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볼라벤 손실 350억원과 대기 중인 100억원

태풍 볼라벤으로 케이슨 파손, 심각하게 생각해야

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낮 12시 기준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공공시설 1560건·38억8200만원, 사유시설 1504건·65억6500만원 등 모두 2914건·103억6000만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정 앞바다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에 가거치 상태였던 9800톤짜리 케이슨 7동이 태풍 볼라벤에 의해 상당부분 파손되었음에도 이 피해는 잠정집계에 넣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케이슨의 윗 부분이 파손되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출처: 참소리]

아파트 74가구가 들어설 규모(90㎡기준)인 20m높이인 케이슨 1동의 제작 비용은 약 52억원. 무려 350억 원이나 되는 피해를 입은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렇게 파손되어 무너진 케이슨은 현재의 기술로는 원형 그대로 물 위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로지 수중발파를 통해 조각내어 회수할 수밖에 없어 이중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천연기념물인 연산호군락지 등 수중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게 될 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월 1일 강정마을회는 "보기에도 육중하고 철옹성처럼 보이는 케이슨이 파도 때문에 무너진 것은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한 강정 앞바다가 항만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뻔한 실패가 예상되는 설계를 승인하고 추진한 해군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해군측은 "제주해군기지 케이슨은 50년 빈도의 태풍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이번 제주에 내습한 '볼라벤'은 서귀포항 등 완성된 방파제도 파손시킬 만큼의 초대형 태풍이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재해에 의한 파손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케이슨 파손은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이에 대하여 제주대학 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1997년경 화순항 방파제가 케이슨 공법으로 설계되자 건설교통부 중앙설계심의위원회는 안정성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였고 이에 농어촌진흥공사의 수리모형 실험 결과 1998년 4월경 "케이슨 공법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 월파(越波)량이 많아 바다가 거친 제주지역에는 부적합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화순항 방파제 공법을 사석경사제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한 바 있다.

따라서 해군은 제주지역에서는 케이슨공법이 부적합하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공기단축 기타 이유로 무리하게 케이슨공법을 강행하다 350억 원이나 되는 국민혈세를 낭비한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케이슨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케이슨공법이 부적합한 지역에서 부실시공으로 설치하려고 하니 뭐가 제대로 되겠는가?

따라서 케이슨 파손은 해군의 주장처럼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군은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강정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하여 사석경사제 방식으로 방파제를 만드는 것도 쉽
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강정 앞바다가 해군기지 건설이 가능한 지역인지 자체가 의문시되지 않을 수 없다.


  제주 화순항 케이슨 제작 현장 [출처: 참소리]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350억여원의 대규모의 피해를 보았음에도 현재 화순항에는 강정앞바다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으로 투하하기 위한 8번째, 9번째 케이슨이 이미 완성되어, 그 중 하나는 대형 바지선에 선적되어 대기 중이다.

100억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다시, 돌이킬 수 없이 바다에 들어가 해양생태계만을 오염시키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에게만 끝없는 일거리를 담보하는 일이 뫼비우스이 띠처럼 계속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 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기사제휴=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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