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게 해준 노조, 뺏길 수 없다”

대우건설의 노조파괴 전략에 맞서 투쟁하는 늙은 노동자들

"왜 노조에 가입했냐고? 인간 대접 받으려고“

“우리가 왜 노조에 가입 했나고? 인간 대접 받으려고, 더러운 꼴 안 보고 살려고 가입했는데, 이제 겨우 최저 임금 받는데 노조를 없애겠다고? 분하고 분해서 절대 물러서지 못해”

대우건설 빌딩에서 청춘을 바쳐 수 십 년 동안 청소하고, 건물 관리하는 노동자들은 화가 났다. 그동안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에 시달리며 살았던 삶이 생각나서, 이제 막 노조를 만들어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게 된 현실이 안타까워서 노동자들은 쉬지도 않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우건설 빌딩에서 시설관리를 하는 노동자들은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대우건설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및 원청 사용자성 쟁취 투쟁위원회’(대투위)를 건설했다. 그리고 원청이 대우건설이 책임지고 고용을 보장할 것과 임금 10% 인상, 중간착취와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우리자산관리회사 해체를 요구했다.

노조파괴 문건과 함께 발견된 급여대장에는 그동안 대우빌딩에서 청소를 해왔던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적혀있었다. 김OO, 기본급 653,900원, 시간외 수당 23,500원, 합쳐서 675,900원 이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인 동우SM에게 최저임금을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동우SM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지불능력이 없다”, “체불임금 전액을 지불하게 되면 폐업할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이었다. 저임금 문제의 근원은 대우건설이 용역업체 측에 미화직 노동자 1인당 단가를 월 110만 원으로 책정해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보다 힘들었던 사람답게 살기

새벽 5시부터 나와 일해야 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힘든 것은 사람 대접을 못 받는 거였다.

“반말은 기본이야. 툭하면 욕하는 건 기본이고, 담배라도 하나 사다 바치지 않으면 인간취급을 안하는 거야. 그래서 노조에 가입했어. 노조 하니까 참 좋더라고. 할 말 있으면 하고, 사람대접 받고, 올해는 최저임금도 받고 말이야” 대우빌딩에서 1979년부터 28년 동안 일한 송길수 청소용역 노동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다. 정말 인간답게 말이다.

  송길수 대우빌딩 청소용역 노동자

“원래는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는데, 언제 부턴가 1년마다 한번 씩 계약을 하라는 거야. 난 고용불안이 뭔지도 몰랐어. 근데 정말 피 말리는 거더라고. 우리가 투쟁하니까 우리자산관리 사장이 지난 금요일(17일)에 5.4% 임금인상에서 계약 해 준다고 하더라고.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도 투쟁하는 거 힘들어. 그래서 그렇게 해주면 우리도 조끼 벗고, 투쟁 안하겠다고 했지. 근데 뒤에서 나를 업무를 방해했다고 고소했더라고”

우리자산관리는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20일, 일방적으로 깼다. 그리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노동자는 재계약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노조파괴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투위 조합원들은 노조파괴 문건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삭발도 하고, 대우건설 사장실에 올라갔다. 그러나 또 돌아온 말은 “대우건설은 당신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이었다.

나이 많은 노동자들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우리보고 감옥 가라면 갈 수 있어. 근데 감옥 가더라도 나오면 다시 이 건물에서 청소할거야”


"절대 빼앗길 수 없다“

23일, 대우건설 빌딩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늙은 노동자들은 연사들에 말 끝 마다 “투쟁”으로 답하고 열심히 팔뚝질을 했다. “민주노조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인간답게 살게 해 준 노조를, 어렵지만 함께 밥 먹고, 일하고, 투쟁했던 ‘동지’들을 빼앗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투위 간부들은 삭발을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삭발하는 간부들을 보면서 "미안해서"라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성난 조합원들은 대우건설 사장을 만나고 싶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시간(23일 오후 10시 30분) 급한 연락이 왔다. 우리자산관리에서 보안직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계약해지하고, 밤 12시 미리 지정해 놓은 신규 보안용역업체 직원들을 현장으로 투입한다는 급한 전화였다. 우리자산관리에서 지난 16일에 작성한 'dw project' 문건에 나와 있는 그대로였다.

“11월 00일 0시를 기해 동우SM에 전격 계약 즉시 해지하며, 즉각 대체용역사의 인원 현장에 투입, 현장을 접수할 예정”

늙은 노동자들은 평생을 바쳐 온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인간답게 살게 해준 노조를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의 자세로 대우빌딩 정문을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귀가에 맴돈다.

“민주노조 사수하자”

  늙은 노동자들은 함께 일 할 수 있게 해준, 인간답게 살게 해 준 노조를 뺐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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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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