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개정안으로 교과서 편찬에 특정 이해관계와 정치적 성향에 따른 영향력이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특정한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가 정무장관인 교과부 장관에게 수정요청이나 감수요청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도 교수는 25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사와 학자 등 전문가들을 통해 검정을 다 해놓은 걸 다시 교과부가 수정 요청을 하거나 제작 중인 교과서에 대해 교과부 장관의 이름으로 감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전문가를 동원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전문가들 정체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특정 집단이 교과서 편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개정안은 특히 역사교과서에 대한 검정과정에 우려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성 역사교과서 수정 사건이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교과부 장관이 직접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고 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오래간 지속된 교과서 논란을 새정부 임기 전에 끝내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도면회 교수는 역사교과서 편찬에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역사교과서는 2008년 금성교과서 수정 사건 이후로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역사교과서 편찬에 대한 이견대립이 첨예해 역사교과서 검정역할은 기존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보다 전문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로 이양됐다. 도면회 교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만일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검정을 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봤는데 장관이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 교수는 “제작 중인 교과서나 검정 중인 교과서에 대해 특정한 단체나 기관이 수정을 요청해 올 경우 교과부 장관이 얼마든지 검정주체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 |
금성교과서는 당시 교과부의 수정명령을 받아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교과부의 검정을 받지 않으면 교과서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역사학계 일부와 교과서 저자들이 교과부 처분을 위헌이라고 항의하며 낸 행정소송은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 사건은 역사학계 내부갈등과 표현의 자유와 정부 권한과잉 논란, 사회적인 이념갈등으로 비화됐다.
도면회 교수는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검인정 체제인데 이것이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검정교과서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역사해석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는 해방이후부터 74년까지 검정교과서 체제였다 유신이후, 74년부터 2000년대까지 국정교과서 체제가 유지됐다. 그러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에 의해 2000년대 초반부터 검인정 교과서로 다시 바뀌었다.
도면회 교수는 “입장에 따라서 해석이 다양할 수가 있고 의견이 대립할 수가 있는 과목들인 사회, 역사 교과들을 검인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를 검사함과 동시에 자율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입법예고된 개정 법률안에는 자율성을 줄이고 획일성을 강조할 수 잇는 요건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원회 정무 분과 간사로 임명된 서울대 박효종 교수가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역사 교과서 논쟁을 이끌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08년에는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변경하자는 운동을 주도했다.
뉴라이트 교과서를 만들던 인사가 인수위 핵심인사로 등용되면서 ‘특정 집단의 역사 인식을 강요하는 교과서’에 대한 학계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