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장 노동시간과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한국정치학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반 투표자보다 13~20% 정도 투표율이 낮으며, 투표를 못한 사유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비중이 64%에 달했다.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들이 투표 참여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기 시작한 1997년 이전의 대선 투표율이 80%를 웃돌았던 것에 비해, 비정규직의 증가와 비례해 투표율은 2007년 대선에 이르러선 69%까지 하락했다.
▲ 비정규직 증가율과 대선 투표율 변화추이 [출처: 민주노총] |
민주노총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 같은 참정권 제한에 주목해 참정권 보장 캠페인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정권이 제한되는 사업장에 대해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공직선거법이 보장하는 투표 참여의 권리를 선전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의 25%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캠페인 이전에 비해 참정권 행사에 도움을 얻었다는 대답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참정권 보장 캠페인을 벌인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는 민주노총의 지난 19대 총선 참정권 보장 캠페인의 효과에 주목한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일각이 함께 참여한다.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정권쟁취 운동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이 운동을 핵심 대선투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참정권 보장 캠페인이 대선 정국의 판도를 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8대 대선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면 83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표심이 승부의 향방을 가르게 되는 것이다. 역대 최대 표차를 기록했던 지난 17대 대선의 표차는 530만 표였다.
▲ 지난 4월, 민주노총 참정권 보장 캠페인 [출처: 노동과 세계]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투표용지 한 장을 얻기 위해 자신의 직장과 맞바꿔야 하는 현실은 비정규직을 정치에서 소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정권 보장 캠페인이 비정규직의 정치적 권리보장에 접근하는 첫 번째 투쟁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참정권 보장 캠페인을 통한 비정규직의 정치적 권리 실현을 다짐했다.
이남신 비정규직센터 소장은 “비정규직의 사회, 경제적 소외가 이슈로 부각했지만 아직 정치적 배제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상에 명시된 권리 뿐 아니라 실질적 참여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남신 소장은 이직률이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투표소를 확대 설치하고,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