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후 ‘공정기업’한다던 회장님, ‘빚 떠넘기기’?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만도 자회사에 개인회사 매각한 이유는?

“미래의 한라는 구성원 각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이 될 뿐만 아니라 노력하고 공헌한 만큼 대가를 주는 공정한 원리의 기업을 지향할 것이다.” 지난해 9월, 한라그룹 50주년 기념식에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공언했던 말이다.

하지만 기념식 불과 한 달 전, 정 회장이 사장으로 있던 만도(주)에서는 공격적 직장폐쇄와 기업노조 설립 등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전격 실행됐다. 이후 만도 현장에는 ‘공정원리’와 배치되는 임금 차별이 이뤄졌다. 사측의 개입으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만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750만 원이 전달됐다.

‘노조파괴’ 사건을 비롯해, 정몽원 회장의 잇따른 행보는 ‘공정기업 지향’과는 거리가 멀다. 정 회장은 최근 개인 소유였던 부실덩어리 회사들을 한라그룹 계열사로 모두 처분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부채는 한라그룹 계열사가 떠안게 됐고, 정회장은 자신 소유의 부실 회사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출처: 한라그룹 홈페이지]

정몽원 회장의 빚덩어리 개인회사 ‘한라웰스텍’
사업적 연관성 없는 ‘마이스터’가 사들인 까닭은?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는 2010년부터 꾸준히 정 회장의 개인회사인 ‘한라웰스텍’에 지급보증을 제공해 왔다. 2010년에는 원화 163억 원과 미달러 770만 달러, 2011년에는 원화 187억 원과 미달러 600만 달러, 2012년에는 6월말 기준 원화 346억 원과 미달러 600만 달러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마이스터의 재무구조가 흔들리자, 이번에는 만도가 나섰다. 지난해 8월 31일, 만도는 마이스터에 액면가의 6배에 달하는 주당 30,000원의 금액으로, 총 600억 원을 증자해 재무구조를 보강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30일, 마이스터는 한라웰스텍을 싼값에 인수했다. 한라웰스텍의 자기자본은 3억 원 정도지만, 마이스터가 인수한 가격은 2억 1천200만 원이었다. 하지만 한라웰스텍의 부채는 약 332억 원. 그야말로 ‘빚덩어리’를 떠안게 된 꼴이었다.

마이스터와 한라웰스텍의 사업적 연결고리는 뚜렷하지 않다. 한라웰스텍은 건축자재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이며, 마이스터는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다. 한라웰스텍 인수와 관련해 마이스터 측은 “딱히 홍보팀이 없어 설명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만도 회사 측 홍보 담당자는 몇 차례 전화와 문자에도 묵묵부답이다. 그렇다면 왜 마이스터는 계열사도, 사업적 연관성도 없는 ‘빚 덩어리’ 회사를 인수한 것일까.

우선 정 회장의 입장에서 당장 해당 회사들의 내부거래과세 적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기업이 특수관계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규모가 매출의 30%가 넘어야 과세가 적용됐지만, 향후에는 15%로 조정될 예정이다. 한라웰스텍의 경우, 작년 7월부터 9월까지의 한라엔컴과의 내부거래규모가, 2011년도 사업 매출액의 17.15%에 해당한다.

정 회장은 한라웰스텍 매각 한 달 후, 개인회사인 ‘한라엔컴’역시 처분했다. 정 회장의 지주회사인 한라건설에게 무상증여하는 방식이었다. 한라웰컴역시 한라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매출을 올려왔다. 2007년 3%였던 계열사 매출 비중은 2011년 약 26%까지 상승했다.

기업오너가 자신의 부채를 계열사에 털고 가는 기업관행 역시 이같은 흐름에 한 몫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운영하던 ‘e삼성’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자 삼성SDI, 제일기획, 삼성전기 등 9개 계열사가 나서 이 씨의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이재용 부회장과 지분을 사들인 계열사 임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송호연 ESOP 컨설팅 이사는 “e삼성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특히 정 회장의 경우 자신에게 오는 부채와 부담을 계열사에 한꺼번에 넘기는 것으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지급보증 과정에서 정 회장이 직접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배임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총수의 지시 없이 가치가 없는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