기륭분회,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등 장기간 동안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직접 만났다.

또한 노동부 등 한국정부를 직접 만나 ILO가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권고사항에 대한 빠른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직접 조사에 나선 국제노동계조사단은 28일,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는 WTO에 대해서는 잘 복종하면서 ILO는 무시한다”고 한국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국제노동계조사단은 공무원노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참세상 자료사진

‘참세상’은 국제노동계조사단의 활동 목적과 이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조사단과 만났다. 이 날 인터뷰에는 발란 나이르(Balan Nair)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아태지역 사무총장, 카츄히코 사토(Katsuhiko Sato) 국제공공노련(PSI) 아태지역 사무총장, 칼리드 아탄(Khalid Atan) 국제건설목공노련 부위원장, 토르 오이겐 크발하임(Tore Eugen Kvalheim) 북유럽공무원노조협의회 의장 등이 함께 했다. 빡빡한 일정에 늦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지만 이들은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답해주었다.

이들은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의 상황을 보고 한 목소리로 “한국의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건설노동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탄압에 대해 “한국정부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포항사태에 대해 “국제적으로 모든 것은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하중근 열사의 죽음에 대해 “비극이다”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조사단을 구성해 반드시 죽음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노조를 없애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정부는 반드시 마인드를 바꿔야 하며, 변화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 노동자들의 싸움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은 존경스러운 싸움이며,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며 “국제연대를 통해 투쟁력을 함께 강화하자”고 전했다.

국제노동계조사단은 조사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ILO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소속된 조직에 대한 소개와 한국에 온 목적에 대해 밝혀 달라. 또한 한국의 노동탄압 현장을 직접 본 느낌은 어떠한가.

  발란 나이르(Balan Nair)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아태지역 사무총장 /이정원 기자

발란 나이르(Balan Nair),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아태지역 사무총장 국제건설목공노련은 국제산별노조로서 건설과 목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조합원 수는 120만 명이며, 135개국 250개의 노조가 가입해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우리 산하 연맹이다.

한국에 온 것은 한국정부의 노조탄압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이다. 특히 건설연맹에 대한 한국정부의 탄압은 익히 알고 있으며, 이는 ILO에 제소되어 있기도 하다. 강력한 권고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권고문에도 나와 있듯이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 단체협약을 맺을 권리 등을 인정해야 한다.

칼리드 아탄(Khalid Atan) 국제건설목공노련 부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를 방문하고 너무 놀랐다. 한국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노조를 조직할 권리도, 노조사무실을 가질 권리도 주지 않는 것에 너무 놀랬다. 이는 ILO 규약을 어기는 것 뿐 아니라,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해고하는 것은 노동권을 넘어선 인권의 문제이다.

  토르 오이겐 크발하임(Tore Eugen Kvalheim) 북유럽공무원노조협의회 의장 /이정원 기자

토르 오이겐 크발하임(Tore Eugen Kvalheim) 북유럽공무원노조협의회 의장 내가 소속한 조직은 북유럽 공공노동자들의 연합이다. 20만 명이 가입되어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을 만나 간담회를 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3년 전에도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아직도 탄압이 있다는 것, 정부가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노조를 탄압하는 것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등을 보니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

조사단의 목적은 조사는 물론이며, 연대차원으로 왔다. 공무원노조에 연대하고 우리의 조사가 한국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 탄압에 항의하려고 왔다. 우리는 노동부를 만나 공무원노조특별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할 것이며, 공무원노조를 불법화 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다.

카츄히코 사토(Katsuhiko Sato) 국제공공노련(PSI) 아태지역 사무총장 전국공무원노조는 우리 산하노조이다. 한국에 방문해 우리 산하 노조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활동을 직접 보니 너무 슬프다. 한국정부가 공무원노조를 강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은 노동권에 대한 탄압이며, 인권에 대한 침해이다.

한국정부는 노동법을 비롯한 많은 법들을 위반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건설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더욱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항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싸움에서는 하중근 열사가 경찰에 맞아 죽기도 했다. 특히 원청인 포스코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문제는 해결지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발란 나이르 포항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명확히 원청의 책임이다. 건설노동자들을 하청에서 고용한다고 해도 노동시간, 임금, 노동환경 등은 모두 원청이 책임지고 있다. 임금 또한 원청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가 원청한테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올바르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모든 것은 원청의 책임으로 지워지고 있다. 우리도 포항건설노조가 원청하고 단체협약을 직접 맺는 것을 지지한다.

내가 봤을 때, 한국정부는 한국에서 건설노동자들의 노조를 없애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노조를 만들고 하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까봐 건설노동자들의 탄압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중근 열사의 죽음은 비극이다. 경찰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찰은 노동자들을 심하게 때려서 죽였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반드시 어떻게 죽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내야 하고, 누가 했는지 알아내 반드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조사 기구도 정부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되며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중립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조사단은 건설노동자와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집중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왜 중요한가.

  카츄히코 사토(Katsuhiko Sato) 국제공공노련(PSI) 아태지역 사무총장 /이정원 기자

카츄히코 사토 많은 사람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냐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전체 시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다. 모든 노동자들은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 권리는 하나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조에 관한 법이나 인권에 관한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토르 오이겐 크발하임 북유럽을 보면 100년 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모든 노동권을 보장받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복지를 강화시켰으며 모든 시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한국정부도 이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할 정도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스로 대책을 내고 있지만 비정규직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데, 왜 한국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칼리드 아탄(Khalid Atan) 국제건설목공노련 부위원장 /이정원 기자

카츄히코 사토 정부는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비정규직도 확장하고 있다. 이런 경향의 제일 중요한 원인은 자신이 사용하고 싶을 때 맘대로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것과 임금을 삭감하려는데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정부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숙련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점점 확대해 사용하는 것은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서 이다.

정부가 만약 비정규직을 사용하려한다면 왜 필요하며, 몇 명이 필요하고, 얼마간 필요한지, 노동조건은 어떠한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칼리드 아탄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이는 ILO도 명확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이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은 ILO의 핵심협약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을 직접 조사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한국정부에 개입할 것인가.

카츄히코 사토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은 존경스러운 투쟁이며,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많은 아시아의 나라들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핵심협약을 비준한 한국같은 나라는 물론이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러하다.

우리는 ILO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할 필요도 없다. 강제력이 없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강력한 국제연대를 통해 투쟁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투쟁은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권리는 함께 투쟁할 때만이 이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부나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토르 오이겐 크발하임 한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혼자가 아니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북유렵은 100년이 걸려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만들었다. 100년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한국노동자들도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카츄히코 사토 한국정부는 반드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또한 변화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서만 건강한 관계는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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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 공무원 , 국제노동계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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