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 위원장 절반이 민주당행…안타깝고 부끄러워”

민주노총 전·현직 대표자들, 일부 간부들의 보수정당행 비판 기자회견 열어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줄줄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리자, 민주노총 전·현직 대표자들이 이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방해하는 민주당 투항을 중단하라’는 입장에 민주노총 전·현직 대표자 1,511명이 연서명했다.

연서명 참여 대표자들은 1일 오후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의 민주당행을 규탄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김재하 전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등 연서명을 제안한 이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전직 한국노총 위원장,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손잡고 이른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이라는 최초의 정치연대체를 만들고 특정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라며 “보수정당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선거캠프에 몸을 담는 순간 그 당을 변호하고 그 후보를 칭송하기 마련이다. 자기변명은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으로의 입당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보수정당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단결투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보는 그만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수호, 조준호, 김영훈, 신승철 4명의 전직위원장들이 보수정치권의 대선후보 지지 활동을 위해 민주노총 지도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유감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박용진 후보 캠프, 조준호 전 위원장은 이낙연 후보 캠프에 각각 합류했으며 김영훈, 신승철 전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위한 연대에 나선 상태다.

기자회견에서 양경규 전 위원장은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11명 중 6명이 민주당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에 발 걸치지 않은 위원장이 불과 5명 남은 게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라며 “그들이 찬 견장엔 노동자의 피, 땀, 눈물이 베어 있을텐데 그 무게가 그리 가벼웠는지 묻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으로 간 인사들은) 노동자를 위해 떠난다고 하지만, 떠나간 사람들이 무엇 하나 바꾼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한 바 없다”라며 “민주당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 원은 무산됐고, 노동시간 단축은 탄력근로제를 택하며 형해화됐고, 부동산 문제 등 민생은 엉망이고, 그린뉴딜을 앞세웠지만 생태 및 환경문제는 고꾸라지는 중이다. 이렇듯 본질이 분명한데 그 당을 통해 사회를 바꾼다고 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재하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행을 택한 위원장들을 규탄하는 연서명을 돌리면서 절실히 느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노동자 진보정치로 가야함을 알고 있다. 힘들지만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민주노총의 역할을 촉구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이 서슬퍼런 이 땅에서, 언론지형 또한 어려운 나라에서 노동자 진보정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건설과정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뚫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전개했다. 이땅의 다수인 노동자 민중을 위한 정치를 향해 나아가자”라고 밝혔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분명한 전략을 갖고 대선 투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노동자 진보 민중 세력이 집권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갖고 가지 않으면, 역사의 시계를 바라보며 체념만 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인 정치를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다. 노동, 환경, 기후, 여성, 소수자, 청년 문제에 있어 가장 진보적이고 계급적인 대안을 갖고 있는 진보정당의 비전을 보아내는 통 큰 진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은 대선과 지선을 앞둔 시점에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이 후보단일화를 포함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 ▲민주노총이 향후 노동자 정치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와 추진계획을 수립할 것 ▲진보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진보정치의 연대와 단결을 위한 논의와 공동행동에 적극 나설 것 등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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