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 착취해 번 돈으로 빈민들을 도와준다고?

[두 책방 아저씨](10)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를 읽고

사람은 어떻게 하면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지구에는 깨끗한 물을 못 먹어 죽는 아이들이 하루에 5만 명 가까이 되고, 60억 지구 사람 가운데 13억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다가 죽어 간다. 어떻게 해야 이런 세상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굶어 죽지 않고 아프면 돈 걱정 없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고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유누스도 이것을 풀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몇 만원이 없어 부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갚느라 노예 같은 삶을 산다. 여성들은 혼례를 치르려면 많은 돈을 가져 와야 했고 집안 살림을 꾸리려고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해도 부자들에게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 그라민 은행은 이렇게 힘든 삶을 사는 여성들에게 살아 갈 꿈을 심어 주었다.

유누스가 만든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담보 없이 돈을 그냥 빌려 준다. 빌려 준 돈과 이자는 일주일 마다 조금씩 나눠서 갚으면 된다. 하지만 그런 돈은 열심히 일하면 벌 수 있고 물난리 같은 자연 재해를 만났거나 아파서 일을 못해 돈을 못 벌면 약속한 날에 갚지 않아도 된다. 은행은 오히려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더 많은 돈을 빌려 준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도 거저 돈을 주지는 않는다.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스스로 일을 해서 갚으라고 한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찾는 길이요, 스스로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는 길이라고 한다.

1976년 방글라데시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그라민 은행이 문을 연 뒤로 방글라데시 사람 가운데 10% 가까운 2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힘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되었고 60여 나라에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나려고 그들 나름대로 적은 돈을 빌려 써서 살려고 한다.

앞으로 50년 안에 지구에서 굶주림이나 아픔으로 죽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지구 곳곳에서 적은 돈을 빌려 주고 빌려 쓰는 그라민 은행과 같은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진짜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가난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이 적은 돈을 모아서 지켜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자 나라들이 만든 ‘세계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기도 하고 돈을 많이 갖고 있는 부자들 모임에서 주는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 가난한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서 벌어들인 돈이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쓰인다니. 돈에 눈먼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돈에 눈먼 사람들이 자유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사람들 목숨을 앗아가면서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는 데 쓰인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돈을 빌려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돈에 눈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돈을 벌어 가난을 벗어나는 일도 해야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숨이 컥컥 막히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 피골을 빼 먹으며 돈을 번 사람들이 주는 돈으로 다시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은 돈에 눈먼 사람들에게 그 일을 자꾸 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라민 은행’이 살맛나는 세상,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면 돈에 눈멀지 않은 사람들이 모은 돈으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지금처럼 끝없는 경쟁으로 치달으며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이 아니라 조금은 가난하지만 서로 어울려 살며 웃음꽃을 피우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서는 것이다.

2006년 12월 21일 긴 어둠을 지나 환한 아침을 맞으며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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