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2주기…서울대 규탄 성명 나와

서울대시설분회 등 “보여주기식 휴게실 개선, 노동자 다수는 이용 못 해”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폭염의 날씨에 냉방 시설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한 지 2년이 됐다. 지난 6월 또 한 명의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서울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다시금 드러나는 가운데 서울대 학생들과 노조는 302동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2주기를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여론의 문제 제기에 보여주기식 미봉책으로만 일관하는 대학본부의 태도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라며 “서울대학교의 근본적 변화만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는 9일 낸 공동 성명에서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서울대학교의 현실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두 차례나 반복된 죽음은 여전히 서울대 내 청소노동자들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2019년 청소노동자 사망 이후에도 노동자 휴게공간은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당시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건물 총 166곳 중 90곳(54.22%)에만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존재했으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지하나 계단 아래 공간에 있어 협소하고, 환기마저 어려웠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2020년 말 대학 당국은 서울대학교와 각 건물의 방대한 면적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띄엄띄엄 휴게실을 설치했고, 쉬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다수 노동자들은 개선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라며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된 개선 작업은 실제 노동 현장과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청취하지 않고 이뤄졌기에 실질적 처우 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출처: 민주일반노조]

지난 6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에도 서울대 측이 ‘땜질식’ 처방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서울대 측은 혼자 휴식하는 노동자의 사망을 막겠다며 1인 휴게실을 폐쇄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쉬도록 휴게공간을 합치는 방안을 내놨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노동부 조사에서도 드러난 ‘직장 갑질’을 해결하겠다며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비서공과 서울대시설분회는 혼자 죽는 상황만을 예방하겠다고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조직 문화 개선’ 또한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신 “인간다운 노동강도 보장을 위한 인력 충원과 최소한의 처우 보장을 위한 서울시 생활임금 보장, 대학본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총장 발령 고용형태로의 평등한 고용구조 전환 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라며 “13일까지 고용노동부에 학교 측이 제시해야 하는 개선방안 내에 이러한 근본적 해결책이 포함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서공과 서울대시설분회는 오세정 총장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8월 5일 총장과 유족 및 관악학생생활관 동료 노동자들 사이의 간담회가 열렸지만, 학생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의 참여까지도 배제됐다”라며 “현장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수렴해온 노동조합을 학교 공동체의 주체적 구성원이자 대화의 정당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만을 보였기에 몹시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오 총장은 2019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와는 달리 올해 사망 사건 이후엔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소통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논의를 여전히 노조를 배제한 채 진행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노조는 6월 청소노동자 사망 이후 서울대 측의 노동자 탄압 증거를 모아 공론화했고,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이 자세하게 조명될 수 있었다.

한편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서울대학교 측에 시설관리직 관련 여덟 가지 요구안을 전달하고, 오는 13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요구안엔 ▲노동조합과 소통 전담 학교 측 주체 선정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한 ‘공동조사단’ 구성 ▲산재 담당 노무사 업무 적극 협조 ▲산재 인정을 위한 서울대 측의 탄원서 제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인사 전보 ▲2차 가해자 징계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인사 발령 일원화 ▲청소 노동자 인력 충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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