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증은 또 글렀나 보다

[1단 기사로 본 세상] 공격·방어자 모두 국민 삶과 거리 멀어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경실련이 청와대에 부동산 관련 공개질의서를 또 보냈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4.2%라는 정부 발표의 통계 근거와 세부내용’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간담회에서 “취임 이전으로 부동산 가격을 맞추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약속이 유효한지도 물었다.

  세계일보 1월 20일 11면.

경실련의 공개질의서는 이번이 세 번째다.

부동산업체 직방이 지난해 거래된 80여 만 건의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압구정동’이 평균 거래가 29억900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평균 거래가가 20억 원을 넘는 지역은 압구정동과 반포동, 대치동, 도곡동 등 7개 동이었다. 3년 전 2017년엔 압구정동 한 곳만 20억 원이 넘었다.

10억 원이 넘는 곳은 2017년엔 전국 34개 동이었는데 지난해엔 3배 이상 늘어난 113개 동에 달했다. 이 가운데 97개 동이 서울에 있다.

  세계일보 1월 19일 1면.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깔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묻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안다. 힘깨나 쓴다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은 강남3구에 집 한 채쯤은 기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큰소리 쳤다. 참여정부 때 집값 폭등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취임한 김현미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식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해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다. 김 장관은 “강남에서 29살 이하의 주택 거래량이 54%나 증가했다”며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강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라도 한 것이냐, 편법 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짚었다. 돈 있는 사람이 자녀 명의로 집을 사들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3년 넘게 주무장관하면서 이런 사람을 잡아내 단죄하거나 중과세 하지는 않았다.

  조선일보 2017년 6월 24일 1면(위)과 2017년 8월 5일 12면.

김 장관은 2017년 8.2 첫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8.2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진다”며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을 좀 파시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집 많이 가진 사람은 이 정권 내내 어떤 불편도 느끼지 못했고, 이후 개각 때마다 다주택 장차관 후보들이 쏟아져 공분을 샀다. 당시 국세청은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를 ‘이달 안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결국 참여정부의 부동산 폭등 악몽은 확대재생산 됐고, 부동산은 문재인 정권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국민은 극우정당이든, 자유주의정당이든 집값 잡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만 각인했다. 두 거대정당 주변엔 다주택자가 대거 몰려 인사하는 족족 다주택 처분에 골머리를 앓았다.

심지어 김 장관의 후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조차 2006년에 5억2300만 원을 주고 산 서울 서초구 방배동 39평 아파트를 14년이 지난 2020년에 6억500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방배동 39평형 아파트가 14년 동안 1억3000만 원밖에 안 올랐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변 장관 신고대로라면 부동산 폭등은 먼 남의 나라 얘기다.

이렇게 국민을 속일 거면 애초에 부동산 잡겠다고 호기 부리면 안 된다. 변 장관의 재산 공개는 민주당 정권도 투기세력과 한통속이라는 고백일 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변창흠 장관 후보자) 의식의 천박함과 여러 기관 운영 관리 비리에 비춰 장관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여당을 두들겨 패도 국민은 부동산에서 만큼은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한통속이라는 걸 다 안다. 국민의힘만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시간을 6년만 되돌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때 집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살펴보자. 당시 여당이 주도해 강남 발 집값 폭등을 초래한 재건축 특혜법안 등 ‘부동산 3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부동산 3법’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인데,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유예를 2017년까지 3년 연장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최대 3주택까지 분양받도록 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3개 법안 모두 찬성표를 던진 의원 127명 중 49명이 강남3구에 아파트를 소유했다. 재건축 대상인 30년 이상 아파트를 가진 의원도 21명이나 됐다. 특히 주호영 의원은 지금 재건축 중인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 소유자로 당시 22억 원이던 공시지가가 지금은 45억 원으로 올랐다.

주 의원은 2014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반포아파트와 서초동 아파트(전세), 대구 수성구 아파트 등 건물 공시지가만 29억5200만 원이었고, 별도로 예금도 4억6862만 원이나 있었다.
주 의원이나 변 장관이나 도긴개긴이다. 두 거대 정당이 막말로 날을 지세우지만 사실은 토건동맹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문재인 정부 3년 반 동안 ‘법무장관’만큼 핫한 자리는 없었다. 조국, 추미애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내내 논란의 중심이었다. 이번엔 박범계 장관 후보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3주택 소유자였던 박범계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정부 기조에 따라 대구 집과 상가, 경남 일양의 건물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이 과정에 14억 원짜리 상가를 처남에게 절반도 안 되는 7억 원에 넘겼고, 밀양 건물은 20대와 10대인 조카에게 증여했다.(매경 1월1일 6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 부동산 의혹에 “가족 간 증여와 허위거래를 한 것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다”며 “부적격 사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고 했다.(한겨레 1월6일 10면)

박 후보자 아들이 15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의 세대주였다는 사실도 드러나 위장전입 의혹을 샀다. 이 아파트 세대주는 박 후보자와 부인, 장모, 아들로 자주 바뀌어 의혹을 더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 직전 겨울방학 기간에만 불가피하게 세대주가 됐다며 위장전입 의혹을 부인했다.(한국 1월20일 3면)

  위에서 시계방향 매경 1월 1일 6면, 한국일보 1월 20일 3면, 한겨레 1월 6일 10면.

주호영 의원은 박 후보자처럼 판사 출신으로 앞서 살펴본 대로 부동산 부문에선 일반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이렇게 가면 25일 열릴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철학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부동산 투기를 놓고 입씨름만 하게 생겼다. 공격하는 사람과 방어하는 사람 모두가 판사 출신이니 과거 판결을 놓고 법무부 운영 철학을 검증하면 좋으련만 난망해 보인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이 인사청문회 단골손님이 된 건 임명권자 책임도 크다. 왜 두 거대정당 주변엔 이런 사람 밖에 없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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