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판문점 24시

[리부트reboot]


여의도에 판문점이 섰다. LG트윈타워 동관과 서관을 잇는 1층 로비 입구 회전문이다. 로비에서는 노조 설립 후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청소노동자들이 한 달 넘도록 농성 중이다. LG는 경비용역들을 배치해 이들을 24시간 감시하는 한편, 노동자의 이동과 방문자의 출입을 막았다.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서로 연대의 인사를 나누거나, 경비용역과 대치했다. 그래서 이 문은 ‘LG 판문점’이라 불린다.

판문점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난방이 끊겼고 도시락이 버려졌다. 15일이 넘도록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매일 오전 여섯 시에 일어나 매시간 할 일을 했다. 하루 세 번 선전전을 하고 토론도 하고 종종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떨면서.

“그래도 이제는 외부 출입 안 막는 것으로 합의 봤어요. 어떻게 했냐면, 빨래를 여기 로비에 그냥 널어버렸지. 그제서야 경비팀장이 협의를 하자고 오더라고. (…) 처음에 내가 청소일 한다니까 남편이 울었어요. 자기가 얼마나 벌어다 주면 그만하겠느냐면서. 그래서 말했어요. 나는 내 일이 필요한 거라고. 부끄러울 게 없었어요. 그런데 오니까 청소 말고도 수시로 친절교육도 시키고 몰래 감시도 나오더라고. 난 내 일 하러 온 건데 왜 무조건 굽혀야 하나.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라는데 너무 겁이 나서 새벽 두 시까지 미리 글을 썼어요. 그런데 그게 뉴스로 나오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내 얘기를 한다는 게. 실은 내가 예전에 콜센터에서 일했거든요. 내 말은 귀에 잘 들어온다는 얘기 많이 들었었어요.”

판문점에서는 자꾸만 경계선이 그어졌다. 문은 종종 잠겼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섯 시에 일어나 할 일을 했다. 선전전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바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기요’도 ‘여사님’도 아닌 내 자리가 여기 있다고 이야기하듯.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성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