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내몰려 10년 만에 첫 파업

[인터뷰]국승종 서울상용직지부 지부장

공공노조 서울상용직지부는 10일 오후 4시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는다.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서울상용직지부는 서울시 도로와 한강 공원 등의 관리를 맡는 상용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서울시 도로나 한강둔치 등에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묵묵히 일해왔다. 이런 노동자들이 노조결성 10년 만에 첫 파업을 한다. 파업을 앞두고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승종 공공노조 서울상용직지부 지부장은 의외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노조건설 이후로 10년 만에 하는 첫 파업이라 좀 걱정이 되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6월 4일 파업결의대회에서 발언중인 국승종 서울상용직지부 지부장

서울상용직지부는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고부터 10년 동안 구청협의회와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서울시가 작년에 사용자 분리를 하고 서울시 소속 사업장에 한해 독자적인 교섭을 제안하기까지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사용자로 직접 나서서 서울상용직지부와 구청협의회가 맺은 ‘잠정합의안’을 폐기하고 ‘단협 개정안’을 제시했다. 단협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노사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13일 서울상용직지부에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자로 사는데 유일한 버팀목이다. 노사간 싸움이 아무리 격해지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서울시가 단협해지를 통보하면서 그 선을 넘었다"

국승종 지부장은 단협해지 통보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지난 10년 간 지켜온 역사를 한순간에 무시해버리는 서울시의 태도”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구청협의회와 교섭했고 서울시는 교섭위원으로 참여해서 함께 했다. 작년만해도 오랜 기간 협의를 해서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서울시도 있었다. 근데 ‘잠정합의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걸 무로 돌리는 서울시의 태도에 화가 난다”

서울시가 사용자 분리를 하면서 서울시 산하 사업장들에 한해 단협을 해지했지만 서울상용직지부는 지난 5월 27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조직 전체의 파업을 결정했다. 서울상용직지부의 구청지회들과 구청협의회가 맺은 잠정합의안은 여전히 유효하고, 구청협의회는 오는 8월 교섭을 상용직지부와 교섭을 재개한다. 국승종 지부장만 해도 서대문구청 소속이다.

“서울시가 사용자 분리를 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별도의 조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서울시에 속한 상용직조합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지만 이를 수수방관하면 내년에 구청협의회와 단협이 있는데 그 여파가 바로 올거다. 구청에 속해 있는 조합원들도 그런 차원에서 파업을 결의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6월 4일 파업 결의대회에는 1,000여명의 상용직지부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서울상용직지부가 처음부터 ‘파업’ 카드를 들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서울시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이 현 정부정책에 의해 방향이 결정되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영향이 크다. 서울시가 단협 내용 중 삭제하려는 부분은 정원유지, 조합활동 등인데 이는 정부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관공서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 생각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삭제 또는 수정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까지 열어두고 교섭하자고 했다. 서울시가 삭제하려는 조항은 우리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존권에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했는데 서울시는 강경하기만 하다”


서울상용직지부는 10일 오전 10시 서울시 기획관과 면담을 한다.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기획관 면담으로 돌렸다. 서울시는 파업 일주일 뒤인 17일 정식교섭을 제안했다.

“기획관 면담에 기대는 없다.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을 했는데 기획관 면담으로 돌리는 정도면 서울시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만나서 우리의 진의를 전달하고 해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단협개악 -> 단협해지 수순 밟은 서울시

서울시가 기존 단협에서 삭제를 요구했던 부분은 외주 또는 하도급 시 노조와 사전 협의를 명시한 조항과 노조활동, 전임자 임금 등에 관한 조항이다. 이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외주, 하도급)과 조합활동에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조항들이다.

"지난 2월 17일 서울시가 내놓은 ‘단협 개정안’은 단협해지의 예고판이었다. 단협 내용중에 적정인원 확보 및 정원유지 등에 대해 노조와 합의를 명시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서울시가 거부했다. 이는 서울시가 자연감소로 발생한 결원을 일용직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부분을 다 삭제하길 요구했다. 이는 노조를 무력화해서 장기적으로는 상용직노동자의 업무를 외주위탁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아스팔트 깔다 탈진도 부지기수, 눈 비 오면 항시 대기

노동조건은 어떠냐는 말에 국승종 지부장은 “이런 비유가 있죠. 시골 들판에 다니는 짐승들도 비나 눈이 오면 안으로 들인다는 말. 근데 우리는 그보다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일의 특성상 눈, 비 올 때 더 나가 있죠. 한여름 땡볕은 기본이고 그늘 한 점 없는 한강고수부지 나가서 물 주고, 맨홀에 들어가 오물 닦고 건지고...”

도로사업소에서 속한 노동자들은 아스콘(아스팔트 도로포장 원료) 작업하고 나면 옷이고 신발이고 덕지덕지 묻어요. 그 상태로 식당가면 싫어하니까 차에 들어가서 점심 먹고. 하루 작업물량을 다 해야 대기실(사무실)이라도 들어가지 그 전에 꼼짝없이 그 꼴로 있어야 해요”


아스콘을 까는 작업 자체도 고역이라고 설명했다. 아스콘의 성질상 높은 온도에서 포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봄이나 여름에 하게 되는데 한여름 땡볕에 아스콘 작업을 하다가 탈진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퇴근하고도 긴급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에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안전장치라도 마련해두고 와야 하니까. 겨울엔 가족들과 여행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명절이든 주말이든 비상대기다”

국승종 지부장은 일은 고되고, 먹고 사느라 이 일을 하지만 남다르게 품어온 ‘자부심’에 대해서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생활민원, 공공서비스다. 공공서비스는 무조건 돈으로만 환산하면 안 된다. 얼마 전 어느 지역에서 환경미화를 민간위탁으로 넘겼는데 민간업자가 정량제 봉투만 쏙 가져가고 정작 '환경미화'는 안 한다더라. 결국 그 지역은 민간위탁 해지하고 직영으로 돌렸다”

  국승종 지부장은 "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 길게 보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국승종 지부장은 서울상용직지부의 파업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묘사했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시는 단체협약 해지 카드를 던져 우리를 계속 압박하고 있고, 구청도 오는 8월 교섭을 재개하면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등 시행령 만들테고. 이번 파업이 투쟁의 시작이라고 본다. 긴 싸움, 나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서울시 230명의 조합원과 구청 1,100여명의 조합원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 조합원들에게 단결! 우리에겐 오직 ‘단결’ 밖에 없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서울상용직지부는 10일 4시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갖는다. 13일 파업대오 수련회를 통해 이후 일정과 파업수위 등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