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반도] 그 누구의 당선도 기대할 필요 없다

10월 23일 TV토론을 마지막으로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전망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것은 미국의 선거제도가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출처: Democracy Now!]

바이든 당선의 가능성

그럼에도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지율이 일관되게 앞서는 가운데,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이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유권자 일반투표(popular vote)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점 또한 의심이 없다. 10월 26일 현재,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이 유리한 상황이다. 유권자들의 사전투표도 2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지만 흑인들의 반 트럼프 전선은 그 어느 때 보다 결기가 대단하다. 5월 말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으로 수많은 도시에서 수백 건 이상의 파업과 민중항쟁의 파고가 일었다.

트럼프의 지난 4년간 평균 국정 지지율은 41.5%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지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없다는 분석도 바이든의 당선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에서는 ‘샤이(shy) 트럼프 지지자’를 근거로 재선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구체적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선거는 항상 국내경제 상황이 그 판세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견고한 경제성장률, 낮은 실업률, 임금상승률 등은 트럼프 재선 가능성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그 기대는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경기가 하루빨리 저점을 찍고 급반등해 V자형 곡선을 그려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실업률은 다시 상승하고, 경제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첫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 둘째, 누가 더 중국에게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인가, 셋째, 양당 후보 모두 자신의 패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사전에 이미 공언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대선 다음날인 11월 4일은 물론, 한 달 뒤인 12월 4일에도 대통령 당선자 얼굴을 못 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선거 결과 불복 의사를 노골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쟁점은 기후위기다. 9월 중순, 미국 서부지역 12개주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는 컸다. 피해액은 최소 23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중서부지역인 콜로라도 덴버에는 하루 만에 폭설이 내렸다. 9월 16일에는 허리케인 샐리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다. 물 폭탄이 쏟아져 4시간 만에 4개월 치 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러한 재해가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전보다 그 규모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주민들에게는 커다란 이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원인을 산림 관리 등 행정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주로 대부분 민주당이 주지사로 있는 지역이라 매우 정치적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취약하다. 자기 정책의 과오 역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바이든은 기후변화를 위해 4년 동안 2조 달러를 쓰겠다고 공약했다.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19와 트럼프의 오만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의 대선을 최악의 선거로 만들었다. 9월 15일, 유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출간한 《격노(Rage)》라는 책이 화제를 모았다.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 대기자로 1972년 미국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폭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의 책이 화제가 된 것은 트럼프가 코로나19에 대해 거짓말을 한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그의 비리나 악행을 폭로한 책은 4천5백여 권에 달한다. 대부분은 사실 여부를 떠나 수익성을 목적으로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격노》는 다르다. 우드워드가 직접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가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식석상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극도로 조심했던 것이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그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출처: opendemocracy.net]

그럼에도 대선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고, 실제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여론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지지율의 격차가 소폭 줄었다. 90%에 이르는 유권자가 이미 마음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동안의 수많은 폭로전에도 굳건히 견뎌왔고 오히려 건재했다. 《격노》는 정치극단화가 극심해진 현재의 정치 상황을 넘을 수 없었다.

이때까지는 트럼프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숨졌다. 하루 8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온 ‘트럼프 리더십’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에게는 사상 초유의 위기였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금방 끝날 것이기 때문에 마스크는 꼭 안 써도 된다는 그의 발언에 비춰보면 예상된 위기이기도 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은폐했다는 점은 유권자들의 표심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바이러스는 인종과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지위고하도 따지지 않는다. 방역에 소홀하면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백악관 자체가 방역의 기본지침도 없는 무법천지가 됐다. 코로나19가 트럼프 자신의 지속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미 대선을 바라보는 남북한의 입장

미 대선에서 한반도 문제는 핵심적인 쟁점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남북한에게는 대통령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정책적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고 트럼프와 바이든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 최선도 없고 차선도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이를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하다. 설령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 흐름 자체를 역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미 대통령의 요구에 적당히 귀 기울이면서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게 한반도의 운명이라는 현실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 트럼프의 현실주의 대외정책은 원칙이다. 만약 그가 재선이 된다고 해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는 수익이 보장된 이벤트에 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당선된다 해도 경제적·정치적으로 중국을 봉쇄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모두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대통령이다. 당선자에 따라서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5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국과 미국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남한에게는 여건 조성에 따라 남북관계를 재활성화 하겠다는 취지를 지도자의 입을 통해 선언했다.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유효하게 남겨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소 2021년 상반기까지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 기간 동안 남북관계를 적절하게 화해모드로 관리하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6.12 북미공동성명과 지금까지의 북미협상 구도를 차기 미국 행정부가 계승하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있어 한국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관된 문재인 정부의 화해 신호와 종전선언 환기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미 메시지 차원에서 보면, 미국이 북미협상에서 결정적 변화가 없다면 북한의 전쟁억제력 강화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전쟁억제력은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이며 평화를 위한 것이지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제7기 제5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대미 장기전 속에서 전략무기 개발 지속’ 결정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메시지는 아니다.

다만 미국의 변화가 없다면 군사력의 속도, 양과 질을 자신의 시간표대로 계속 진화시키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 대미 압박 메시지의 성격을 갖는다. 연설에서는 ‘미국’을 언급하지 않고 ‘적대세력’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직접적인 자극은 자제했지만, 미국 차기 정부에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입장을 환기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트럼프만 바라봤던 문재인 정부의 구애 시간도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여전히 한·미 관계, 미·중 관계, 한·중·일 관계와도 맞물려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대선 이후 미국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국내 경제와 코로나19 사태의 위기다. 당분간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선자가 누구든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 주체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자료>

김진호, “사상 최악 미 대선, 게임의 법칙은 변칙.” 『경향신문』(2020.10.17.).
홍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분석」(통일연구원,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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