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투표 제안은 민주노조운동 후퇴시킬 것”

[기고] 공무원노조, 지금 특별악법 철폐 투쟁으로 결집하자

지난 9월 22일 정부의 불법적인 노조사무실 강제폐쇄를 시점으로 우리 공무원노조는 어느 시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노무현정부의 반 인권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이미 예견된 탄압에 대한 준비부족과 저항의 불철저함, 우리들 스스로의 자신감 결여에 기인해 있을 것이다.

현재 공무원노조에서는 소위 법내, 법외 논쟁 즉, 특별법 철폐기조를 유지하고 정부에 저항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당초 노선을 수정하여 법내로 진입할 것인가의 논쟁의 대치로 심각한 갈등국면에 스스로 놓이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이미 논쟁이나 갈등의 차원을 넘어 오는 11월 25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공무원노조 노선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요구받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공무원노조 건설부터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한시도 정부의 폭력적 탄압과 보수언론의 흑색선전이 끊일 날이 없었다. 여기에다 앞선 동지들의 해직과 구속이 반복되었고 2004년 11월 15일 총파업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대량징계와 해직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폭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무원노조는 어려운 시기마다 서로를 믿고 단결했고 서로가 서로를 견인하여 왔다. 그러기에 이 땅의 민주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공무원사회의 희망으로, 민주노조의 한 축으로 우뚝 서 있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비록 짧은 역사이지만 공무원노조의 기풍으로 세워졌다고 확신한다.

최근 법내 진입에 대하여 고민하는 동지들 모두가 공무원노조에 대한 자긍심과 무한한 애정 그리고 향후 미래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바탕위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의 의심도 없다. 오히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적극적으로 고민을 함께하는 동지임을 더욱 느끼면서 이러한 신뢰의 바탕위에서 법내 진입과 관련하여 우려되는 중대한 사항 중 두 가지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 공무원노조의 투쟁이 법내 진입 여부 혹은 이에 대한 총투표를 묻는 노선투쟁이 아니라 생존권 투쟁이 중심에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이는 진정으로 우리가 목표를 삼아야 할 것은 2007년도 시행을 앞둔 총액인건비제, 이를 통한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것이다. 또한 2월 입법예정으로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악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사안은 우리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야 할 사항이다.

이와 같이 생존권 사수를 위하여 총력을 모아야 될 시기에 법내 진입 여부에 대한 총투표 실시는 결국 총투표 시기까지 법내와 법외 간의 갈등구조를 연장․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킴으로써 정작 중요한 생존권 사수를 위한 현장 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조합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어떠한 사안보다도 앞선 투쟁의 목표일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제대로 조직해내지 못했던 대중적 동원까지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노조말살정책에 맞서 조직을 재건할 수 있는 전환적 국면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정부의 단 한 번의 탄압에 의해 특별법 개정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법, 총액인건비제, 희생자구제 등과 관련하여 정부와 아무런 교섭이나 대화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결국 백기 투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단순히 원칙이나 자존심, 명분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공무원노조가 진정으로 조합원 이익에 제대로 복무할 수 있을 것인가의 실리적 측면과 민주노조로서의 기풍을 전승해 나 갈수 있을 것인가 대한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특별법 내 진입 주장의 근거를 보면 우선적으로 정부의 탄압에 따른 조합원 이탈과 지부들의 일방적 법내 전환에 따른 조직의 왜소화, 결국 정부 협상력 약화가 초래되고 따라서 희생자 구제는 더욱 힘들어 지며 복수 노조를 인정하고 있어 조합원 회귀현상은 일어나기 힘들며 결국 조직 복원은 힘들어 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더 이상의 지체 없이 빠른 시일 내에 법내 진입을 하여만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결코 부인하지 않지만 이러한 상황의 연출은 공무원노조 탄압에 대한 정부의 최종 종착점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노조를 체제 내 포획함으로써 계속해서 지배 권력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하부단위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바로 정부와 지배 권력의 목표인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의 탄압이 폭력적이며 불법적일 수밖에 없고 반인권적 행위까지 수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별 짓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배 권력도 우리들의 결정이 특별법 진입으로 결정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 내년의 대선정국을 맞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객관적 정세만 탓하고 비관만 해서는 결코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의 이탈과 분열상이 복원이 불가능한, 어찌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 들여서는 결코 정부의 탄압을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위기로 인한 선택의 시기에 현재의 정세에 매몰되어 처음의 투쟁목적과 과정 그리고 이미 세워놓았던 투쟁계획을 잊어버리고 타협주의와 절충주의 등의 오류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경계해야만 한다.

오히려 정부의 드러난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조직재건의 과정이, 투쟁의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흔들림 없이 특별법 철폐 기조를 가지고 잠시 흩어졌던 힘을 한데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백번 양보해서 현재의 어려운 조직 현실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지금은 법내 노조 진입 혹은 이에 대한 총투표 행위는 조합원들의 생존권 사수와 조직재건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노조로서 성장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당한 투쟁이 공무원노조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노조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기에 따른 책무에 대하여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탄압에 맞서 흔들림 없이 특별법 철폐 투쟁과 조직 재건에 모두가 하나로 단결해야 할 때이다. 끝.
덧붙이는 말

명태용 님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 구로구지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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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띨띨띨

    먹고 살기 힘든 판국에 있는 새끼들이 지키려고 지랄들은 ~~~
    꼬라지 보기싫어--
    두뇌구조가 일반인 하고 다른거 가테

  • 박상훈

    힘내세요! 방금 어디선가 봤는데,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선 일단 웅크려야한다네요. 아아~ 그나저나 금강산 글짓기대회 우리조 친구들이 보고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