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이렇게 두면 조만간 사단”

쏟아지는 건설경기부양책... 얼어붙은 건설노동자 살림

“어제 아들이 전문대 간다고 하더라고요. 경기대 가려고 했는데 학비가 부담돼 전문대 가라고 설득했거든요. 전문대라도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는 데 막막하고. 어제 아들 말을 듣는데 가슴이 싸하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건설 일용노동자 박모 씨의 말이다. 지난 23일 두 달여 공치다가 안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일을 구했지만 이마저 한 달 정도면 끝이다. 언제 일을 다시 할 지 기약없다.

  정부의 잇따른 건설부양책에도 건설현장엔 찬바람만 분다. /정문교 기자

일당 줄어도 ‘감사’하며 일라는 건설재벌

“동료한테 일자리 없냐는 전화가 하루에 몇 번씩 와요. 날이라도 따뜻하면 돌아다니면서 알아볼 텐데 날이 추워 전화만 하는 거죠. 4월정도 되면 이마저 일도 거의 없을 거예요. 관급공사정도만 남을 거예요. 그 때 되면 한 번 사단이 날 것 같아요.” 옆의 전모 씨가 거들었다. 매번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자릴 구해왔기에 자신의 직감이 정확하다고 자신했다.

통계수치도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은 올 1월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합계가 69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2004년 8월(688만 명) 이후 4년 만에 처음7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자리 감소 속도도 빨라졌다.

박 씨는 “일감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건설회사가 불안감을 더 부추겨요. 오늘도 안전교육하면서 관리소장이 당신들은 그나마 행복하게 여기라고 한마디 하더군요. 경제위기에 편승해 원청이 도급단가를 후려치는데도 일하는 것에 그냥 감사하라고 하는 게 서글프죠”라고 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인 이들은 단체협약을 체결한 덕분에 그나마 일당을 깎이거나 연장근로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조합원 아닌 대다수 노동자들은 3~40분 일찍 일을 시작해 2시간 정도 늦게 일을 마친다. 이런 ‘유노동 무임금’은 이미 건설현장에 다반사다.

한 건설현장에서 1년 이상 일할 수 없는 건설노동자들은 퇴직금이 없다. 일감이 없으면 공치는 날도 허다하다. 액면가로 보면 10만 원의 일당은 ‘고임금’이다. 하지만 일이 없어 한두 달씩 벌이가 없는 걸 감안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파트값은 뛰는데 일당은 줄어

안산시가 발주하는 관급공사장에서 만난 이모 씨는 요즘 건설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 IMF때 11만 원이던 일당이 5,6만 원으로 떨어졌어요. 떨어진 일당은 느리게 회복돼 겨우 1, 2년 전에 10만 원 수준으로 복원됐죠. 경제위기가 다가오자 다시 일당을 1,2만 원씩 깎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해요.”

이 씨는 두 달 전 관급공사장에 들어왔지만 보름정도 일한 게 전부라고 한다. 일감이 부족하다보니 적정인원의 2,3배 뽑아 돌려가며 일을 시켜 완공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는 ‘건설업 부양책’에 대한 질문에 건설 노동자 심모 씨는 이렇게 답했다.
“아파트 값은 오르는 데 10년 동안 일당은 오르지 않고 경제위기라며 오히려 깎는다는 이야기만 나와요. 가격이 오른 그 아파트는 우리가 만들어요. 원하는 거 별거 없어요. 정부가 만든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거예요. 대운하다 건설업 부양책이다 일자리 만든다고 말은 많지만 일자리는 줄고 있어요. 거기에 불법이 판치는 건설 현장인데 경기부양책이 뭔 소용이 있어요.”
태그

건설노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문교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