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정치가 실종된 6.2 지방선거

[6.2선거를 말한다](2) 반MB연합에 편입된 ‘노동자정치세력화’

노동자민중의 피를 뿌리며 스스로 판 무덤에 빠진 이명박정권

집권 후 지난 2년 반동안 안하무인격으로 반민중적 전횡을 일삼아 왔던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집권 원년인 2008년 광우병 미국쇠고기 수입강행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팔아먹는 정권임을 만천하에 보여 주었다. 2009년 용산참사로 생존권을 요구하는 민중을 무차별 살해하는 정권임이 드러났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을 무력으로 짓밟고, 노조를 죽이기 위해 그야말로 백화점식 탄압을 자행했다. 75%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여 스스로 무덤을 팠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충청권이 등을 돌렸다. 막판에 천안함 사태를 고리타분한 ‘북풍’으로 이용하는 얄팍한 간교함마저 드러내었다. 이 정도면 이명박정권의 지방선거패배는 사필귀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단일화가 있었다. 아마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만으로는 이명박정권을 이 정도로 패배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이명박정권으로부터 이반된 민심을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있는 그릇이 못되기 때문이다. 야권단일화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성’이 그 빈 곳을 메우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정권이 패배한 것은 스스로의 실정에 의한 것이지만, 야권단일화가 일정정도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6.2지방선거에 노동자는 없었다

‘반MB정권 심판투쟁’ 승리의 흥분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노동자민중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가?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노동자민중의 앞날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인가?

5월 22일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6.2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이슈는 천안함사태(37.4%), 4대강사업(30.4%), 세종시문제(11%), 무상급식(9.1%), 기타(3.3%) 등이었다. 이런 상황은 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4대강사업과 천안함사태의 중요도 순위가 바뀐 것 외에는 대동소이했다.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가장 극심한 탄압을 받아 생존권과 노동3권이 고사되고 있는 노동문제는 6.2 지자체 선거의 주요 이슈의 축에도 끼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명박정권의 참패가 확인된 6월 3일, 노동부는 타임오프제 매뉴얼을 발표했다. 상급단체 파견자 전임 불인정, 노사공동이익 사안 외의 전임활동 불인정, 7.1부터 전임자임금 지급중단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상황을 놓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노동자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4대강문제가 선거의 핵심이슈가 되고 노동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두 이슈 간의 중대함의 차이 때문일까? 두 이슈 모두 노동자민중의 삶에 중대한 문제이지만, 4대강 문제는 시종일관 투쟁의 중심에 있었고, 노동문제는 그렇지 못한 차이가 있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계가 농성, 시위, 단식투쟁을 할 때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할 민주노총은 4.28 총파업을 유보했고 이틀 후 근심위는 타임오프제를 날치기 처리해버렸다. 5월 13일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남지역 야권단일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집행위원회를 창원에서 열었다. 그런데 그날 민주노총은 6월 총파업을 폐기하는 결정을 했다. 선거판에서 후보들에게 노동자문제를 주요한 요구로 받아 안게 해도 모자랄 판에 정작 투쟁해야 할 주체들이 투쟁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러할진대 선거 판에서 누가 노동문제를 주요한 이슈로 제기하겠는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리 먼일도 아니다. 해방 후 50년만에 이른바 ‘민주화정권’이 들어선 지난 97년을 누가 잊을 수 있는가? 노동자들이 그 ‘민주화정권’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 하에서도 한 치의 변화없이 노동자들은 정부로부터 박해의 대상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대정부 투쟁의 기치를 일순간도 거둘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와 민주노동당은 ‘야권단일화’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MB정권을 심판한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정권 10년간 정리해고, 공기업민영화, 노사관계로드맵, 공무원노조 출범대회장 봉쇄 및 사무실폐쇄 등 반노동자정책으로 일관했던 민주당 및 국민참여당과 손을 잡았다.

사회민주화든 사회변혁이든 그 지난한 노정에서 당면의 적에 맞서기 위해 상이한 정치세력이 연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유연함에도 원칙은 있다. 원칙이 없으면 유연함이 아니라 협잡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원칙이란 중심을 튼튼히 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주창해 온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민중으로부터 버림받은 그 정치세력들과 손을 잡으면서 그들의 반성이나 향후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중시하겠다는 약속을 명시적으로 받은 바 없다. 최소한의 원칙도 없다. 때문에 6.2 지자체 선거에서 ‘반MB 야권단일화’ 후보들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중요한 정치문제로 만들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 양당구도에 편입되어버린 ‘노동자정치세력화’

6.2 지자체 선거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민주당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광역단체장 7석을 확보하고, 20% 내외의 지지율에 맴돌던 민주당은 40% 이상의 지지율로 급상승했다. 그렇다면 그들과 야권단일화를 선택한 민주노동당은 어떤가? 노동자민중의 반대 편에 서왔던 신자유주의 정당들을 지원하는 대가로 수도권 2곳을 포함한 기초단체장 3자리를 얻었다. 광역의원 28명(2006년 25명), 기초의원 141명(2006년 80명) 등 2006년 지방선거에 비해 일정정도 약진했다. 그들이 얻은 것은 단지 이것뿐이지만, 대가는 매우 크다.

지난 10수년간 노동자들이 염원해 왔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이제 자력으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공동지방정부’를 정면으로 내걸었듯이 2012년 대선에서 ‘공동중앙정부’ 즉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민주대연합’으로 갈 것이다. 그 논란의 과정에서 노동자민중 내부를 흔들면서 단결을 저해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선거연합 구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진보신당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 그들은 ‘5+4회의’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발을 뺐다. 후보사퇴 파동으로 막판까지 그들의 중심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했다.

지난 10년간의 민주당(열우당) 정권이 그 본질과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줌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낳았다. 그러나 이 위기는 장기적으로 보면 진보변혁 정치세력이 한국사회에서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질적 양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양당은 그 기회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정치판은 다시 보수 양당구도로 자리잡았다. 진보정당들은 보수 양당 간의 지형변화에 약간의 변수에 불과한 위치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관련하여 노회찬 후보에 대해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한명숙후보와 노회찬후보의 지향이 별로 다른 것 같지도 않는데 왜 단일화하지 않았느냐?’ 이것은 노사모의 불만토로가 아니라 진보양당에 대한 대중적 판단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은 진보신당에 대해 이 정도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동일시는 더할 것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노동자민중의 꿈과 비전이 담긴 것이었다. 노동해방, 민중해방,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사회... 이런 꿈과 비젼이 있는 ‘노동자민중정치’인 것이다. 진보양당 당원들이 가슴에 안고 있는 비전이 무엇이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회적으로 외화된 진보양당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이런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반MB야권단일화 = 노동자민중의 사분오열”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자체 선거 전부터 ‘진보정당 통합’을 주장했다. 그리고 선거에 임박해서는 ‘야권단일화’를 강행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제기하는 화두가 ‘단일화 내지는 통합’이다. 그러나 노동자 대중의 전국적인 조직인 민주노총이 가장 중시해야 할 ‘노동자단결’을 완전히 훼손시켜 버렸다. 민주노총이 6.2 지방선거에서 초래한 것은 노동자의 분열이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진보정당 통합’ 추진은 노동자정치운동의 단결을 내세움으로써 마치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단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포장’했다. ‘진보정당 통합’이 기만적인 포장이나 헛된 수사가 아니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내 다양한 정치세력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연대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당 통합 운운하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강행함으로써 그 기만성이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진보대연합’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하는 마당에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합을 강행한 것은 노동자민중의 진보변혁정치운동 세력의 연대를 포기한 것이었다.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하려는 정치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진보정당 통합 노력 각서를 쓰고 민주노총후보가 된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민주노총 후보인 심상정후보를 제껴두고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유시민 후보와 정책연대 조인식을 한 것은 민주노총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지난 십수년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를 민주노총 방침으로 내세우며 변혁적 노동자정치운동을 질곡시켜왔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워 왔던 ‘정치방침’마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노조상층의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농단되어버린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야권단일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을지는 모르나, 노동자민중의 단결은 질곡시켰다. 그 결과 6.2 지방선거국면에서 조합원대중이 주체가 되어 연대투쟁할 수 있는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대중투쟁도 실종되었고, 노동자정치도 실종되었다. 따라서 6.2 지방선거가 보여준 역사적 교훈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원칙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실종된 노동자정치를 복원시켜 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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