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핑계 말고, 노조혐오라고 말하라

[기고]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이 ‘금호문화재단’을 지목하는 이유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요즘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다닌다. “내 평생 한 번이나 다녀봤을까? 팔자에도 없는 전시·공연장 문턱에 벌써 몇 번째 오는 건지 모르겠어.” 김하경 조합원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지난 8월 2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판결이 나온 뒤로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에 걸쳐 진행하는 선전전 장소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삼청동 금호미술관 앞으로 옮겼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는 메인 공연이 열리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원래 금호아트홀 연세 선전전은 토요일마다 진행해 왔는데, 주말 공연이 주로 클래식 영재들의 데뷔 무대인 데 반해 목요일 저녁 공연은 명성 높은 연주자들이 초청되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찾는다는 얘길 듣고 나서다.

방역을 빌미로 한 재갈 물리기

선전전 진행 모습은 더없이 평온하다. 케이오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은 서로의 거리를 2m 이상 유지한 채 1시간가량 피켓 시위를 진행한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CCTV 카메라가 눈을 부릅뜨고 이 모습을 감시한다. 관할 경찰서 정보관은 시위자들의 간격이 지나치게 가깝다면서 체스판의 말을 옮기듯 사람들을 이리저리 옮겨댄다.

간혹 정보관과의 실랑이가 벌어질 때도 있다. 역시나 쟁점은 거리두기 간격이다. 정보관은 1인시위 참가자 간 거리두기를 수십 미터 이상으로 유지하라면서 저 멀리 구석진 곳으로 한 사람을 보내자고 짐짓 배려하듯 제안한다. 애초 1인시위 목적이 우리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알리고자 함인데, 사람들 눈길이 닿지도 않는 모퉁이로 시위자를 내몰겠다니 항의가 빗발칠 수밖에 없다.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불법의 낙인을 찍는 현실은 드러내기와 외침이 절실한 노동자들의 손발을 함부로 옥죈다. 다수가 밀집한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경찰은 케이오 노동자들이 가는 곳마다 신속히 개입하고 통제하려 든다. 코로나19 위기를 핑계로 해고된 것도 억울한데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집회시위 권리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부당해고라는 노동위원회 판정도, 뒤이은 행정법원 1심 판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회사를 그저 두고만 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코로나19 시기 경찰 행정력의 신속한 발동이 무시로 벌어졌던 곳이 바로 케이오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이었다. 회사는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고, 그를 뿌리쳤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5월 11일 민주노조 조합원 8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윽고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농성장을 차렸지만, 5월 18일과 6월 16일, 6월 23일 전부 세 차례에 걸쳐 경찰이 농성장 강제철거를 단행했다.

[출처: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

올해 들어서도 정부의 묵인 속에 경찰 폭거는 계속됐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정남, 기노진 두 해고 노동자는 각각 2021년 4월과 5월에 정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케이오지부와 연대모임(현 공동대책위)은 두 노동자가 정년 전 복직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 일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항의 면담을 4월 14일, 4월 27일 두 차례나 진행했지만 끝내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당시 정민오 서울고용노동청장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회사의 권리”라고 말하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본체만체하는 케이오 사측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결국 두 차례 항의 면담은 아무런 기약도 없이 줄행랑치듯 자리를 떠나버린 서울고용노동청장의 퇴장과 함께 경찰의 강제퇴거 집행으로 연거푸 마무리됐다.

정부는 도대체 무얼 했나?

정부 당국이 케이오 노동자들의 항의행동을 억제하는 이유는 한결같았다.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집회시위가 마치 감염병의 온상이라도 되는 양 처벌과 통제로 일관한 것이다. 집회시위를 불온하고 위험한 것으로만 여기는 정부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면은 또 있다. 지난 9월 2일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강제연행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오 노동자들은 지난 470여 일간 악전고투를 거듭해 왔다.

[출처: 명숙]

문재인 대통령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가 벌어지기 바로 2주 전 “(정부는)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 약속이 무색하게도 케이오 사측의 정리해고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비롯한 ‘최소한의 해고 회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삽시간에 이뤄졌다. 더욱 석연치 않은 점은 해고의 칼날이 유독 민주노조 조합원만을 겨누었다는 사실이다. 그 기준도 근거도 불명확한 엉터리 인사고과를 매겨 표적해고를 저지른 것이다.

민주노조는 항공산업이 끝 모를 고공행진을 구가하던 시절에도 마냥 곤두박질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여잡아 온 마지막 보루였다. 회사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이참에 민주노조를 청산하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그러니 다시 물을 수밖에. 코로나 방역과 일자리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정부는 그동안 무얼 했나? 노동존중시대를 열겠다던 정부는 우선 노조파괴시대부터 마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회사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케이오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워 왔다. 거리두기로 인해 갖은 제약이 뒤따랐지만, 단식농성, 오체투지, 차량행진, 이어말하기, 릴레이 선전전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직 투쟁을 전개했다. 8월 20일, 회사가 제기한 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소송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노위, 중노위에서 그랬듯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사법부로부터 이끌어내고자 해고 노동자들은 간절한 바람을 담아 서울행정법원 앞 릴레이 108배를 진행했다. 항공산업이 호황기를 누릴 땐 실컷 부려먹다가, 코로나19로 불황에 빠지자마자 고용과 소득이 가장 불안정한 하청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낸 부조리에 대해 그렇게 온몸으로 고발했다.

금호문화재단과 아시아나케이오가 결자해지해야

다행히 서울행정법원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전히 케이오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거듭 항소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회사가 복직을 수용하지 않은 구실은 한둘이 아니었다. “정당한 해고였다”라는 주장부터, 어용노조의 반발, 경영 위기의 지속에 이르기까지….

  참세상 자료사진

물론 이는 다 부질없는 이야기이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3심을 거쳐 동일한 취지의 판단이 나왔고, 설령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더라도 부당해고라는 실체적 진실이 향후 부정될 소지는 극히 적은 탓이다. 그런데도 케이오 사측이 이 사건 항소를 결심한다면 그 속내는 빤하다. 이제껏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대가로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했고, 행정소송 법률대리인으로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거액을 들여 선임하는 등, 회사가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 관문을 통과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꾀병 부리는 아이처럼 경영상 어려움을 말하지만, 극도의 반(反)노동 정서, 민주노조 혐오 말고는 케이오 사측의 행태를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철회투쟁이 오늘로 477일째를 맞았다. 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어제저녁에도 금호아트홀 연세 선전전을 다녀왔고, 오늘은 금호미술관 앞에서 종일 선전전을 진행했다. 금호아트홀, 금호미술관은 공익법인 금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공익법인은 말 그대로 공익을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금호문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지정된 까닭도 공적인 목적으로 단체를 설립해 정부 역할을 대신 수행해준다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금호문화재단은 지금은 배임, 횡령을 저질러 수감 중인 박삼구 전 이사장이 여전히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식회사 케이오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사들의 지분을 100% 소유한 곳도 바로 금호문화재단이다. 그래서 부당해고 책임을 한사코 부정하는 케이오 사측(선종록 대표이사)의 배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금호문화재단과 주식회사 케이오의 연결고리가 당신들은 보이지 않는가.

더 이상 눈 감지 말라. 그리고 노동자들의 항의를 억누르는 데 힘 쏟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제발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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