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날개 달고 훨~훨~

광화문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 공동행동의 날'

이랜드일반노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이경욱 씨는 염원했다. 파리의 택시운전수였던 홍세화씨도, 얼마 전 수능을 거부했던 허그루 군도, 헌영, 민서 4살 쌍둥이 아빠 하병수씨도, 6살 준식이 아빠 김홍규씨도 염원했다. 그 뿐이랴. 과외 선생님 따라 나섰다는 선인고 1학년 진우도, 무리들 속에서 '입시폐지'를 목 쉬어라 외치고 다녔던 한 장애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출판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박영선 씨도, 아직 자기 곡이 한 곡 뿐이라고 청중들의 앵콜을 뒤로 해야만 했던 랩하는 실버라이닝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해 널리 알려진 교사 이용석 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24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 공동행동의 날',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주체들이 모였지만 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광화문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가던 길을 멈춰선 시민들의 시선을 잡은 것은 천사 날개를 달고 방방 뛰며 노래부르는 무리. 이들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의 날개를 달고 대중을 만났다. 이들은 "너무나도 오래 참아왔다"고 말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의 염원을 담은 메세지들로 뒤덮였던 로봇. 사이버정치놀이터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행동의 날을 맞아 입시로봇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날개를 펼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장안의 화제인 원더걸스의 '텔테르텔텔' 텔미를 율동에 맞춰 공연했던 이화여고 학생들 만큼이나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이랜드일반노조 율동패 '신화'의 이경욱 조합원은 "자식들 이야기만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투쟁하느라 아이들 돌보지 못해 미안한데, 아들 친구들이 어디 학원 다닌다는 이야기 들으면 더더욱 우울해 학부모 모임에도 잘 가지 않게 된다"고 이경욱 씨는 말했다. 이경욱 씨는 "80만원 겨우 넘는 월급 받고 일하는데 혹여 학원 못보내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 것 아닌가 싶어 늘 불안하다"며 "이랜드 투쟁을 승리하고 나면 교육부라도 점거해야할 것 같다"고 말해 주변의 공감을 샀다.

쌍둥이 아빠 하병수 씨는 "대학평준화 되서 공부시간 줄이고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들은 학교 공부 외에도 독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신나게 다닐 수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살 준식이 아빠 김홍규씨도 비슷하다. "입시가 폐지되고 대학 서열이 해체돼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하고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3되기 전에 입시폐지 됐으면 좋겠죠?"라는 질문에 선인고 1학년 진우는 "아니요"라고 말한다. 진우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라도 꼭 입시는 폐지됐으면 좋겠어요"라며 "나중에 제가 취업할 때도 대학서열로 줄세우면 사회에 나가서도 입시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라고 야무진 대답을 했다. 진우는 이날 문화제에서 헤드뱅잉 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할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내신-수능-논술 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진우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였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하늘을 날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를 주장하면 당장 면전으로 날라오는 비판이 "그럼 얘들 다 바보되는거 아니예요?", "그거 현실성이 있는 말입니까?"이다.

이날 전국공동행동 문화제에 사회를 봤던 이형빈 이화여고 교사는 "현실성이 없다구요?"라고 되묻는다. 이형빈 교사는 "지금의 교육제도가 문제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함께 한다면 이미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현실'"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임을 강조했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 등 몇 몇 유럽국가에서 평준화 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현실'. 홍세화 입시폐지대학평준화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지금의 교육체제에 대해 "입시경쟁이라는 엽기적인 현실이 일상화되고 있는 야만의 나라"라고 한마디로 일축한다.

  청소년 정진화, 학부모 정경희, 교사 송원재 씨가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박은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활동가는 "제가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입시와 학벌구조는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입시경쟁과 대학서열화는 공동체를 이룰 수 없게 한다"며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입시를 앞둔 중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같은 비혼여성을 포함해 전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입시체제를 반대하며 수능을 거부했던 허그루 군은 요새 우려 섞인 시선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허그루 군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예요. 그러나 사람들은 소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허그루 군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한국 사회 전체의 고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지난 번에는 혼자 1인 시위를 했는데, 오늘은 문화제를 통해 '입시폐지대학평준화'를 보다 많은 대중들과 함께 만나며 주장하게 되어 아주 뿌듯했다"고 전했다.

노동자, 농민,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00여 명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공동행동의 날' 참가자들은 "너무나도 오래 참아왔다. 학생들은 입시에 덫에 갇힌 채, 학부모들은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교사들은 참교육의 꿈을 묻어둔 채 0교시, 강제보충, 강제야간학습 속에 학생들을 가둬두고 너무 오래 참아왔다"며 "노동자, 민중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을 모아 교육 불평등과 사회불평등을 넘어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날아오르고자 한다"며 학벌구조 타파와 참교육 실현을 위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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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참석자 100여명 훨씬 넘었어요. 200명 정도는 되었었던 것 같은데..
    연합에서도 100여명이라고 나와서 속상했는데 확실히 200명 정도는 되었어요. -괜히 속상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