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싸우는 아홉 가지 이유

[기고] 공무원연금 납부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지 않나

국민연금을 개악한다는데 국민들이 조용하다. 국민연금을 아직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국민연금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연금 보험료를 올리든 노후 수급율을 낮추든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고 차라리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보험회사의 개인연금 보다 급여율이 높음에도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 때문일 것이다.

20 - 30년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런 국민의 소리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고 ‘재정이 고갈됐으니 국민, 노동자가 희생해야 한다’는 소리만 난무하다. 어떤 보도 내용도 재원을 마련해서라도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IMF때 도산위기에 있는 기업에 공적자금 180조를 쏟아 부은 것과는 너무나 다른 대응이다.

현재 연금 개악의 논리는 오직 ‘재정고갈’이다. 이 한마디로 모든 언론들은 국민이 더 부담하는 ‘연금개악’이 너무나 당연하고 국민들도 여기에 쇄뇌되었다. 오히려 연금개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재정은 어디서 마련하냐’ 라고 반문한다. 그것을 왜 국민들한테 묻는가?

재정고갈을 국민이 시킨 것인가 공무원이 시킨 것인가? 국민들 누구도 공무원들 누구도 연금 운용에 참가하지 못했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납부하였을 뿐이다.

어느 누구도 연금을 잘못 운영한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부족한 연금재정에 어떤 세원을 마련하여 충당해야 할지는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서민과 노동자가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2000년 이후 정부는 공무원연금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일방적으로 공무원들의 연금 납부율을 지금의 8.5%로 인상시켰고, 정부도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겠다고 하면서 향후 20~30년동안 절대 재개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하였다. 공무원들은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준비금을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재정이 부족하여 공무원연금을 개정 한다고 하니 참 기가막힐 노릇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개정이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이 요구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정부에 채용되면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항이었고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과거 공무원들은 국가발전과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율 저지라는 명목으로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를 강요당하였고 정부는 퇴직 후 연금을 통해 보상을 약속해 왔다. 또한 20년 이하 근무 공무원은 연금 대상이 되지 않고, 공무원의 퇴직수당은 민간 퇴직금 대비 7%에서 최대 42% 밖에 되지 않는다.(2004년 퇴직자 퇴직수당 총액: 민간대비 37.7%)

10여 년 전만 해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별 인기가 없었다. 안정된 직장이라는 소리도 보수가 높다는 소리도 별로 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봉급은 민간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의 지표가 되기에 최대한 억제해야 했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않기에 하루 종일 당직을 하면 5,000원 받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고 각종 수당도 턱없이 낮게 책정되었다.

그뿐인가, 별도 보수도 없이 봄이면 산불 비상근무 여름이면 수해, 폭풍, 방역 근무 겨울에는 제설 비상근무, 평상시 청소․캠페인․각종 행사 시간외 근무는 당연한 것이었다.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미명으로 어떤 지시도 거부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을 참고 묵묵히 일해 온 공무원들에게 지금 쏟아지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다는 비난이다. 정부는 공무원법을 이용하여, 여론을 이용하여 공무원에게 충성만 강요하고 자신의 보수나 연금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며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공무원의 참여는 보장하고 있지 않다. 그 안에서 무엇이 논의되는지 95만 공무원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95만 공무원들은 내용도 모른 채 억울하게 여론의 뭇매만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무서워 95만 공무원과 500만 공무원 가족들의 노후가 달려있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또 이대로 입다물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공무원노조는 전교조, 법원노조, 교수노조, 대학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연맹, 사립교수연합회와 ‘공무원․사학연금 개악저지 및 올바른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연금공대위)’를 통해 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연금공대위의 중점 요구사항은 첫째, 행자부가 밀실논의 기구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해체하고 올바른 연금제도 개선을 위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기구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가입자)가 기여금을 내는 주체일뿐더러 향후 제도변화에 따라 받는 급여 변동에 대해 당연히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가 있다. 개정되는 것은 수치 몇 개일지 모르지만 노동자의 노후보장은 이에 따라 급격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무원연금 중 정부부담금을 선진국수준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예산은 2005년 8.6%로 2001년 OECD 평균이 21.2%에 현저히 미달하고 OECD에서는 24%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복지예산 확충 없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문제 삼는 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또한 정부부담율이 8.5%이나 미국 32.8%, 일본 25.6%, 프랑스 44.1%, 독일 전액인 것을 보면 정부부담이 현저이 적다.

셋째, 공무원연금에서 지급하는 퇴직금 성격의 급여를 민간사용자와 같이 정부(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퇴직연금에는 퇴직금 성격의 급여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당연히 사용자인 정부가 부담해야 되는 급여이다. 연금에서 퇴직금 성격의 급여에 대해 민간사용자와 같이(퇴직금 적립금으로 연 8.3% 사용자 부담)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넷째, 연기금 조기 부실에 대한 정부책임을 인정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연기금의 재정이 악화되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기여금이 인상되어도 군말없이 꼬박꼬박 내어온 노동자에게 있는가 정부에게 있는가? 당연히 제도 운용 실패의 책임은 그 운용 주체인 정부에게 있음은 당연하다.

<정부가 사용자로서의 자기책임을 다하지 못한 연기금 부실 운용>
• IMF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연기금 적립금 : 99년 6조 2015억 → 2000년 1조 7752억원으로 급감, 이후 구조조정된 퇴직자에 대한 급여지출 급속 증가
• 퇴직금(퇴직수당) 부담금 : 91-95년 6162억원 미부담
• 재해부조금, 사망조위금 등 단기급여 : 상당수 미부담
• 정부의 책임준비금 : 2001년부터 현재까지 예산 미반영


다섯째, 20년 미만 단기재직자에 대한 연금수급권 강화를 통해 공무원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20년 이상 가입하지 않으면 수급 대상이 되지 않으며 2005년 퇴직공무원의 경우, 34,762명 퇴직자 중 20년 미만 가입자가 31.4%(10,931명)에 달한다. 퇴직공무원의 1/3 가까이가 연금제도의 수혜를 못 받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계약직공무원, 비정규직공무원 등 저임금 및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여섯째, 기존 공무원과 신규공무원의 연금제도 차별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득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퇴직자, 재직자, 신규공무원으로 나눠 맞춤형으로 개정을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후세대부담형의 공적연금의 설계상 이는 세대간(선배공무원과 후배공무원)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는 공무원의 저항 최소화를 목적으로 노노갈등을 유발시키는 맞춤형개정에 명확히 반대한다.

일곱째, 산업재해보상에 대한 보험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민간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열악한 공무원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에 포함되어 있는 산업재해보상 기능은 비공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기능이 없고(국민연금은 장애연금으로 지급), 20년 이상 재직자에 한해 유족연금을 지급하고(국민연금은 가입기간에 관계없이 지급), 재직 중에는 장해급여를 중지하는(일반 산재법은 재직여부와 관계없이 지급) 등 민간에 비해 열악하다.

여덞째, 연기금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공무원연금운영위윈회’에 가입자단체 대표의 과반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자가 소중히 조성한 연기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 이에 연기금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공무원연금운영위원회’에 가입자 단체의 과반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아홉째, 공적연금 축소,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국민연금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공적연금은 사회부양제도로 국가가 전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보장을 책임지는 사회복지제도의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령화의 심화로 인한 재정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은 방기한 채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보편적인 연금제도가 자리 잡히기도 전에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개악을 통해 공적연금을 전반적으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전체 민중의 안정적 노후보장을 위한 보편적 연금보장을 위해 현재의 국민연금 개악을 중단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5% 기초연금제 도입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비교대상이 아니라 이미 공적연금이라는 하나의 그릇이다. 공무원노조는 공대위와 함께 “공적연금을 공적연금답게” 더 튼튼하고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전은숙 님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언론홍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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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ㅈㅈ

    공무원 아닌가?
    금감원 감사원이 있고 직접 운영하는 공단이 있지만 거기 대부분이 공무원 출신들일거고 아닌가?
    지들이 부실 해 놓고 무슨 헛소리인지???
    개악? 그럼 그 부실을 부실을 만든 공무원들이 돈을 내서 충당 해야지 부실만 없다면 개악 할 필요도 없지 않겠어
    공무원들이 잘 못 해 놓고 지들이 받는게 작아지니깐 온잦 지랄을 하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