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사내하청은 위장도급”

2년 이상 된 사내하청노동자는 현대차 정규직 간주 판결

2년 이상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 고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22일 대법원이 판결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5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2년 이상 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와 같은 완성차와 컨베이어벨트 자동흐름방식에서 일하는 자동차 부품회사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회사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직접고용 간주시점 이후부터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청구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 고용안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02년 이후 제조업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사용자들이 도급으로 위장하기 위해 하청업체의 반장, 직장 등을 이른바 ‘현장대리인(현장관리인)’으로 두며 이를 근거로 ‘도급’이라고 주장해 왔던 불법행태에 쐐기를 박는 판결이다. 대법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들은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 하청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행태다. 이런 행태는 합법적인 도급이 아니라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합법도급을 위장한 불법 파견에 쐐기

파견업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과 일을 시키는 기업이 다른 경우로 근로자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애초 노동자를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은 허용이 안 됐지만 98년 파견법으로 일부 업종에만 노동자를 공급하는 파견업이 허용됐다.

그런데 파견 가능 업종이 아니더라도 업무 계약을 통해 사실상 파견처럼 인력계약을 하는 방식이 도급이다. 도급은 A(원청)기업에 필요한 일의 일부를 B(하청)기업에 도급계약을 통해 맡기면 B기업은 계약상 맡은 일을 완성해 A기업에 전해 주면 된다. 문제는 B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터가 A기업 안에 있을 때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심지어 원청기업 관리자가 하청기업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노무관리를 한다. 명백한 불법파견인데도 도급계약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라고 부른다. 결국 대법원은 이런 방식의 노동자 관리를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판사 차한성 대법관)는 이번 판결에서 “2005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원청회사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최병승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 관련 2008년 2월 12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자동차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옛 파견법 조항을 근거로 “최 조합원은 2004년 3월 13일부터 현대자동차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현대자동차가 최 조합원을 직접 고용한 것을 전제로 하급 법원에서 다시 다루어야 한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을 위장도급으로 본 근거는 △현대자동차 조립 생산 방식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최병승 조합원이 컨베이어벨트 공정에 종사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 근로자와 혼재 배치 △현대자동차 소유의 생산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 사용-현대자동차가 미리 작성 작업지시서 교부 △사내협력업체 현장관리인의 지휘명령권이 있어도 현대자동차의 결정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 △현대자동차가 직접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근태상황, 인원현황 파악 관리 등을 들었다. 대법은 이런 사실에 비추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파견되어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봤다.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엔 근로자를 파견하면 불법이다.

“대법, 산업에 끼치는 영향 커 고심 끝에 내린 결정, ‘모두 불법’”

이번 소송을 제기한 최병승 조합원은 지난 2002년 3월 13일 현대차울산공장의 한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 2월 2일 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최병승 조합원은 2006년 12월 21일 개정되어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이전의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옛 파견법) 6조 3항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근거해 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자동차가 직접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와 각 법원은 그 동안 최 조합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또 옛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대해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 해석할 수 없다”며 불법파견을 이유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담긴 옛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현대자동차 내의 사내하청업체는 위장도급이며, 2년이 지난 시점이 아니라 하청노동자를 채용한 시점부터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근무기간이 2년이 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을 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록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2년이 지나지 않은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간주하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원청회사에 의해 직접 노무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매우 의미 있고 진전된 판례”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금속노조는 또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현대자동차 뿐 만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노무를 이용해 왔고 또 이용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무려 고등법원 판결 이후 2년 4개월간의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완성업체, 부품업체, 여타제조업 사내하청에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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