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사 10명 중 9명, 간접고용에 스트레스 심각

콜센터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발표, “직고용 필요, 휴게시간 늘수록 우울증·피로도 줄어”

지난 3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집단 감염 사건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강도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예방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고객 응대뿐 아니라 간접고용으로 인한 조직 운영 체계도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콜센터 노동자 노동 건강실태를 발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제기하며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예방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콜센터 노동자들은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 부문에서 88.5%가 스트레스 정도에 위험군에 속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 부문 질문은 감정노동 수행에 대한 회사 내 감시 정도와 고객응대에 대한 평가가 승진·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문항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감정노동 요인 중 ‘고객 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과 관련해 가장 많은 90.7%가 위험군에 속해있지만, 조직 체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에 비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대해 전지인 사무국장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의 개선은 전적으로 원청에 의해 결정된다”며 “성과경쟁으로 치닫는 고객센터의 전반적 관리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고객센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고객센터 직접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게시간 줄이면 우울증 줄일 수 있어”

고객센터 노동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은 10명 중 8명(80.3%)에 달했다. 휴게시간을 20분도 갖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10명 중 6명(62.4%)이었다. 이어 30분 미만 휴식을 취한다는 노동자가 20.1%, 1시간 미만이 17.5%를 차지했다.

휴게시간 증가가 우울증과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유의미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휴게시간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는 노동자일수록 우울증과 피로도 수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5분 미만의 휴게시간을 갖는 노동자의 우울증 항목(6점 척도) 평균은 2.93점이 나왔지만, 1시간 미만의 휴게시간을 갖는 노동자의 우울증 척도는 2.70점으로 0.28점 적었다. 피로도 항목(10점 척도) 역시 5분 미만 쉬고 있다는 노동자는 8.22점이 나왔지만, 1시간 미만 휴식시간을 갖는 노동자는 7.67점으로 0.55점 차이 났다.

실태조사를 발표한 전지인 전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10명 중 6명이 화장실 다녀오기도 힘든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갖고 있다”라며 “휴게시간이 많을수록 우울증과 피로도가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휴게시간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에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민간위탁 업체의 감시·통제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알렸다. 그는 “(노동자들은 업체의) 상시적·지속적 녹취평가 모니터링, 실시간 청취 전산시스템 관리, 직무 자율성 제로, 인권 침해 등의 관리로 우울감이 높은 상태”라며 “법과 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민원이 발생해도 보호 없이 상담사의 책임으로만 떠넘겨 무력감, 절망 등의 감정이 반복되고 있다. 직무소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직접 고용 공무직으로 전환된 정부민원안내콜센터 노동자는 ‘제대로 된’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이 됐지만, 건강장해 예방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는 등 업무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석소연 국민권익위원회공무직분회장은 “소속이 바뀌면서 복지포인트와 명절 수당, 그리고 일 년에 평균 11,000원 차이 나는 20호봉의 호봉표가 변경된 내용의 전부다. 업무환경이나 업무 내용이 개선된 것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산업안전 보건교육도 받지 않고, 상담상 문제가 발생해도 노사가 논의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도 제외됐다”라고 비판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9-11월 수행됐으며, 공공운수노조 산하 고객센터 노동자 1397명(조합원의 64.4%)이 응답했다. 노동자들은 축위생방역본부, 건강보험공단, 경기정부민원, 국민연금공단, 대전국민은행, 용인콜센터, 울산콜센터, 철도공사 등 8개 사업장에 소속돼 있다.
태그

비정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문경락

    사실 당연하게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사항도 꼭 목소리를 높혀야 받게되는(그래도 못 받는 곳이 많음) 이 엄청난 불평등........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