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논의하는 5인 연석회의는 기만

[기고] 민주노총은 정치권 타협의 들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고] 민주노총은 정치권 타협의 들러리에서 나와야 한다

비정규직 대량실업의 위협을 유포하면서 한나라당은 ‘비정규법 유예’를 당론으로 정했고, 민주당은 ‘현행 비정규직 법을 유지하고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교섭단체 여야3당이 제안한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가 6월 18일 열렸다.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는 현 정국을 어떻게든 벗어나보려는 한나라당의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도 자신이 만든 비정규직법에 대한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한나라당의 유예 안에만 반대할 뿐,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비정규법 시행 2년 만에 이 법이 얼마나 악법인지 만천하게 드러났다. 수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이 법 때문에 해고되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것이 ‘2년 기간제한’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자본은 상시적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정리하고 난 이후 1년짜리로 계속 교체사용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집단적인 해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기간을 유예하거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우리사회는 무수히 많은 단기계약직으로 채워질 것이다.

민주당도 거짓말을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안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서 마치 이 법이 정규직 전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현행유지를 주장한다. 그들은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법안으로 인해 상시적이고 주기적으로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눈을 감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둔 채 ‘유예냐 현행 유지냐’로 논쟁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가 바로 그런 놀음의 장이다. 사용기간을 늘리거나 유예하자는 정부 혹은 한나라당의 입장이든지, 현행법을 유지하고 정규직 전환기금을 마련하자는 민주당의 입장이든 약간의 절충과 타협이 있을 뿐,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은 다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에 파견, 외주, 용역, 도급, 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대책과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으면서 이런 놀음의 장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14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연석회의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했다. 민주노총에서 마련한 권리보장입법안은 “기간제법·파견법 폐지와 직업안정법, 근로기준법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민주노총의 입장을 제대로 드러내려면 한나라당의 비정규법 유예 안에도 반대해야 하지만 민주당의 “현행법 유지와 정규직 전환기금” 입장과도 맞서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연석회의에 참여하면서 “정부여당이 유포하는 근거없는 해고대란설과 시행유예 시도를 차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적 요구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지원을 적극 쟁점화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비정규법이 정규직 전환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서 “비정규법 시행 2년의 정책효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상 민주당의 ‘현행법 유지’ 입장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비정규법안 3년 유예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5인 연석회의’에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 연석회의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의 ‘현행법 유지와 정규직 전환기금’ 따위의 말장난에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정치권의 타협에 들러리를 서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을 마련하였고 이것이 정치권의 타협이나 논의로 관철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5인연석회의’를 과감하게 깨고, 비정규법이 얼마나 악법인지를 제대로 드러내고, 비정규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 민주노총은 진정한 노동자의 대표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덧붙이는 말

김혜진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입니다.

태그

비정규직 , 환경노동위원회 , 비정규직법 , 정규직 전환 , 민주노총 , 5인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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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민주당과 입장이 같다는 이야기는 지금 님글에서 첨 듣는데.
    그리고 이야기 들어보니,다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판깨느냐만 남은걸로 아는데..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정말 들러리설까봐 우려돼서 쓰는것인지, 아니면 거봐 내 통찰력있는 비판과 압력으로 지도부의 야햡을 막았어..라고 자족하기 위해서인지.

  • 답답함

    무엇으로 투쟁을 조직한단 말입니까..참여안하면 무얼 할것인가요? 민주노총이 대체 당장 무얼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시길 바랍니다. 투쟁을 조직한다.. 이런말 이제 그만합시다.

  • 서울노동자

    5인 연석회의가 한계도 있겠지만 최대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한나라당만의 100만 대란설 비판도 하고,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요.. 들어가더라도 원칙에 안맞는 야합만 안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면 전술적인 활용도 가능하지요. 민주노총의 지금 입장도 원칙에 안맞는 합의하느니 판깨고 나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요..
    노정간에 교섭은 모두 문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