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보건의료노조 합의안 “복지부의 공허한 대책”

의료연대본부 “미뤄진 간호인력 기준발표, 실효성 있는 대책 빠져”

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간 노정 교섭 합의 내용이 여전히 부족한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 관련 대책들이 실행되지 않았던 만큼, 적어도 이번 합의문에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포함돼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간호 인력 기준의 경우엔 올해 초에 논의가 된 상황이라 오히려 미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노정 교섭 타결로 2일 오전 7시로 예정한 파업을 5시간 앞두고 철회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일 성명을 내고 “감염병전문병원 확대,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교육전담간호사제 민간확대 등 유의미한 성과들을 도출했다”라면서도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현실 파악으로 이후 과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출처: 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본부가 제시한 합의안의 문제점은 △코로나19 병동 간호 인력 기준 발표가 또다시 미뤄진 점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빠진 점 △장시간 노동·야간전담·변형근로를 도입하는 개악 시도 등이다.

1년 7개월 기다린 간호사들, 또 2개월 기다려야 하나

감염병 대응 인력 기준과 관련한 합의문 내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까지 간호사 배치기준에 대한 세부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에 간호 인력 기준에 대해 검토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합의에 따라 또 2개월 기다리게 됐다는 것이 본부의 지적이다.

본부는 “간호 인력 기준에 대해 1차 대유행 때부터 문제 제기해왔고 대구시는 이후 감염병동의 간호 인력 기준을 만들어 현재 적용 중이다. 서울시도 공공보건의료재단에 연구용역을 맡기고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복지부도 지난 3월 병원의 코로나19 병동 간호사 배치 현황을 조사했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간호인력기준 검토(안)까지 7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실무회의(3월 31일)에서 논의된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복지부가 10월까지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한다며 인력 기준 발표와 실행 시점까지 미루게 되면서 오히려 서울시 연구 결과를 포함해 기존 논의됐던 것들까지 중단시키는 결과를 유발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의료연대본부가 서울시와의 면담 자리에서 감염병동 인력 기준 발표를 촉구하자 서울시는 복지부의 안을 기다려야 한다며 먼저 발표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라며 결국 “1년 7개월을 기다린 간호사들은 2개월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본부는 보건복지부가 사안의 시급성을 인식했다면, 이번 합의에 인력 기준에 대한 내용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포함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표된 기준을 전담병원이 반드시 지킬 수 있는 강제조항 역시 동반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기준 상향’ 빠진 보건의료 인력 확충 대책

의료기관 종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얼마나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부재하다.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관련한 합의에는 “간호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으로 상향 개편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에 대해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관련해 본부는 “간호등급 미신고 의료기관의 경우에 ‘감산 폭을 조정하여 개선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셧다운 등의 강력한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도 “통합서비스 병동이 확대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배치기준 때문”이라며 “간호 인력 배치기준 상향에 대한 언급이 없는 방안은 공허하다”라고 지적했다.

인력 처우 개선한다면서 장시간·야간전담·변형근로 도입?

특히 본부는 이번 합의문에서 보건의료 확충을 위해 ‘야간전담 간호사 관리료를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에 대해 “노동자의 안전에 치명적이면서 의료서비스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야간 전담 간호사제’에 더 많은 수가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의료인력 처우개선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목적으로 합의한 교대근무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를 포함한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본부는 “합의안에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진 않으나, 교섭 과정에서 복지부가 이 시범사업에 ‘야간전담제’와 ‘12시간 교대제’를 포함하는 안을 냈다”라며 “교대근무제 개선의 핵심은 ‘인력충원을 전제로 하는 실노동시간의 축소’다. 그러나 복지부는 인력충원이 전제되지 않은 방식(야간전담, 12시간 근무제 등)의 조삼모사와 같은 방안으로 또다시 간호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안을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정부예산 방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공공의료 대책이 실행되지 않았던 만큼 합의안이 무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부는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도 “책임의료기관 지정과 지방의료원 신·증축, 지자체의 의지가 있는 경우 공공병원 설립,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예타면제)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합의문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제 기재부(재정 당국)를 포함한 논의에서 정부 예산지원방안을 전제로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본부는 “이번 합의들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의료연대본부는 이후 진행 상황에 따라 11월 파업을 준비해나갈 것이다. 더 이상의 시간 끌기를 중단하고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충원을 위한 획기적인 결단을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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