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능력급? 서비스 1등 삼성전자, 보릿고개 겪는 노동자

근무복, 자동차, 공구까지 직접 구매하는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천안센터 故 최종범 씨가 유서로 남긴 메시지

배고파 못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난 최종범 씨의 메시지에 천안센터 협력사장은 편지로 “고인은 열정적 업무 수행으로 항상 좋은 실적을 거뒀기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41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또 최근 3개월 동안에는 그보다 많은 505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몸이 안 좋아 휴가를 요청했지만 반려당했고, 병원의 입원 요청이 있었지만 자재 반납을 위해 출근을 준비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지난 9월 27일 임현우 씨가 사망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4일 뒤 “협력사 지원업체 지원방안” 발표로 대답했다.

노조 설립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지던 삼성, 올해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를 설립하며 위장도급 논란에 삼성전자서비스는 철저하게 부인했다.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서비스 평가 전 부문에서 1위에 빛나는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뉴스민>은 삼성전자서비스 외근기사의 출근 시간부터 동행해 노동 실태를 살펴봤다.

삼성전자서비스 로고 박힌 근무복 입지만...
근무복, 자동차, 공구까지 외근기사가 직접 구매해


오전 9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칠곡센터 주차장에서 만난 임덕규(43) 씨. 올해로 19년째 삼성전자서비스 외근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임덕규 씨의 아침을 맞은 건 콜센터에서 보낸 “정시약속률 및 인증샷 전송 꼭 하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는 문자였다.

외근기사들로 북적거릴거라 예상한 생각과 달리 25명의 외근기사가 근무하는 칠곡센터 주차장에 외근기사는 몇 보이지 않았다. 업무가 많아서 다들 일찍 출근했느냐는 질문에 임덕규 씨는 “10~12월은 외근 수리가 많지 않은 달이다. 노조 만들어지고, 현우 일 터지고 난 후부터 조회를 안 하고 있다. 외근기사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려고 바로 출동하라고 지시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뉴스민]

수리 약속시간이 있어 얼른 그의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은 공구와 자재가 가득 차 누구 하나 앉을 틈이 없었다. 트렁크도 마찬가지였다. 자재와 공구가 가득 찬 차량이라 회사에서 지급한 차량이냐고 묻자 “당연히 아니죠. 개인 차량이다. 신입들은 대부분 다마스를 탄다. 저도 기름값 아끼려고 경유 차량을 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근기사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떡하니 박힌 근무복도 3년 전까지는 사비를 내 사 입어야 했다. 지금도 3년에 1벌 지급되는 옷 이외에는 추가로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공구는 지급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 다 개인이 사야 한다”였다.

전동드라이버, 몽키스패너, 납땜기, 전압계, 온도계 등 차 안에 가득 실린 공구 모두 직접 구매한 것이었다. 직접 계산을 해봤다.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르지만, 값싼 100만 원짜리 중고차량, 공구 80만 원(전동드라이버 15만, 수공구 40만 원 등)만 잡아도 약 200만 원이다. 개인 소유차량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보험료, 차량유지비를 빼고서도 200만 원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출처: 뉴스민]

오전 9시 20분, 수리를 요청한 고객 집에 도착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우리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했지만, 임덕규 씨의 입에서는 “삼성전자 수리 기사입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수리를 요청한 할머니도 전화 통화에서 “삼성서비스 기사님이 냉장고 수리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리 시작 전 임 씨는 김치냉장고에 붙은 상표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몇 시에 도착했는지 기록을 전송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외근기사의 정시도착률을 백분율로 통계를 내 점수로 구축한다.

전원 센서가 고장이 난 김치냉장고 수리를 시작하자 할머니는 “전화할 때 말 못했는데 한쪽이 얼어붙는다. 그것도 좀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임덕규 씨는 “할머니, 저희는 접수한 부품만 가지고 오기 때문에 지금 당장 두 가지를 수리하지 못해요. 오늘 접수한 센서 교체하고 다시 오면 출장비를 2번 내셔야 해요. 부품을 요청해서 한꺼번에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때요?”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그렇게 하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근기사는 A/S 요청을 받고 해당 교체 부품을 회사에 신청한다. 자주 사용하는 부품은 몇 개씩 신청해서 가지고 다닌다. 이 부품값은 수리를 완료하기 전까지 외근기사의 임금에서 빠진다. 외근기사가 이 부품을 선 구매하는 택이다.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센터로 향하는 임 씨는 운전 내내 부품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전화했다. 운전 중에도 전화기를 놓을 수가 없었다. 구형 김치냉장고 제품이라 삼성전자서비스 전산시스템에 구축이 안 된 부품이었다. 10여 분간 전화통화 끝에 부품을 구할 수 있었다. 임 씨는 센터에서 부품을 가지고 다시 고객을 찾았다.

두 번 방문하면 임금을 더 받는지 궁금했다. 임 씨는 “아니요. 수리 완료가 안 되면 한 건 처리 한 걸로 끝나요. 11월에는 성수기가 아니라 다음 방문 일정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바로 재방문 하는 거에요. (부품 교환) 하나씩 따로 고치면 출장비를 2번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마음에 안 내키잖아요. 자재가 있어 바로 고칠 수 있어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외근기사 19년차에 월급 160만 원...마이너스 능력급까지
노동자는 보릿고개, 회사는 외면


재차 방문 끝에 수리를 마무리한 시각은 오전 10시 50분. 다음 방문 시각까지 아직 2시간이 더 남았다. 비성수기인 10월부터 내년 봄까지는 외근기사에게 일종의 보릿고개다. 임 씨도 9월 임금이 세금을 제하고 나니 160여만 원에 불과했다.

임 씨는 초짜 외근기사도 아닌 19년 차다. 장기근속수당도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임 씨는 삼성전자서비스에 3개월 교육을 받고 당시 칠곡대리점 수리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4년 정도 일하니 대리점이 없어지고,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체계로 바뀌었다. “지금 다른 센터에 센터장을 하고 있는 선배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같은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 선배가 그러더라. 나는 본사 직원이고 너는 아니라고. 하는 일은 같은데 명찰도 다르고...그래도 하는 일이 재미있어서 계속 남아 있었다”고 임 씨는 말한다.

임덕규 씨와 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외근기사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외근기사들에게도 보릿고개 철이었다. 한 외근기사들은 한 동료에게 “50만 원”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지난달 월급 실수령액이 50만 원이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외근기사 임금에는 마이너스 수당도 있다. 고객이 결재하지 않았거나, 수리 완료를 하지 못한 상태에 자재를 가지고 있다면 이 마이너스 임금은 고스란히 외근기사가 몫이다.

노조 간부에 2, 3년 전 수리 내역 물으며 꼬투리 잡는 사장
“노조 만들고 생긴 점심시간,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 지 모르겠다”


  삼성전자서비스 칠곡센터 내 외근기사 휴게실. 25명의 외근기사에 휴게실은 3평 남짓하다. [출처: 뉴스민]

외근기사들은 컵라면과 김밥을 사서 센터 내 휴게실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25명의 외근기사가 근무하는 휴게실은 3평 남짓했다. 그마저도 대형TV 수리실 겸용이었다. 휴게실 출입구에는 회사가 설치한 CCTV가 눈에 들어왔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회사가 설치했다고 한다.

노조를 결성하고 불이익이 없느냐고 묻자 임종헌(40)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센터 분회장은 “드러내 놓고 탄압하지는 못한다. 노조 만들고 나서 점심시간도 생기고, 임금도 조금은 올랐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드러내놓고 노조를 탄압하지는 못하지만,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임종헌 분회장은 “사장이 면담을 하자더니 2010년 3월, 2011년 6월에 수리내역을 묻더라. 전산시스템에 없는 부품을 썼다며 꼬투리를 잡더라. 하루에도 몇 건씩 수리하는데 몇 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나. 에어컨에 들어갈 부품을 냉장고에 쓴 것도 아니었다. 구형모델 부품이 없으면 기사들이 알아서 대체 부품을 찾기도 한다. 몇 년 전 일을 기억하라고 하는 건 꼬투리 잡는 거다. 반대로 내가 사장에게 물었다. 몇 개월 전 우리에게 월급 얼마 준 지 기억하느냐고”라고 전했다.

  9월 임금으로 136만원을 받은 임종헌 분회장은 능력급으로 마이너스 13만 5천 원이 책정됐다. [출처: 뉴스민]

외근기사 15년 차인 임종헌 분회장도 여지없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9월 월급이 약 130만 원이었다. 그는 “사장에게 직원들 임금 대책을 마련하라고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스스로 삼성의 바지사장임을 증명하는 말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임종헌 분회장과 동행을 시작했다. 오후 12시 50분 센터에서 A/S 장소로 출발했다. 요청이 들어온 곳은 대구가 아닌 경북 칠곡군 가산면의 한 학교였다. 장거리 수리를 하면 가산금이 있느냐고 묻자 임종헌 분회장은 “장거리 수당이 붙긴 한다. 그런데 장거리 수리를 한 건 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 2곳을 가는 게 금전적으로는 더 이득이다. 수당을 산출하는 근거도 우리가 확인할 수 없다. 삼성에서 내려온 금액이 얼마인지 우리는 모른다. 사장(센터장)이 알아서 책정한다”고 답했다.

[출처: 뉴스민]

TV 수리를 10여 분 안에 끝낸 임종헌 분회장이 결제 방법을 물었다. 학교 행정실이라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했다. 처음 거래를 하는 곳이라 세금계산서 등록을 요청하고, 결제를 완료하는 데까지 10분이 더 지났다. 임종헌 분회장은 “카드결제가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송금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돌아왔다가 고객이 입금하지 않으면 이 금액은 해당 외근기사 임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네가 돈을 못 받아왔으니 네 월급에서 까라”는 거다.

수리를 마무리하고 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임종헌 분회장은 “오늘은 콜이 더 안 들어 올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 갈 수도 없다. 직원들이 낮은 임금 때문에 고민하는데 사장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사장은 성서센터와 칠곡센터 공동 구역을 만들려고 한다. 외근기사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라는 거다. 노조원이 없는 성서센터와 공동 구역을 만드는 게 비노조원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께 칠곡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수리를 마친 외근기사 몇몇이 담배를 태우거나 추워지는 날씨 탓에 차량에서 쉬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던 故 최종범의 말에 평균 월급 410만 원을 받았다는 말로 화답한 천안센터 사장 사이에 진실은 무엇일까. 취재를 위해 동행한 임종헌 분회장, 임덕규 씨는 그날 저녁 故 최종범의 분향소가 있는 천안으로 상경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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