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구럼비의 눈물…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인터뷰] 강정마을 주민 김성규 씨, 해군이라 쓰고 해적이라 읽는다

살아가는데 굳이 법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들, 크고 작은 다툼이 있어도 함께 술 한 잔 하고 나면 그만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름답고 넉넉한 마음을 가졌던 땅과 바다가 있었고, 이를 찾아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던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이 4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만난 일 없을 것 같았던 법과 땅바닥을 나뒹굴고, 서로 등을 돌리고 입을 굳게 닫았다. 땅과 바다는 파헤쳐지고 깨졌다. 멀리서 찾아 온 사람들은 경찰과 철판으로 만들어진 펜스에 막혔다.

  김성규 씨는 '국방부의 땅'에서 쫓겨나 다른 마을에서 임대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 당신 땅은 국방부 땅이니 농사를 치워라…

강정마을에서 한라봉 농사를 짓던 김성규(46)씨는 이 모든 것이 곤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한 번 크게 켜면 사라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해군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해군기지 사업을 설명하고 주민들과 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꼼수와 힘을 동원했다. 이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굴복시키는 과정이었다.

김성규 씨는 현재 ‘국방부의 소유가 되어버린 땅’, 그래서 철재 펜스로 가로막힌 땅에서 한라봉 농사를 지었었다.

“뺏겼죠 뭐. 작년 7월인가 법원에 공탁을 해놨다면서 해군측에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이제 그 땅은 국방부 땅이니까 농사를 치우라고…. 나 참, 기가 막혀서. 사전에 당사자인 나한테 한 마디 설명을 해주거나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어요. 그냥 문서만 우편으로 몇 번 왔었죠. 아니 농사짓고 있는 사람한테 땅을 강제수용하려면 최소한 무슨 설명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땅이 강제수용 되고 나서는 계속 전화를 하더라구요. 언제 농사 그만 둘꺼냐고. 올 3월까지 줄기차게 독촉하면서 ‘국방부 땅을 무단점유 하고 있다’면서 계속 이러면 ‘벌금을 때리겠다’고 협박·공갈을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그냥 막무가내에요.”


  '대한민국 해적의 재산' 강정마을에서는 해군이라 쓰고 해적이라 읽는다.

정말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왜 숨기면서 합니까?

강정마을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건설되든 안 되든 공정하고 투명하게 주민들과 대화하고 결정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일방적인 방법으로 추진된 해군기지 사업 과정을 볼 때, 국가가 ‘평화의 섬’이라고 지정한 제주도에 대규모 해군기지가 왜 건설되어야 하는지 정부과 해군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정말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왜 숨기면서 합니까? 나라에서 주민 전체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고 주민들의 입장도 듣고 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되겠습니까? 국책사업이라면 투명하게 절차를 밟아야지 이렇게 기습적으로 일을 숨겨가면서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밀어붙이면…”

“전 마을회장도 그래요. 마을 공동체의 일이면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모여서 투표고 뭐고 그냥 박수치고 만장일치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해버렸어요. 이건 마을 전체가 완전히 바뀌는 문제고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김성규 씨는 전 마을회장이 주도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이 뻔하다고 했다. 해군이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숨기고 빨리 처리해버리자고 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천지 이런 죄명도 있더라
강정마을의 죄명은 ‘평화를 위해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마을 주민들을 범죄자로 만들어갔다. 구속과 벌금형, 그리고 아직도 무차별 날아오고 있는 소환장에 시달리는 이들이 200여 명에 이른다. 굳이 법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던 마을 주민들이 5명당 1명꼴로 경찰서를 들락날락 하게 된 것이다.

  해군이 세운 철판 펜스. 김성규 씨는 강정마을의 죄명을 '평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여기 강정마을 주민들이 다 범죄자가 돼버렸어요. 저기 모여서 있는(촛불문화제) 사람들 중에 법을 어겼다고 벌금 물어야 할 일 있었겠습니까? 없어요. 저기 범죄자가 될 사람이 누가 있어요. 모두 법 없이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더 힘들었죠. 법을 잘 모르니까.”

“해군과 경찰이 아주 조금한 것까지 꼬투리를 잡아서 주민들을 못 살게 굴었어요. 전 마을회장이 있을 때, 그 집에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협박죄로 벌금을 물게 된 사람도 있었어요. 아마 그게 이번 해군기지 때문에 주민이 벌금을 물게 된 첫 번째였을 거예요. 또 해군들이 묵는 민박집에 찾아가 항의하면 업무방해로 걸고…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끼리 토닥토닥 싸워도 별일 없었어요. 그냥 자기들끼리 술 한 잔 하면 그걸로 끝났죠. 근대 이 건 뭐 해군 앞에서 가래침을 뱉었다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받은 사람도 있으니….”


검찰과 경찰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그들이 자신의 권위를 억지스런 방식으로 세우려고 하면 할수록 국민들 사이에서 그 권위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빈정거림의 대상에 되고 있다.

“법이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있어요. 법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인 세상이죠. 이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법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법이 있어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죄 없이 구속되는 거더라구요. 다 자기들 좋으라고 만든 법이에요.”

김성규 씨는 마을 사람이 나라에서 상 받으면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달라졌다. 사람들이 나라에서 받은 상패를 보거나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개뿔이 상은 무슨 상이라고’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해군기지 사업은 그렇게 순진하던 민심으로부터 국가의 권위가 부정되게끔 만들었다.

“툭하면 벌금 물리고, 툭하면 소환장에 고소장이 날아오고… 마을 주민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우리 마을이 이렇게 된 건 다 해군 책임입니다. 정말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면 사전에 충분히 공지를 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설득을 하는 것이 원칙 아닙니까. 근데 동네 이간질이나 시켜서 다 망가뜨리고, 주민들 모두 범죄자로 만들고… 순전히 다 자기들 멋대로….”

  강정마을 벽화. '이 정경 그대로 평화다'

“강정마을의 죄명은 ‘평화를 위해서’ 입니다. 대한민국 천지에 그런 죄가 있다는 걸 해군기지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사기꾼과 다름없는 정부와 해군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분노케 하는 것은 정부와 해군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제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정부와 해군은 사기꾼과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염두에도 없고 떳떳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진행해온 과정이 그랬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빨갱이’ ‘종북좌파세력’으로 몰아붙이며 강압적으로 굴복시키려는 태도가 그랬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가 막혀서…. “이 나라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면 다 빨갱입니까? 한번쯤 정부 일에 반대 안 해본 사람이 없을텐데, 그럼 이 나라 국민 중에 빨갱이 아닌 사람이 몇이나 남겠습니까? 완전히 다 빨갱이라는 소립니까?”

“언론 앞에서는 해군 장교가 주민들한테 사정하고 쩔쩔매는 것처럼 연기를 해요. 그러다가 여기에 오면 국가가 한다는데 왜 막냐고 떳떳하게 소치쳐요. 심지어 주민들한테 ‘날 건드리기만 해봐’라는 식으로 살살 약을 올리면서 깔봐요.”


강정마을 사람들은 당장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 얼렁뚱땅 넘어가버린 절차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규 씨는 정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그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인데, 정부나 해군은 국민들의 의견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공정하게 주민투표를 하자고 해도 해군이나 도에서 안 해요. 해봐야 자기들이 질 게 너무 뻔하니까. 도에서 여론조사를 800명이나 했다는데, 제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사람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제대로 안한 거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신경을 안 쓰는 거예요.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중요하지 않은 거죠.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 거예요. 뭐 자기들 말대로 빨갱이로 보는가 보죠.”


그렇게 정부와 해군은 그들의 힘을 동원해 모래밭 위에 국책사업과 공권력의 권위를 억지로 세워가고 있었지만 모래알 한 알 한 알이 그 억지 권위를 언제까지 지탱해 줄까.

가족의 역사를 함께한 바다와 땅,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매일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정마을~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국방부의 땅’에서 쫓겨난 김성규 씨는 다른 마을에 땅을 임대해서 출퇴근 하듯 농사를 짓고 있다. 일 때문에 타지에 나갔던 1년을 제외하면 나고 자란 이 강정마을을 떠난 적이 없는 김성규 씨에게 구럼비의 언덕과 바위, 그리고 바다는 그대로 삶이었다.

“해군이 펜스로 벽을 친 안쪽에 제가 관리하던 하우스가 있었는데, 일하면서 그 지붕에 올라가 구럼비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어렸을 때 물놀이에 낚시도 하고 무한정 놀던 곳인데, 하루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컥한 적도 있어요.”

“우리 어머니께도 저 바다는 의미가 큽니다. 우리 집은 옛날부터 가난해서 땅도 별로 없어 농사도 많이 못 지었어요. 그러니 어머니가 바다에 나가서 일하시고 그 바다에서 나오는 것으로 우리 6남매를 모두 키워내셨어요.”


  해군이 쌓은 장벽 넘어로 구럼비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강정마을과 구럼비가 남들과 똑같은 의미일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릴 적 기억과 구럼비의 품에서 농사를 짓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줍은 자랑을 늘어놓았다.

“강정마을은 겨울철에 해가 범섬 사이로 뜨는데 너무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는 성산일출보다 여기가 더 좋습니다. 어릴 때 수경을 쓰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해초 사이로 물고기 떼가 지나가고… 정말 너무 멋있는 세계였습니다. 진짜로… 물론 멋진 곳이야 많겠지만 제가 여기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이 파헤쳐지고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김성규 씨와 인터뷰를 하던 날, 해군의 설명과는 다르게 굴삭기에 의해 구럼비 바위가 깨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 됐다. 그 소식을 전하자 그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리고 소박한 웃음을 머금었던 그의 입에서 결국 욕설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나쁜놈의 XX들, 신경을 쓰고 궁리를 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조금이라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게 하는 공법으로 해야지 그렇게 무작정 구럼비 바위를 다 깨버리면 어떻하나. 자갈을 부어서 하든지, 그러면 나중에 복구하기도 쉬울텐데… 어차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드는 건데, 국민이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느닷없이 들이닥친 해군기지 건설 사업, 그 악몽 같은 4년이 모두 한낱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는 아직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구럼비의 이야기가 전국과 해외에도 알려지고 모든 이들이 강정마을을 지지해주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은 듯 했다.

담벼락에 올라 “해군기지~ 절대반대~ 강정마을~ 사랑해요~”를 노래하는 촛불문화제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희망이 없으면 사람이 어떻게 살겠어요. 그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태그

강정마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합동취재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111

    해군기지는 건설이 된다.

    조선과 전쟁으로 든 나가니까.
    조선과 19506.25평화협정이든

    고엽제 파묻는 미군들은 남조선에서 나갑니다.

    김대중 노구라 때
    노구라가 체결한 FTA 속에 있는데

    일본에 있던 미국 공군기지가 시끄러웠다.
    남조선으로 옮기는 것이 낫겟다고
    일본에서 미군철수를 주장했던 후텐마기지오키나와 미군기지 와 미태평양7함대 이전 문제가 된다.


    요즘은 미국령 괌으로 이사간다고 하지

  • 111

    저 해군기지는 통일후에 통합군 해군기지가 된다

    조선군+남조선군 +중국군+러시아군 + 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