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검은 옷을 입은 30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 방배경찰서 뒤편 강 모 변호사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하얀 색 머리띠를 맸다. 그들의 머리띠에는 “임금 체불 해결하라” “부당해고 철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은 코리아오페라콰이어 단원들이다.
▲ 그들이 맨 하얀색 머리띠에는 “임금 체불 해결하라” “부당해고 철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
코리아오페라콰이어는 서 모 목사가 상임공동대표 이사로 있고 복지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에서 문화나눔사업의 일환으로 활동 중이던 합창단 활동을 승계한 것으로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선정되어 운영 중인 단체다. 인권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강 모 변호사가 최근까지 대표를 맡아 운영해 왔다.
지난 5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힌 단원들은 5월 22~23일에 고양아람누리극장에서 했던 오페라 ‘루치아’ 이후에 4개월여의 시간 동안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해고된 김 모 씨는 꿈을 안고 코리아오페라콰이어에 들어왔다. 그의 꿈은 열심히 노래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노래를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코리아오페라콰이어가 맘에 들었다. 비록 월급은 노동부에서 나오는 인건비 지원 83만 7천 원에 공연수당이 전부였지만 꿈을 꿀 수 있어 좋았다.
그는 총괄이사라는 직함을 받았다. 코리아오페라콰이어 단원들은 모두 이사다.
“단원들 하나하나가 운영의 주체가 되라는 좋은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모든 일을 너희들이 책임지고 알아서 하라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지휘자도 없고 반주자도 없다. 단장도 없고 단체를 책임져야 할 대표는 미국으로 떠나 사실상 공석이다.
“원래는 지휘자를 선임하고 단원들을 뽑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들어와 보니 지휘자도 없더라구요”
▲ 강 모 변호사 사무실 앞에 선 단원들은 하얀색 머리띠에 피켓을 들고 침묵했다. |
김 모 씨는 총괄이사라는 직책을 맡고 있기에 다양한 공연들을 기획했었다. 그가 지난 6월 작성한 ‘코리아오페라콰이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획안’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서음악회며, 대학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위로할 콘서트, 양재시민의 숲에서 하고 싶었던 숲속 음악회 등 그가 꿈꿨던 공연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해고였다.
“6월 16일이었어요. 제가 공문서 위조를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날 저는 시설물 보완 등을 위해 출근해 있었거든요”
관행처럼 여겨지던 악습이 있었다.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합창단이기에 매일 출근하기보다 개인연습과 함께 연습 시간을 정한 날에만 출근해 왔던 일이다. 출근부에는 한꺼번에 서명을 했다. 함께 운영 중인 오케스트라도 관행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단체에서도 용인했던 일이다. 9월에 나온 공지에서도 “9월 임금 지급을 위한 출석부를 기념관(오케스트라 사무실)에 부탁해 맡겨 놓았으니 전원 작성해 다시 맡겨 달라”고 했다. 이랬던 일이 공문서 위조라는 해고의 이유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고를 하려면 징계위원회 같은 걸 꾸려서 결정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대표 직권으로 하루아침에 해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고된 사람이 총괄이사, 총무이사, 파트장 등 7명이다. 단원들은 해고의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5월 루치아 공연 이후 단체가 공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단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은 사임한 이 모 전 단장과 공연 당 18만 원의 수당을 받기로 구두계약을 했다. 하지만 단체 측은 기본급에 공연 수당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수당도 못 받고 동료들까지 해고되자 7월 3일 전체 단원 40명은 대표 해임안을 냈다. 그리고 7월 23일 노동부 강남지청에 민원도 냈다.
“4개월 동안 공연도 한 번 못하고 거리를 헤매고 있어요. 세상에 좋은 선생님이 많지만 최고의 선생님은 무대거든요. 무대는 저희 삶이구요.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저 무대에 서게 해 달라는 겁니다. 하루 빨리 합창단이 정상화 되고 저도 복직해서 노래하고 싶어요”
해고가 되지 않은 35명의 단원들은 자신들의 월급을 모아 해고자들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진짜 나눔과 기쁨이죠”
옆에 있던 단원들이 헛웃음을 날린다. 코리아오페라콰이어의 운명은 오는 28일 있을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단체 측은 새 대표를 선임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코리아오페라콰이어는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전 대표도 사임하고 현 대표도 부재 중이라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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