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보험설계사가 뭉쳤다

[기고] “노동조합 인정하고 수수료 삭감 철회하라”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직접행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공동행동 모임입니다. △모든 해고 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2조 개정)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투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에서 매달 발행하는 온라인 소식지 기사 중 ‘비정규직의 외침’과 ‘투쟁소식’을 2월호부터 비정규직이제그만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stopprecariouswork)와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게재합니다.


[출처: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 보험설계사(FP)들이 투쟁에 나섰다.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지난 1월 21일 설립됐다. 하루 최대 450명이 노조에 가입하는 등 한 달 만에 조합원 2,00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설계사들의 반응은 뜨겁다.

​수수료 삭감, 또 삭감

​한화생명은 국내 2위 보험회사다. 한화생명에는 1만 9천 명의 특수고용 보험설계사들이 일을 하는데, 그동안 회사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등 온갖 부당행위를 견디다 못해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오는 4월 1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라는 법인보험대리점(GA)을 만들어 1만 9천 명이 속한 모든 보험영업조직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작년 4월에 한화생명은 설계사 수수료를 대폭 변경하면서 수수료를 삭감했다. 코로나19로 보험영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올해 1월 또다시 수수료 삭감을 강행했다.

​제판분리=구조조정, Life MD=플랫폼노동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보험 상품의 제조는 회사, 판매는 보험대리점이 하도록 분리)’라는 명분으로 한화생명이 100% 주식을 보유한 법인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보험영업과 설계사들을 관리하던 정규직들은 자회사인 법인대리점으로 전환돼 시간이 지나면 ‘사업가형 지점장’이라는 보험설계사 신분의 특수고용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한화생명은 보험설계사 조직을 보험대리점으로 이동시키면서도 한편으로 ‘Life MD’라는 형태의 새로운 보험설계사 채용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Life MD’는 모바일 앱을 통해 누구나 보험설계사로 등록해 자신의 보험계약을 자신이 가입하고, 보험판매 수수료를 자신이 받아가도록 하는 형태다. 비대면, 디지털을 강조하며 소득 보장을 홍보하지만, 사실상은 보험영업을 ‘플랫폼 노동’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가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으게 되자, 보험사들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로 또다시 착취를 강화하기 위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뒤통수 치기의 달인, 한화생명

한화생명지회의 주요 요구는 ▲보험설계사노조 인정 및 단체협상 체결 ▲노조활동 보장 및 부당노동행위 중지 ▲삭감된 수수료 환산율 원상 복귀 ▲보험설계사 과실이 아닌 보험계약의 실효·환수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 중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영업규정 공개 및 5년 보장 ▲한화생명 이직에 따른 위로금 지급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제휴보험사에 대한 수수료 규정 공개 등이다.

회사는 지회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교섭은 회피하면서 요구조건을 하나씩 들어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노동조합의 홍보 활동을 방해하고, 한화생명지회와 교섭하는 것이 법적 문제가 있다는 등 흑색선전을 하면서, 별도의 설계사 조직인 ‘FP 협의체’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어떤 때는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다. 커피라도 드시라’고 점잖은 척한다. 하지만 자본의 본성은 똑같다. 3월 6일에는 집회 방해를 위해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인도에 화단을 설치하는 야비한 짓을 벌이기도 했다. 다행히 3-4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항의해 온몸으로 화단 설치를 막아냈다. 정말이지 ‘뒤통수 치기’의 달인, 한화생명이다.

​40만 보험설계사 단결의 시작

처음에 조합원들은 회사의 이러한 농간에 일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단톡방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투쟁으로 뭉치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회사의 온갖 꼼수들을 알게 되고, 회사의 기만적 태도에 분노하고, 회사를 옹호하는 경찰의 태도에 분노하면서 더욱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한화생명지회의 투쟁은 전국 40만 보험설계사들 투쟁의 물꼬를 트는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전체 1만 9천 명의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중 이제 10% 조금 넘는 보험설계사가 노조에 가입했다. 한화생명지회는 일차적으로 노조 홍보와 조직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보험설계사지부는 이러한 한화생명지회의 투쟁이 다른 보험회사 설계사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장 소외받고 착취받는 노동자 중 하나였던 보험설계사들이 투쟁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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