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유로 노조간부 처벌은 대표적 악습”

파업권 토론회...업무방해와 공동정범이론 파업권 무력화 수단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제도에 맞선 금속노조 파업을 노동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노총이 파업권과 파업에 대한 각종 형사 처벌의 문제점을 짚었다. 민주노총은 29일 오후 2시 ‘파업권 침해, 업무방해죄 적용 문제점’ 토론회를 열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도재형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을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도 교섭사항에 포함되고, 이에 관한 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도 교수는 이날 토론회 발료에서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파업의 정당성 여부와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살폈다.

도재형 교수는 “법원은 1990년대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확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조력했고 그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1997년 말에 닥친 외환위기였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은 중소 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업장과 공무원 등 공공 부분과 사무직 근로자들까지 이뤄졌다. 도재형 교수는 “공공 부문과 대규모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파업이 진행됐지만 대법원은 경영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항하는 파업권의 행사를 전면 부정하는 법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이런 입장을 취한 이유로 도 교수는 “당시 한국에서 시급하였던, 구조조정 작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판례 법리는 한국에서 인원 삭감 중심의 구조조정 작업이 보편화되는 결과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이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 사항에서 제외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선 견해가 대립한다”고 설명했다. 유니언 숍, 조합비 공제, 조합활동의 절차나 방법, 조합활동에 관한 편의제공,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절차와 방법, 노동쟁의의 해결 절차 등과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 사항이 되는지, 그리고 그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것이다.

도 교수에 따르면 정부나 경영계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없고 파업의 목적으로 삼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법 학계의 주류적 입장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 사항 및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재형 교수는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집단적 노사관계의 안정 내지 보장이 불가결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을 교섭 사항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 “노조법 제29조 제1항도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위한 사항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위한 사항’에 관하여도 교섭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학계 주류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두 번에 발제에 나선 김선수 변호사(민변 회장)는 ‘파업과 위력업무방해죄’에 대해 다뤘다.

김선수 변호사는 “프랑스에서는 파업에 대한 형사면책의 과정을 통해 일반적인 업무방해죄가 폐지되었고, 일본에서는 위력업무방해죄 조항이 유지되고 있으나 집단적 노무제공거부 방법에 의한 파업 일반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생산관리와 직장점거 및 피케팅 등에 예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위력업무방해죄가 집단적 노무제공거부 방법에 의한 평화적인 파업에도 적용되어 노조간부들을 형사처벌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변호사에 따르면 위력업무방해죄의 남용은 쟁의행위 관련 형사처벌을 받은 노조간부에게 적용된 죄명 중 단일죄명으로는 위력업무방해죄가 가장 많았다. 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해당 조항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위력업무방해죄만 적용하여 기소하는 실태도 드러난다. 김 변호사는 “파업을 이유로 노조간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남용은 사용자로 하여금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을 유도하여 국가권력을 통해 노조를 탄압하도록 유인함으로써 노사관계를 격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평화적 파업에 대해 수단과 방법상의 위법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단지 절차상 또는 목적상의 정당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력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집단적 노무제공거부 방법에 의한 파업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의 일종인 파업을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근로자의 단결 자체를 금지하고 범죄로 처벌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또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이라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로지 근로자라는 신분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권도 침해하는 위헌적 해석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방법에 의한 파업을 이유로 노조간부를 처벌하는 것은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국제노동규약들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파업에 대한 형사면책의 법리를 확립한 역사와 한국의 헌법에 의한 단체행동권 보장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한국노사관계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악습“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파업과 산별노조, 상급단체 간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의 문제점’ 을 발표했다. 송 변호사는 산별노조나 상급단체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본연의 업무수행을 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진행된 파업의 결과에 대한 본질적 기여,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다는 식의 수사 및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로 인한 노동기본권 침해문제를 다뤘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공모하여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의 실행에 나아간 때에는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한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공모공동정범이론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조항과 더불어 노동자들에 대한 처벌을 확대하고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주요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정부는 공모공동정범 이론을 통해 산별노조나 상급단체의 간부가 노동조합의 각종 회의체나 집행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규약.규정에 따라 소속 단위사업장에서 발생되는 노동현안에 대한 상황공유, 대책마련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이를 범죄행위에 대한 ‘공모’와 동일시 해 왔다. 이를 통해 상급단체 간부에게 해당 사업장 파업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우고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상급단체의 관여에 대하여는 형사책임을 물어왔다.

송영섭 변호사는 “구체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한 자를 공모공동정범 이론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의 법리에 위반된다”며 “공모공동정범이론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여과없이 적용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적 속성과 배치되고 불합리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공동하여 죄를 범한 자’에 해당하여야 하므로, 범죄에 대한 ‘공모’뿐만 아니라 계획된 범죄에 대한 ‘실행행위의 분담’을 한 자에 대하여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인데도 공모공동정범 개념은 실행행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공모’만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처벌을 가능하게 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봤다.

송 변호사는 이어 “산별노조나 상급단체가 각종 회의체나 집행기관을 통해 현안이 발생된 사업장의 상황 공유, 사태의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 외부로 알려내는 사회적인 이슈화 등을 집행하는 활동은 법상 부여된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자체를 범죄시 할 수 없다”며 “공모공동정범이론을 통해, 범죄 혐의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발생된 결과에 대한 준비와 공모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며, 실제 준비와 공모가 없었던 사건이라도 없는 사실을 없었다고 입증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결국 형사처벌을 지게 되는 불합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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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 업무방해죄 , 공모공동정범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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