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책임은 미국이, 하지만 북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연속기고](1) 북한 핵실험 국면, 어떻게 볼 것인가

정말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 국면보다 더욱 시끄럽다. 전 국토가 난리법석, 시끌법적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10월 9일은 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매체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봉쇄하였다. 온통 같은 이야기로 도배질했다.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핵실험이 ‘뻥카드’라는 얘기부터 핵주권론, 북폭, 미폭 등 별의별 얘기가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냉정함과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공할 만한 미디어권력에 의해 국민들의 의식이 조작당하는 것은 분노치 않을 수 없다. 국민들보다는 오히려 일부 정치세력들과 운동세력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극단적, 비이성적, 맹목적이다. 그들로 인해 한국사회가 이념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정말 그들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북한과 협상할 마음이 없었던 미국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인과관계보다 현상분석과 대안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논리적 모순이다. 일부 타당성이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현상분석에만 급급하면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기에 한계가 있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진정성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처음부터 북한과 협상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제2차 6자회담이 열리기 전인 2004년 2월 중국이 9·19공동성명의 효시가 됐던 초안을 회람했을 때 딕 체니 부통령에 의해서 “우리는 악의 무리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그들을 패배시킬 뿐이다.”라는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처음부터 북한과 협상할 의지나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9·19베이징 공동성명에서 합의했던 주고받기(give and take) 약속은 “우리는 악의 무리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라는 부시 행정부의 근본적인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이행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여전히 북한의 정권을 교체하고 체제를 변경하겠다는 숨은 목표가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외교적인 주고받기를 악행에 대한 보상이라고 규정한다. 강경파들은 북한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미국은 현재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제공조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북핵실험 여부에 대해서 “계속 파악중”이라면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상당히 소극적이다. 아마 기술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판단의 신중함 또는 간교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했다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핵실험 성공에 대해서 인정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혹독한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핵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고, 부시 행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었다. 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악의적 무시를 통한 현상유지정책’이다. 그래서 9·19공동성명이라는 정치적 틀에 북핵문제를 일단 묶어 놓고 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악의 축’에 대한 과도한 이데올로기적인 집착이 이러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성을 상실한 맹목적인 철학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선택한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던 점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번 북의 핵실험은 자신들의 당 창건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실시함으로써 내부결속이나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 등 국내적인 통합의 기반을 높이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북미간 근본적인 상호불신 구조 하에서 9.19 공동성명 이후 지난 1년 동안의 상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충분히 핵실험을 선택 강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얘기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유엔안보리결의안이 채택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금융제재 해제 문제의 분리와 직접 협상 대신 6자회담 선택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게 핵보유를 한 상태에서 협상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져오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은 그 사실관계를 떠나서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파괴한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차원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체제의 위기를 가져오게 했다. 당장은 이란의 핵개발 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은 핵 무장은 아니더라도 대만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북아 질서 변화에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인은 미국이 제공했지만 공을 북한에게 넘김으로써 책임은 북한이 담보해야 하는 상황이 또 다시 연출되었다. 북한 역시 그 공을 다시 미국에게 넘기고 있다. 이번에는 좀 빠른 속도로 주고받기를 하고 있다. 북한문제는 구조적인 수준의 분석을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변화되는 객관적인 정세 속에서 행위자들의 행태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세분석과 판단이 오류를 범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 및 동북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배성인 님은 한신대 외래교수이며 참세상 편집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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