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가짜 중앙위-셀프 제명 공방 속 분당 돌입

신당권파 '셀프 제명' vs 구당권파 '저지'... 진흙탕 싸움

통합진보당이 본격적인 분당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강기갑 대표의 분당 선언이 나오자 통진당 서울시당 당기위원회는 저녁 6시 30분 김제남,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비례대표 국회의원 4인을 제명 처리를 강행했다.

이들 4인은 제명처분을 받아들여 중앙당기위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바로 의원총회에서 제명여부 찬반 투표를 하게 된다. 이른바 ‘셀프 제명’을 강행하면서 본격적인 분당 절차에 돌입 한 것이다.

서울시당 당기위는 광역지방비례의원 2명, 기초지방비례의원 10명에 대한 제명도 결정했다. 이들도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강기갑 대표는 신당권파 비례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여 7일 오후 2시 국회 213호에서 이들 의원 제명을 결정할 의총을 소집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비례 의원 4인 제명 기자회견, 이상규·오병윤 의원 의총결과 발표, 이정미 대변인 구당권파 중앙위 무효 브리핑, 구청장 탈당 기자회견

제명처리 된 4인의 비례 의원들은 7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저희들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보다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구태와 패권적인 모습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안타깝게도 법규정상 비례대표들은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불가피하게 제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저희는 결코 개인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의원직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며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국민이 원하는 진보정치를 펼치기 위해 분명한 소신에 근거해 스스로 제명을 수용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당권파쪽 구청장들도 탈당을 선언했다. 수도권 최초의 진보정당 구청장이었던 통진당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도 국회에서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작금의 당 사태를 보며 저희들은 더 이상 통합진보당에 함께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특정세력에 휘둘리는 통합진보당은 더 이상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우며 그 생명력이 다했다”고 밝혔다.

구당권파 단독 중앙위 개최, 셀프 제명 막기 위한 당규 개정

반면 구당권파 쪽은 6일 오후 8시 구당권파 중앙위원들 단독으로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당규를 개정했다. 구당권파 중앙위원들은 △전자회의 및 전자투표 방식으로 선출할 수 없음 △최초의 원내대표 선출 및 원내대표 궐위 시 재적 의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로 의원총회 소집권자를 지명할 수 있음 △국회의원 제명은 소속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현행은 과반수) △당대회 의장단은 중앙위원회 재선 인원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선출 △2012년 하반기에 한하여 당대회와 중앙위원회 안건 및 회의자료 공개규정 예외 가능 등의 당규를 개정했다. 신당권파들의 셀프 제명 의총을 막고 원내를 장악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다.

구당권파들은 이어 7일 오전 9시 30분 통합진보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오명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날 의총은 6일 구당권파만 모인 중앙위원회에서 개정된 당규를 근거로 열렸다. 구당권파 쪽 이상규 의원은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당 국회의원 13명 중 6일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에서 제명 결정된 의원 4인과 6일 경기도당 당기위원회에서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 효력이 발생한 심상정 의원 등 5인을 제외하면 재적의원이 8인”이라며 “이중 강동원, 노회찬 의원이 불참해 6인이 재석해 의총이 성립돼 6인의 만장일치로 오병윤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신당권파, “가짜중앙위, 당헌 당규 위반”

신.구당권파가 각각 벼랑 끝 전술로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지만, 셀프 제명을 막으려는 구당권파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신당권파 쪽에선 구당권파들의 6일 중앙위원회를 가짜중앙위라고 규정했다. 중앙위는 당대표가 소집할 수 있으며, 중앙위원 1/3 이상의 소집 요구에 따른 개최 역시 소집요구 후 15일이 경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당권파 쪽은 지난 8월 2일 중앙위 개최를 요구한 상태라 15일이 지났다고 주장하지만, 신당권파는 구당권파가 소집을 요구한 중앙위는 8월 22일에 개최했기 때문에 절차상 소집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신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안동섭 경기도당위원장 등이 소집을 요구한 중앙위원회는 최고위원회 결정으로 지난 8월 22일 토론회로 이미 개최되었고, 그날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중앙위원 성원 문제를 가지고 다투기도 했다”며 “그 이후에 다시 소집요구를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8월 30일 최고위는 중앙위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위 결정 7일 만에 불법적인 중앙위원회 개최를 시도하고 그 모임의 논의 결과를 중앙위원회 결정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명백히 당헌 당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당권파의 단독 의총도 역시 효력이 없다는 것이 신당권파 입장이다. 이정미 당 대변인은 “구당권파 의원 6인의 의원총회는 어제 추진된 당헌 당규상에 전혀 근거도 없는 구당권파의 불법중앙위 결정에 근거함으로 오늘의 원내대표 선출 과정 역시 불법적인 결정으로 원천무효”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신당권파는 7일 오후 2시 비례대표 4인에 대한 셀프 제명 의총을 강행할 예정이다. 신당권파 쪽은 구당권파들이 의총을 막을 가능성이 있어 국회 경호 요원들에게 질서유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2시 의총에서 제명이 완결 되면 그 다음부터는 행정적으로 당과 결별한 상태가 된다”며 “4인의 비례대표들은 무소속으로 신당 창당의 흐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