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노갈등’ 인식 산업재해 불승인 불렀다

출근이 문제인가, 수수방관한 사측이 문제인가

근로복지공단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업무상 재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제 업무는 하지 않고 미뤄 짐작해 갑을오토텍 산업재해에 대해 불승인을 남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조차 갑을오토텍 사태를 ‘노조파괴’ 사건이 아닌 ‘노노갈등’으로 표현한 정부기관 자료에서 비롯돼 우려를 낳는다. 근로복지공단은 여러 국회의원에게 노노갈등이라고 보고해 ‘허위 보고’ 질타를 받은 노동부의 갑을오토텍 동향보고를 산업재해 불승인 근거 자료로 썼다.

기업노조원 정문 막아 ‘출근하겠다’ 했는데 폭행당해
“사측 시설관리 소홀히 해 안전배려 의무 위반”


금속노조 조합원인 갑을오토텍 직원 이모 씨 등 6명은 지난 4월 30일 오전 6시 25분경 출근길에 기업노조가 회사 정문을 닫고 바리케이트로 막아 출근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5월 6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아래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기업노조원의 폭행으로 이씨는 회사 정문에서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돼 측두부 골절과 뇌경막하출혈, 박씨는 목과 허리 염좌, 고씨는 경추 염좌 등의 진단을 받았다. 6월 23일 갑을오토텍 노사 합의로 전직 경찰과 특전사, 계열사 사측 관리자 등 출신의 기업노조원들이 금속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한 게 드러났다.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갑을오토텍 직원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한 배경은 ‘출근’ 문제로 요약된다. 직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라 회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등 업무 준비로 6시 20분경부터 출근한다.

이날 사측은 출근하지 말라거나 퇴근 지시 등 조치가 없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아래 지회)는 당일 폭행 현장에 있었던 사측 전문이사 김씨, 노사협력팀장 김씨 등 모두 회사 고위 관리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문을 막지 말거나 퇴근 명령 등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생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다.

지회 안재범 노안부장은 “직원들은 이날 늘 하듯 출근했다”면서 “정문을 지나야 근무현장에 갈 수 있고 정문은 생산현장으로 가기 위한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사용자의 지배 가능한 범위 내의 공간이며 직원들의 출근을 방해한 것은 그 연속선상에 있는 생산을 방해한 것과 같다”며 산업재해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안 부장은 “사측이 기업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정문을 개방하라고 명령하거나 이를 즉각 시행하지 않을 시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업무방해에 대해 적절히 조치했다면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업주의 권한이자 의무인 시설관리를 소홀히 해 직원들이 근무현장에 안전하게 출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원 박씨는 “기업노조가 4월 30일 정문을 막아 ‘출근하겠다’고 하자 기업노조원 성모 씨가 나의 목을 잡아 채 넘어졌다”면서 “병원에 실려가 3주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가 출근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는 당연히 정상 출근한다”라며 “CCTV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회사 고위 관리직은 당일 현장에서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 불승인...‘특수성’, ‘사적감정’ 노노갈등?
‘허위보고’ 논란 노동부 동향보고가 근거 자료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6월 11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 지회와 산업재해 신청자들은 재차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라’며 불승인 결정이 나올 때마다 6월 11일과 25일 근로복지공단에서 1박2일 항의 농성을 했다.

지회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장이 이번 사건을 재검토 하겠다는 약속을 해 원처분 취소 이유서를 내고 농성을 중단했지만, 공단은 산업재해 불승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은 출근에 따른 업무 문제보다 ‘특수성’, ‘사적감정’이라며 노노갈등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이유에 대해 “4월 30일 폭력사건은 근로자의 근로계약에 의한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회와 기업노조 간 갈등이 발생하고 고조되던 중에 일어난 당시 충돌 상황은 사적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관계자 진술과 각종 언론보도, 노동부의 갑을오토텍 동향보고를 들었다.

공단은 “지회가 주장하는 사업주의 노조파괴 음모 또는 노조설립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불협화음 등을 종합하면 이번 폭력사건은 노조 간 갈등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며 “비록 출근시간에 발생하고 근로자간 발생한 사건이었다고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른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이번 사건담당 부장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업무 개연성에서 출근 중에 이 같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냐 하는 점을 따져보면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특수한 사항”이라고 노노갈등을 언급하며 산업재해를 부인했다.

노노갈등인지 노조파괴인지는 근로복지공단이 아니라 노동부와 검찰이 판단할 몫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면서도 “이유 없는 폭력은 없기 때문에 폭력의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봤다. 원인을 무엇으로 추정하던 간에 그런 폭력행위가 업무 중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복지공단이 노노갈등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면 결국 출근 문제가 남는다는 기자의 질문엔 “출근 문제로 국한시키면 길가다 가는 것도 출근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길 가던 중이 아니라 정문 앞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지적에는 “정문 앞이라는 점으로 국한하면 나무만 보고 전체 맥락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을 회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노갈등이라며 산업재해를 불승인한 것 외에도 ‘충돌까지 야기하면서 (직원들이) 정문에 진입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평상시와 같이 출근한 직원 탓을 했다. 또, 노노갈등에 대해서 ‘사적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추정하면서도 사측의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대해선 ‘인정할만한 증거나 유관기관의 조사내용이 없다’고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측이 기업노조 사무실 옥상에 "용역깡패 집에가라"는 펼침막을 걸고 있다. 지난 6월 23일 노사 합의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용역, 동국실업 사측 관리자 등 출신의 기업노조원들이 금속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갑을오토텍에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한 게 드러났다. 노사 합의로 노조파괴 공작이 드러났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노갈등이라며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억울하다...왜 노동자 말 듣지 않는가”
금속노조 근로복지공단 규탄할 것


이에 대해 직원 고씨는 “기계에 발이 끼이는 협착사고로 산업재해 판정받아 치료받고 4월 8일 첫 출근했는데, 4월 30일 출근하다 폭행당해 또 출근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기업노조원이 출근하는 나에게 갑자기 달려와 수차례 배를 걷어차고 휙 가버렸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불승인 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고씨는 “근로복지공단은 ‘위험하면 출근 안 하면 되지’라고 하는 데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아는가. 교통사고 날까봐 출근하지 말라는 거냐”고 꼬집으며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를 위해 있는 기관인데 권력 있는 회사 편만 들고, 우리말은 듣지도 않고 경찰과 노동부 말만 듣는다”고 토로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해 산업재해를 판단하면 되는 곳이며 특수성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노노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해석하고 싶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실장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해 징계 받기를 자처하지 않는 이상 정시에 회사에 출근하는 게 정상”이라며 “업무 수행에 따른 행위에 대해 판단하면 되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소설을 쓰고 나서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또 공단이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사건조사담당자에서 차장, 재활보상부장, 지사장의 결제를 거쳐 사건을 처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갑을오토텍 사건의 경우 조사담당자를 배제하고 상담팀원 전원 및 보상부장(12명)이 참석한 업무상재해 심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불승인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재해 심의회의가 임의 회의라 절차를 어긴 게 아니라는 반면, 노측은 “담당자의 조사서를 상사인 차장이 5번이나 되돌려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금속노조는 오는 7일부터 갑을오토텍 사건을 포함해 여러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과 질병판정위원회가 불승인을 남발한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등을 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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