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 KBS, 비정규직에게는 절망

기간제 420명 자회사 이관 및 계약해지 예고...“시청자 우롱하나”

KBS에서 10년 째 시청자 상담 업무를 해왔던 계약직 노동자 홍미례 씨는 오는 7월 1일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홍미례 씨는 적은 월급이지만 KBS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왔다. 홍미례 씨는 10년을 일한 대가로 KBS가 준 선물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홍미례 씨는 “KBS는 비정규법의 취지를 어기고 부당해고를 하려는 것이다”고 했다.

연중기획으로 ‘일자리가 희망이다’를 외치고 있는 KBS. KBS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절망에 직면하고 있다. KBS에 직접고용 되어 있는 기간제 노동자 420명이 자회사로 이직되거나 해고될 위협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소 3년에서 최장 13년 동안 뉴스영상 편집, 수신기술, 시청자상담 등 50개 업무에서 일해 왔다.

‘KBS기간제사원협회’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22일 오후 12시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KBS 사측은 지난 5일 있었던 노사협의회에서 비정규법 시행 이후 2년이 된 기간제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인력운영방안’을 제출했다.

사측 경영개혁단은 “비정규법으로 사용기간이 2년 초과하는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를 무기계약 하거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며 총 420명 중 △자회사 업무와 중복되는 업무 및 외부조달이 용이한 업무는 자회사로 이관(159명) △사용기간 예외 전문 직종 계약 유지(32명) △전문기자 및 장애인에 한해 무기계약 전환(7명) △222명은 7월 1일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재계약 중지 등의 계획을 밝혔다.

당장 오는 7월 1일이 되면 24명의 기간제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될 위기에 놓여있다.

경영개혁단은 지난 17일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려 했으나 이사들이 보고청취를 거부한 상태다. 경영개혁단은 2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다시 보고할 예정이다.

정작 계약해지를 앞둔 기간제 노동자들은 해고 여부를 직접 듣지 못했다. 김효숙 KBS기간제사원협회 대표는 “소문이나 노조를 통해 해고 소식을 듣거나 개인적으로 상사에게 듣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KBS기간제사원협회는 해고에 대해 “KBS 경영진의 무능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경영진이 책임지지 못하고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회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자리가 희망이라는 방송을 하면서 정작 내적으로는 당사자들과 대화나 합의의 노력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정규직 노조인 KBS노동조합은 “연봉계약직의 고용위기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예견되었다는 점에서 사측은 무엇을 했는지 한스럽기 짝이 없다”며 “KBS를 만들기 위해 함께 땀 흘려 온 동료들이 헌신짝 처럼 버려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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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기간제 , 비정규법 , 대량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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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국영방송kbsdml"일자리가 희망이다"라는 구호 속의 kbs를 위해 일해 온 비정규직 해고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