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기아차 고용 규모를 넘어섰다는데

[1단 기사로 본 세상] 플랫폼기업 홍보 각축장이 된 언론시장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일보가 지난 2일 16면에 ‘쿠팡, 고용 빅4로... 상반기 1만 2277명 추가’라는 제목의 1단 기사를 실었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국민연금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6월 현재 3만 7584명을 고용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4번째로 규모가 컸다.(아래 붉은 상자)

한국일보의 1단 기사가 적절했다. 코로나로 배달 업종 등 플랫폼기업이 호황을 누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은 쿠팡의 인력 충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다.

매일경제도 같은 날 6면에 1단 기사로 ‘쿠팡직원 3만7584명, 기아차보다 많았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쿠팡이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6월까지 반년 동안 고용 인원을 1만 2277명이나 늘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유통기업 44곳에서 일자리 2519개가 사라진 반면 쿠팡은 유통업체 전체 감소분의 약 5배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내용을 2일자 경제섹션 4면 머리기사에 ‘올해 1만명 넘게 인력 늘린 쿠팡, 고용시장 빅4로 떠올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 지난 7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상위 5개 기업’이란 제목의 그래프까지 그려가며 쿠팡의 호황을 선전했다. 그래프에 나타난 국민연금 가입 1위 기업은 삼성전자 10만 3139명이었다. 그 뒤를 현대자동차 6만 8010명, LG전자 4만 239명, 쿠팡 3만 7431명, 기아자동차 3만 4776명 순이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9월 2일 매일경제 6면과 한국일보 16면, 동아일보 B4면, 세계일보 8월 27일 16면

동아일보도 지나친 홍보기사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고용 규모와 별개로 쿠팡이 고용의 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짚었다. 쿠팡은 1~3달 짜리 단기 알바 수준의 인력을 극대화해 노동시장의 고용안정을 해치고 있다. 임금 수준도 쿠팡이 선전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쿠팡은 기아자동차를 밀어내고 고용 4위로 올랐지만, 쿠팡 노동자 대부분은 기아자동차 정규직은커녕 사내하청보다 못한 월급을 받고, 그나마도 불안정한 일자리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언론이 배달 노동자를 많이 고용한 기업들의 민원해결에 적극 나섰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7일 16면 머리에 ‘빨리 더 빨리...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 확보전 후끈’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바로고와 배달의민족, 쿠팡, 배민, 요기요 등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라이더 확보전이 치열해도 라이더 노동자의 처우개선으론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이중의 착취구조를 갖고 있다. 배달을 의뢰하는 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 양쪽 모두를 쥐어짜는 구조다. 한국일보는 지난 3일 ‘코로나 직격탄 자영업자, 배달수수료 인상에 또 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몇몇 배달대행 업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달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0일 ‘쿠팡이 네이버쇼핑을 이길 수 없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쿠팡보다는 네이버쇼핑의 편의성을 집중 부각했다. 그러자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에 한국일보가 주말 판 지면 1면과 2면에 걸쳐 쿠팡을 집중 선전했다. 이날 한국일보 2면 머리기사 제목은 ‘30일 무료 배송에 쿠친 배달비도 올려주고... 상식 깨는 쿠팡의 도전’이란 홍보성 문구였다. 1, 2면에 걸친 기사 대부분이 쿠팡 홍보였고, 2면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만 ‘사과하지 않는 쿠팡... 문화 차이 탓?’이란 소제목으로 최근 쿠팡이 코로나19에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짚었다.

쿠팡은 부천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노동자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다음날까지 영업을 계속해 해당 노동자들이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소송 등에 나섰다. 한국일보는 이런데도 쿠팡이 사과하지 않는 건 김범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대부분 외국 국적인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이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한국일보 보도는 쿠팡을 위한 변명이 불과하다.

  한국경제 8월 20일

  한국일보 8월 22일 2면

지난달에는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는 플랫폼기업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뉴스도 나왔는데 그 내용을 가장 상세하기 보도한 곳은 한겨레 정도에 그쳤다. 한겨레는 지난달 28일 16면에 ‘코로나 호황 넷플릭스, 요기요 등 국세청 영외탈세 혐의 세무조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기업 이름을 명시하고 이들 기업이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고까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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