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 원천봉쇄 나선 경찰…결국 종로3가에서 집회 진행

여의도, 광화문 일대까지 차벽과 펜스로 둘러쌓여…민주당, 여론 압박도

민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하려하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원천봉쇄에 나섰다. 전날 김부겸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노총에 경고한 대로다.

  민주노총이 집회 장소를 여의도에서 종로3가로 변경하자, 경찰은 1시 30분쯤부터 종로3가 일대의 도로와 교통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1만 명이 참가하기로 했던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경찰은 213개 부대를 동원하고 경찰버스 500대 이상을 도심에 배치했다. 이날 동원될 경찰은 2만 여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노총은 여의도 일대에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를 종로 3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도심 통제로 종로 3가에서 미처 모이지 못한 조합원들은 실시간 유튜브 중계를 통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회의사당 앞 교통이 차벽과 펜스로 통제되고 있다. [출처: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차벽이 설치돼 있다. [출처: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3일 오후 2시 여의도 일대에서 예정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경찰은 도로를 통제하며 지역 집회 참가자들을 묶어두려 했다. 경찰은 한남대교 북단 등에서 지역 집회 참가자들로 의심되는 차량을 검문 중이다. 또 경찰은 서울 도심에서 차벽과 펜스를 설치해 집회 집결을 차단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예정 장소인 여의도 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도 빽빽하게 차벽과 펜스를 세웠다. 지하철 국회의사당역은 출구의 일부가 폐쇄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집회 장소를 종로3가로 바꾸자 지하철은 종로3가 역을 정차하지 않고 갔다.

교통과 도로 통제 뿐 아니라 여론을 통한 집회 철회 압박도 거세다.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국민 정서를 이유로 민주노총이 집회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회의 공존을 위해 집회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진욱 대변인은 “코로나19가 다시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누구도 국민께 코로나19가 대규모 유행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수는 없다”라며 거듭 집회 철회를 당부했다.

민주당 대권주자로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서 "방역 실패는 정부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실패가 된다”라며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부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친척끼리 모여 밥 한 끼도 못하는 이 시기에 대규모 집회가 어인 말이냐”라며 "아무리 노동문제가 중요하다 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방역 핑계로 민주노총에 ‘불통’ 이미지 덧씌우기?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전날엔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약속도 없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집회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만나지 못하고 10분 만에 자리를 떴으나 모인 취재진들 앞에서 ‘내일 있을 노동자대회가 우려된다. 당국과 적극 협의해서 집회 개최 여부를 재고해달라’ ‘집회 신고대로 흩어져 50인 이내로 하실 것이냐’ 등의 말들을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돌아갔다. 특히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민주노총에서 ‘문전박대’ 당했다는 소식에 민주노총 비난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국무총리의 예고 없는 방문에 민주노총은 당일 논평을 내고 “민주노총이 방문 통보에 대해 불가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기자들에게 민주노총 방문 소식을 먼저 알리고 강행한 의도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라며 “코로나19의 확산에 기여하는 불통의 이미지를 (민주노총에) 덧씌우고 싶었나?”라고 의심했다.

이어 “스포츠 관람과 실내 문화행사, 영업시간 연장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상향 등 일상의 회복에 왜 정치적 목소리를 담는 집회만 꽉 닫혀 있는가?”라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내놓는 것이 순서다. 결국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에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출처: 노동과 세계]

한편 민주노총은 7.3 노동자대회의 주요 구호로 ▲중대재해 비상조치 시행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개정 등을 앞세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지 밝힌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연일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데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대통령에게는 들리지 않는가”라며 “우리는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자 한다.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가장 처음 중대재해를 언급했듯 노동 현장에선 끊임없는 산재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령 제정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재계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과도한 처벌’이라는 둥, ‘경영악화와 경영 포기 속출이 예상된다’는 등의 여론을 만들며 포괄적 책임에서 빠져나가고자 하고 있다.

또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사용자 측은 또 다시 동결을 주장, 지난 2년 연속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저임금으로 묶어두려 하고 있다. 이밖에 노조파괴 도구로 활용된 복수노조교섭창구단일화 문제,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조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배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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