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집회? 2년째 이어진 정부의 집회 탄압

집회시위 권리보고서 발간한 공권력감시대응팀 “방역과 집회, 선택 사항 아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 7월 3일,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한 도로 봉쇄에 나서고 있는 모습.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조치로 여러 기본권이 제한됐지만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특히 더 위축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모임, 행사 등이 보다 자유로워질 때도 집회는 전면적 금지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해 금지된 서울 시내 집회는 3,865건으로 2018년, 2019년 각각 1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보건, 법률, 인권활동가들은 정부, 국회,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집회를 보장하기 위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방역과 집회의 자유가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12일 ‘코로나19와 집회시위의 권리보고서’를 발간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가 축소된 사례들을 담았다. 이들은 집회금지 현황을 통해 집회금지가 방역조치에 비례해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각 지자체의 집회금지 고시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회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보다 언제나 한 단계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집회가 별도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모임·행사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지자체의 명령으로 집회에만 별도의 조치가 추가로 내려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선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집합, 모임, 행사를 실시할 수 있었고, 스포츠 행사의 제한적 입장, 학교 등교 수업까지 가능했지만, 주요 도심의 집회금지 고시는 계속 유지됐다. 각 지자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는 상관없이 전면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고, 입법부와 사법부 역시 과도한 기본권 제한에 나선 행정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2020년 2월 26일부터 서울역, 광화문 광장, 종로 일대에서의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고시는 별도의 해제조치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집회가 특히 많이 개최되는 종로구, 동작구, 영등포구는 특정 장소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 고시를 발표했다. 이들 자치구들은 행정명령을 내려 모든 형태의 집회를 금지(인원제한이 아님)하거나, 특정 장소 또는 관내 일대를 대상으로 했다.

공권력감시팀 랑희 활동가(인권운동공간 활)는 “지자체의 고시가 집회·시위를 탄압할 목적으로 내려진 경우도 많았는데 평소에 집회가 자주 열리거나, 장기 농성과 집회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겨냥 또는 청사 주변 집회를 금지했다”라며 “집합 금지 행정명령은 집회·시위 또는 개최 주최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됐다”라고 비판했다.

한 예로 서울시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광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도심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면서 대규모 인원의 집합을 막은 서울시 방역 정책과는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행위였다. 이에 방역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서울시는 시민분향소는 제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올해 2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선생의 영결식에 대해 서울시는 집합 금지 위반 행위라며 관계자들을 고발조치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기본권 과도하게 제한한 행정력에 제동 못 건 입법, 사법부

  원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농성장 근처에 부착된 플래카드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보고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축소한 행정부를 견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행정청과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통고를 받은 경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사실상 유일한 구제수단이지만 법원은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도 여러 별지 조건을 붙여 집회에 여러 제약을 걸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한희 활동가(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이른바 ‘8.15집회’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비난여론이 커졌고 이로 인해 법원의 결정들 역시 위축되기 시작했다”라며 “지난해 9월 인천지방법원은 처음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마스크 착용, 2m 거리두기 등 별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가했고, 이 결정 이후 다른 법원에서도 유사하게 별지 조건을 붙여 집회를 부분적으로 허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별지 조건들이 점차 과도한 제한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가령 집회 물품을 비대면으로 받아야 한다든가, 거리두기 3단계시 집회를 전면 중단하도록 하는 등 방역수칙과도 무관한 조건들이 붙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역시 ‘8.15집회’ 이후 코로나19와 관련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법률을 발의하기 시작했다. 발의된 법안들은 집합행위 금지 위반의 형량을 징역형 수준으로 올리거나, 벌금을 상향하는 등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희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해 국회는 법을 통한 통제만을 시도하였을 뿐 집회의 자유와 방역 간에 조화로운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결국 각 지자체에 의한 자의적인 집회의 자유 침해를 용인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한 이들이 나와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장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우리 상담노동자들은 수백차례의 집회와 시위를 진행했으나 확진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상담노동자들은 투쟁현장에 나오기 전, 코로나 자가키트검사 또는 보건소 선별검사소를 통해 선제검사를 받고 음성결과를 확인하고 있으며 투쟁현장으로 출발시 체온체크와 손소독제 사용등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그럼에도 국가는 우리의 투쟁을 방역법 위반이라 말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장희 서울지회장은 “실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지하철 유동인구에도 제한을 두지않는데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실외 집회만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라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회의 자유를 과잉 진압만 하지 말고 문재인정부는 속히 우리 상담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와 직접고용에 대한 간절함을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도록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며 가장 많은 피해를 겪어야 했다. 지난 7월 21일 김부겸 총리는 “민주노총은 이번 금요일에 원주서 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라며 지부의 집회계획 철회를 압박했다.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를 4차 대유행과 연관짓기 시작한 후였다. 경찰 봉쇄 때문에 언덕을 올라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두고 일부 언론은 노동자들을 ‘좀비’에 비유한 관련 댓글을 그대로 실어 반노동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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