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언론 탓’하자,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심판대에 올랐다

[미디어택] ‘언론탄압’ 프레임에 숨지 말고, TBS가 진짜 답해야 할 것들


일이 어그러진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건 참 쉽다. 이른바 ‘정신승리’하기에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4·7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를 두고 ‘남 탓’하기 바쁘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건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보궐선거가 발생한 원인이 지자체장들의 성폭력에 있었다는 걸 망각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 ‘젠더이슈’가 과제로 제시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닌가. ‘검찰 탓’, ‘20대 개××론’도 다시 등장했다. 여권 인사들로부터 “민주당이 살길은 오로지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뿐” 이라든가, “남자 군대 갈 때, 여자 사회 봉사 해야”라는 무지한 발언들이 쏟아진 것이다.

불공정 ‘언론’ 때문에 졌다는 황당함

예상됐던 ‘언론 탓’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편향이) 보궐 선거에서 이런 정도였는데 대통령 선거에서 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 또는 ‘언론이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상당히 큰 침해요소가 되거나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자신의 SNS에 “불공정을 확산시키는 언론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썼다. 김어준 씨 또한 “이만큼 언론이 검증을 하지 않았던 선거는 없었다”,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 기사를 포털이 이틀 동안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언론’과 ‘포털’에 책임을 돌렸다.

먼저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서 두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내곡동 땅 의혹이 포털과 언론을 통해 더 많이 노출됐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패한 것이지 유권자 들이 패한 선거가 아니라는 점이 두 번째다.

이제 ‘언론 탓’이 얼마나 황당한가를 이야기 할 차례다. 2016년 7월 21일. 박근혜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정의당과 함께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들은 당시 그 법을 ‘공정방송 실현법’이라고 불렀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7대6 (총 13인)으로 구성하고 사장 임명 등에 있어서는 2/3 찬성으로 하는 특별다수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KBS를 예로 설명하면 이렇다. KBS 이사회는 관행적으로 여야 추천 7대4로 구성됐고, 그 11명의 다수결에 따라 사장이 선출돼 왔다. 청와대 입맛에 맞는 KBS 사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러니 법을 개정해 야권 추천 이사 중 1명이라도 찬성하는 중립적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자는 요구였다. 그러나 정치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을 탄핵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법은 개정됐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까지도 단 한 글자도 법조문은 바뀐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제 삼았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또한 그대로라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KBS만의 일이 아니다. MBC, EBS, 연합뉴스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을 정책으로 제시했으나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 오히려 ‘가짜뉴스’를 앞세워 인터넷을 옥죄겠다는 게 현재 여권의 모습이다.

‘친문 스피커’라고 불리는 방송인 김어준 씨는 어떠한가.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설문에서 부동의 2위(1위는 JTBC 손석희 사장)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시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3년 연속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공정 언론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TBS ‹뉴스공장›을 ‘심판대’에 올린 쪽은 어디?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있다. 여권 인사들이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불공정 언론’을 꼽자, 심판대에 올라간 건 다름 아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사실이다. 9일, 청와대 게시판에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TBS ‹뉴스공장›을 심판대에 올린 이들은 정작 여권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SNS 에 “뉴스공장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라고 게재 했다. 송 의원만이 아니다. 여권 지지자들도 동참했다. 다시 봐도 기이한 선거운동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여권에서는 먹히지도 않는 ‘언론탄압’ 프레임을 씌우려 노력 중이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수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편향을 문제 삼아 ‘김어준 퇴출’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그를 위해 ‘TBS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TBS는 현재 미디어재단을 설립하면서 서울시로부터 독립했다. 특정 진행자를 퇴출 하라는 요구는 애초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김어준 씨에 대한 출연료 논란 또한 본질을 흐리긴 마찬가지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이 같은 ‘언론탄압’ 대 ‘진행자 교체·폐지’ 프레임을 지켜보자니 화가 치민다. 해당 프로그램은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위험성이 노출돼 왔다. 김어준 씨는 ‘N번방 성착취 사건’, ‘미투운동’, ‘이용수 운동가 기자회견’ 등을 두고 정치공작·음모론으로 몰아가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다. 지자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보궐선거에서 “김어준을 지켜달라”고 표를 호소한 것 부터가 코미디였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었다. 청취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신뢰도’, ‘중립성’, ‘유익성’ 등의 항목에서 그만큼의 지표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TBS는 뼈저리게 성찰해야 한다. 언론탄압 프레임에 숨지 말고, 국민청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진단이 틀렸으니 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좋게 말하면 ‘조직보호’이고, 깨놓고 이야기하면 ‘기득권 유지’를 위함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기득권’ 때문에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이번 선거에서도 참패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들의 합리적인 진단이다. 정확히 말하면 ‘위선적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진단부터 틀렸으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앞으로도 그랬으나,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할 게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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