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고파 도저히 못하겠다”

전태일노동상 세종병원지부 수상...어머니와 만나다

전태일기념사업회는 제15회 전태일노동상을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에 수여하기로 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씨와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 이광택 국민대교수가 시상할 예정이다.

시상식에 앞서 6일 오후 2시 부천세종병원지부 조합원과 이소선 씨 및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과 만남의 자리가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있었다.

  이소선 어머니를 찾아온 부천세종병원 조합원. 사진 왼쪽부터 박순희 전태일노동상심사위원, 이소선 어머니, 서선례 지부 총무부장, 김상현 지부장, 이광택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 뒤로 전태일 열사 사진이 걸려있다.

배만 고프지 않으면

전태일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씨는 “어려운 싸움을 승리로 이끄느라 애썼다”며 격려를 하였다.

“70년대는 배만 고프지 않으면 죽는 일도 하겠다”며 당시 청계피복노조 최종인 지부장 이야기를 해 전태일기념사업회를 찾아온 조합원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종인이가 엄마 배고파서 더 이상 못하겠다 하는 거야. 내가 중고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헌옷을 가졌다 빨아서 그 날 번 돈으로 청계식구들을 먹였어. 우동 타래 찌꺼기를 사다 우거지 넣고, 된장 넣고, 납작보리 넣어 멀겋게, 국수가 부르트게 끓이지. 8명 먹을 것으로 16명이 먹으려면 어쩔 수 없지. 종인이가 도저히 배고파 못하겠다고 해서 그 날은 쌀 한되를 사왔어.”


쌀 한되를 사오니 뭐할거냐고 묻길래 내일 아침 쌀밥해주려고 한다고 하니, 내일은 낼이고 오늘 먹자고 하더란다. 잠들면 괜찮을 거라고 하니. 배고파서 도저히 잠이 안온다고, 직접 밥을 하더란다.

오늘은 먹고, 낼 죽자

“하루는 노조사무실에 가니 맛있는 냄새가 나. 무슨 일이냐고 하니, 돈을 다 털어 오늘 맘껏 먹고, 낼은 다 죽기로 했다는 거야. 배가 고파 더이상 이대로 싸울 수 없다는 거야.”

이 날 내일 청피노조원들이 죽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밥을 먹는 동안 물호스를 뿌리며 전원 중부경찰서로 연행한 사건도 있다고 한다. 중부서에 연행된 조합원들은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냐"며 단식을 하였다고 한다.

이소선 씨는“배고파 죽으나 잡혀 죽으나 데모하다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13살짜리부터 죽기로 싸웠다”는 말을 하며, 다시 한번 부천세종병원 조합원에게 “오랜 투쟁하느라 고생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만호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부천세종병원지부는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라는 신종노동탄압에 맞서 181일 간의 치열한 투쟁을 통하여 승리를 이끈 사례로 모범이 되어 선정되었다”고 한다.

세종병원은 올해의 모범

“또한 용역경비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용역경비의 폭력 문제를 사회쟁점화 시킨 것과 부천세종지부 투쟁을 통하여 보건의료가 보여준 1인 1천원 투쟁기금 모금 등 산별 투쟁의 모범을 보여준 것도 선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김상현 부천세종병원 지부장은 “상을 받는다고 해서 놀랬고, 부끄럽기만 하다. 저희보다 강고하게 오래 싸운 사업장도 많은데 상을 준 까닭은 더욱 열심히 하고, 연대를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풍모방노조 부지부장을 지낸 박순희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은 “상을 받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계를 갖고 사회의 모범으로 설 수 있게 해야되는데, 상만 주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 같다”는 반성을 하며, “노동운동은 부쳤다 떼는 파스가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일생의 삶으로 끝까지 올곧게 가는 것이다”며 부천세종병원지부가 전태일정신을 계승하는 모범으로 계속 우뚝 서달라는 부탁을 부천세종병원지부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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