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경선부터 대선까지, 좌파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사회주의 좌파 경선 후보 대담③]

<참세상>은 지난 13일,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 대선 경선에 후보로 출마한 이백윤(기호 1번), 이갑용(기호 2번), 박성철(기호 3번) 후보와 대담을 진행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사회주의 대중화 방안에 대한 고민과 이후 창당할 사회주의 대중정당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참세상> 기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독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취합해 후보자들에게 질의했다. 이번 대담 기사는 총 3회에 걸쳐 발행된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대담자: 이백윤(기호 1번, 변혁당), 이갑용(기호 2번 노동당), 박성철(기호 3번 노동당)
진행: 윤지연 편집장
패널: 박다솔, 은혜진 기자


  왼쪽부터 이백윤 후보(기호1번, 변혁당), 이갑용 후보(기호2번, 노동당), 박성철 후보(기호3번, 노동당)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윤지연: 변혁당은 과거 여러 정치조직과 사회주의 단일정당 건설을 시도한 바 있고, 노동당 역시 민주노동당부터 진보신당, 노동당까지 쪼개지고 합쳐지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번 통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뭔가.

박성철: 노동당은 규모만으로 보면 굉장히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총선 때마다 당세가 3분의 1씩 축소됐다. 그래서 제가 더 이상 3분의 1씩 축소되는 정치가 아니라, 3배씩 증가하는 정치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노선의 확립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왜 중요하냐면 진보신당 시절에도 그랬고, 이후 사회당과의 합당을 통한 재창당 이후의 노동당에서도 그랬다. 이념과 노선을 정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진보정당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다 보니 체제에 맞서는 게 아니라, 체제에 순응해갔다. 이른바 선거를 자꾸 유념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당 자체가 우경화됐다. 노동당에서 정의당으로 넘어갔던 사람들이 당내에 있을 때 선거 시기마다 제출했던 선거 계획안이나 평가를 보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있다. 어떻게든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원내에 진입하고 나면 교섭단체 구성 얘기가 나오고, 외연을 확대해야 하고, 결국에는 계급 기반을 놓쳐버리고 중도 층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정책 수준도 낮아지고, 정체성 자체가 없는 정당이 돼 버린다. 그런 것들이 당을 약화시켜 온 것이고, 정의당도 결국 그런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 본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진보 정당이라는 이름까지 포기할 상황이 될 거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정당 건설 과정에서는 과거와 달리 이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미 그 과정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탁회의나 공투본, 각 당 차원에서 정책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사회주의 정당, 노동자 계급정당으로서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의 정책들이다. 소위 진보 정당이라고 얘기하는 다른 정당과는 전혀 다른 관점과 기준에서 대안을 이야기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하게 될 대중정당의 활동들도 그것에 기반을 둘 것이다.

이백윤: 말씀드렸듯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 좌파 운동이 쉽지 않다보니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급급했다. 사노준, 사노위 같은 사회주의 좌파 운동의 통합 과정도 차이가 강조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사소한 노선의 차이, 문구의 차이가 확대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운동으로부터 스스로의 습성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크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주의를 내걸면서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 파탄 난 노동자 민중에게 어떻게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제시할 것인가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도래하지도 않은 먼 미래의 사회주의 사회를 그려놓고 토씨 하나 가지고 이게 다르다, 저게 다르다 이야기하던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 본다. 현실 민중의 삶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회주의로 나갈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흐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이갑용: 민주노동당이 시작됐을 때 조직 간에 헤게모니 갈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만들어진 진보신당은 인물 중심의 사업을 했다. 대의원대회서 부결이 났는데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사람을 데리고 나가버리는 거다. 외소해질 만큼 외소해진 노동당이 지금까지 버텨왔던 건 인물 중심이나 조직 헤게모니 싸움이 아닌, 공약과 사회주의에 대한 이념적 철학 때문이었다. 그리고 밖에서 지켜왔던 변혁당과 이것을 하나로 뭉치는 과정에 있다.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한 명의 인물이 30년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대통령 선거에 세 번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자기 아니면 안 된다고 나오는 사람들이 생기는 정당들은 내용이 하나도 없다. 내용은 보수 정당과 똑같으면서, 양 쪽 다 꼴 보기 싫으니 우리 쪽으로 오라는 공략을 스스럼없이 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출마한 거다.

  왼쪽부터 윤지연 편집장, 박다솔 기자, 은혜진 기자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은혜진: 독자가 보내준 공통 질문이다. 사회주의 대선 운동은 기존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맹렬한 비판 속에서 시작됐다. 사회주의 세력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말해 달라.

이백윤: 개인에게 다면적인 면이 존재하듯, 사회도 단면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구 사회주의가 가진 다층적인 면을 봐야 한다. 나중에는 주도 세력의 거수기로 전락하긴 했지만, 노동자평의회 등 민주주의가 있었던 사회인 건 맞다. 소련 같은 경우 만 20세 이상이 됐을 때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허름하긴 해도 무상주택이 공급됐던 사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 사회주의가 가진 긍정적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최소한 개인의 삶을 공적으로 책임지려는 사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구 사회주의는 인간 중심이 아닌 체제 중심인 측면도 있었다. 사회주의 조국 수호 등의 구호 아래, 모든 사람이 거기에 복무해야 했고 개인의 욕구나 관심과, 가치관 같은 것들이 모두 사장돼버린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사후적인 평가다. 당시는 문맹률이 90% 가까이 됐고, 집단적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험도 없었던 사회다. 그런데 자본주의와 경쟁을 해야 하고, 내전도 반발하다보니 기형적인 중앙집권화 된 방식으로 국가가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자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사회주의 국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 사회주의를 평가할 때 다면적인 면들 중에서 좋은 것은 당연히 갖고 와야 한다. 하지만 개인이 사장되는 사회였다는 점에서 맹렬한 비판을 하고,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바로 위에 북한이 있고, 그 위에 소련도 있다 보니 사회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독재적이며 실패한 사회라는 비판들이 많았다. 이것이 사회주의가 대중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가로막았던 장애요소였다. 더불어 충격과 공포의 정치로 인해 논의 선상에 오르지도 못했던 것이 지난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현재 자본주의가 삶의 궁핍함 등의 너무 많은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절호의 찬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갑용: 대한민국 사회에는 사회주의를 주장했던 두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소위 북한을 중심으로 한 NL과 마르크스 중심의 PD였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수십 년 동안 NL이 대한민국의 주류였다. 학생운동의 90% 이상을 NL운동이 주도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존재하며 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편으로 PD쪽 핵심으로 사노맹이라는 조직이 있었다. 거기에 조국, 그리고 성남시장인 은수미가 있었다. 은수미는 민주노총이 싫어한 비정규직 입법을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장했던 사회주의는 변질돼 갔다. 그 외에 (사회주의는 이것을) 꾸준히 주장해 왔던 일부의 몫이 됐다. 이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거다. 최소한 80년대에 현장 노동자와 민중의 목소리가 세상에 터져 나왔을 때 사회주의는 자연스러웠다. 그에 대한 동조도 많았고, 방향을 잡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깨져 있다. 이것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박성철: 한국에서 사회주의 정당은 1918년 한인 사회당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그 다음 러시아 지역에서 한인 공산당이 만들어졌다. 국제 공산당 차원에서 보면 한반도에 두 개의 사회주의 정당이 있는 거다. 이것을 합치라고 해서 100년 전인 1921년에 고려 공산당이 창당됐다. 그런데 이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역사였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끝까지 투쟁했던 것은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민족주의자들은 다 넘어갔고, 그 자리를 사회주의자들이 메워왔다. 이들이 없었다면 조선의 독립운동은 씨가 말랐을 거다. 해방 이후 사회주의가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바탕이었다. 그리고 그때 내놓은 정책들도 인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이승만 이후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지우려고 했던 거다. 얼마 전 대전 골령골에서 수천 명의 유해가 발굴됐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빨갱이들이 세상을 물들일까봐 아무런 재판 없이 학살해버린 거다. 이런 역사 속에서 근시안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 그리고 북으로 넘어갔던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숙청당했다는 것도 알 거다. 80년대 들어 남한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사회주의 운동을 평가하자면, 우선 운동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 주체는 엘리트였다. 1980년대 대학 엘리트에게 사회주의는 소명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당사자다. 30년 전과 지금의 대학생은 조건이 전혀 다르다. 청년들 대부분도 그 스스로 노동자다. 현재의 사회주의 운동은 전혀 다른 조건 속에서 이야기되고 있고, 우리가 노동자 민중을 구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선민의식에 가득 차서 이 나라 민중을 구하겠다는 엘리트의 발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차이를 강조하는 서클들의 행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차이가 있더라도 노동자 민중을 원한다면, 싸움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서로의 동일점을 찾아 하나로 뭉쳐야 한다. 자본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소한 작은 차이는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10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사회주의 대중정당 운동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지연: 세 분 모두 지난 인터뷰에서 진보진영 대선 후보 단일화 민중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선은 사회주의를 알리는 과정이자 정당 건설의 일환인데, 지향이 다른 진보 정당들과의 경선이 이 같은 목표에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나.

이갑용: 현실을 감안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알려내는 공간도 부족한 노동당과 변혁당이 나서서 이 싸움만 곧이곧대로 진행하면 국민 1%의 지지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공간 하나가 더 열리면 우리는 어떤 형태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질 수도 있다. 그런데 공간이 넓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가장 큰 우군 중 하나인 민주노총, 그리고 우리와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정책과 내용을 알려서 그들이 우리를 알아주기만 해도 다음이 가능하다. 우리 독자로 한다면 정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공간으로 갈 수 있다. 공간을 활용하자는 데는 동의가 됐다. 다만 다른 정당과의 관계에서, 예전에 (노동당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이 당선되면 지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사실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안 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공간이 필요한 거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세 후보 중에 누가 되든 공약과 내용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확신이 있다.

박성철: 축구로 치면, 석 달 동안 3부 리그에서 승리한 후 2부 리그로, 다시 1부 리그로 가는 과정 같다. 일단 민주노총 공동대응기구에 참여하기로 했고, 최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체제의 문제와 대안을 이야기하며 다른 정당들과 우리의 사회주의 대중정당이 어떻게 다른지도 조합원들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성과를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가 실패한다는 전제를 해선 안 된다. 3부 리그에서 (시작한) 우리가 반드시 질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공투본 후보를 선출할 때도 2부 리그에서 선전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백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내지는 민중경선이라고 표현되는 제안에 한편으로는 반가웠고, 또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었다. 반가웠던 점은 이재명, 윤석열이라고 표현되는 보후 후보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강력한 목소리를 내자, 이와 함께 기존의 당 질서나 자기 조직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큰 실천으로 만들어보자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있다. 지난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듯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 자체가 마치 문제인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잘못됐다. 오른쪽에서 왼쪽까지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섞여 나오고, 이 속에서 판단의 근거가 적립되며 발전하는 거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함이 역사 발전의 저해 요소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진보진영이 소위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심상정 후보가 3.2% 정도다. 그것이 분열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발상은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의 보수 세력 혹은 부르주아 개혁 세력과 명확하게 변별점을 보여 주지 못한 행보다. 그 속에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 앉아 있는 진보 변혁 운동진영이라고 해서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동자 민중 다수의 동의를 얻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느냐 하는 점에서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운동 진영에 우리가 갖고 있는 급진적 아젠다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안철수나 김동연 같은 이들과 공조해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와 목소리를 훼손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나갈 생각이다.

윤지연: 지난 18대 대선 당시 변혁모임과 진보신당 일부가 대선 투쟁에 나섰다. 당시 지지율은 0.05%, 득표율은 1만6687표였다. 만약 독자완주 한다면 목표하는 지지율과 득표율은 얼마인가.

박성철: 우선 18대 대선 당시 선거 전략을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당시 후보 추천 과정을 보면, 후보 추천위에서 논의해 선정을 했다. 그런 것들이 대중적인 운동을 일으키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악조건은 노동자 후보가 같이 출마해 분열된 상태에서 진행됐었다. 반면 현재 20대 대선의 경우 여러 단위가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을 꾸려 선거인단을 모집해 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그 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선거 운동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독자완주 할 경우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후보가 셋이나 나왔고 선거운동 방식이 쇄신됐다고 하지만 사회주의 좌파 세력의 규모가 10년 전과 비교해서는 절반 정도로 축소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적인 환경은 과거보다 좋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현장파 위원장 후보에 표를 던진 조합원 수가 15만 명 정도 된다. 거기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좌파 단위들까지 한다면, 현재 우리가 세울 수 있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30만 표, 약 1%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백윤: 이 자리를 빌어서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 2012년에 김소연 동지에게 이 시대의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서 사회주의 좌파 운동의 대표로 나서달라고 했었다. 김소연 동지도 뼈를 깎는 각오로 열심히 해주셨다. 당시 0.05%밖에 안 나왔는데,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안하다. 그때 예비 후보 등록도 못하고, 불과 한 두 달 정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제대로 우리 정책을 펼쳐 내거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기보다 돈 모으는 데 급급했었다. 그래서 김소연 동지에게 지금도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얼마를 목표로 하느냐는 겉마음과 속마음이 조금 다르다. 겉마음은 우리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한다는 인정만 받으면 된다. 득표율은 중요하지 않다. 속마음은 허경영이 지난주에 보니 5.3%의 지지를 얻었더라. 공중 부양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분을 지지하는 것은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환멸이나 경멸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최소한 기존 정치 세력을 도저히 못 믿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여기는 괜찮겠네, 같이 해 볼만 하겠네’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자는 의미에서 5.3%를 생각하고 있다.

이갑용: (그동안의) 선거는 정치 철학도, 공약도 아니었다.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표가 휩쓸렸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3부 리그를 거쳐 2부 리그로 올라간다. 2부 리그로 올라가는 것 까지는 기정사실이다. 정의당까지 다 포함해 선거를 치러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간다면 어느 후보든 15% 이상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때지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은 1~2% 정도로 정말 왜소해질 거다. 되도록 지지 않는 싸움으로 민중경선이라는 이름으로 나갈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득표로 세상을 바꾸는 데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왼쪽부터 이백윤 후보(기호1번, 변혁당), 이갑용 후보(기호2번, 노동당), 박성철 후보(기호3번, 노동당)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윤지연: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께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백윤: 몇 달 전에 새벽 1시 반쯤 맥주를 사려고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 그 새벽에 박스를 가지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우고 계시더라. 그냥 지나쳐 가자니 외면하는 것 같고, 계속 지켜보자니 그분들이 민망하실 것 같아 한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뭇거리면서 그 참담한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에게는 너무나 깊은 상처였고 아픔이었다. 지금의 자본주는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고 손가락질 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진짜 모순을 은폐한다. 사회주의 대선 어렵다.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다가오는 비판에 대해 해명해야 될 것도 많다. 그럼에도 진짜 궁극적인 문제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 나섰다. 취업 준비 때문에 한 달에 이력서 100장을 쓴다는 취준생과 박스를 서로 붙잡고 있던 노인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마음 한 구석에 전달된다면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시작에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갑용: 저는 민주노총 위원장도, 현대중공업 대의원도 임기를 채워본 적이 없다. 감옥을 가거나 중간에 수배를 당하거나 했다. 구청장을 하게 됐을 때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국회의원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10명이 넘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저는 그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 자신을 이용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구청장 할 때 공무원노조 징계하라는 것을 거부했다가 내 목이 날아가긴 했지만, 내 평생 제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그렇게 막아줄 수 있다면 훨씬 달라질 수 있다. 그게 진보정당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속에서 꾸준히 나와야 한다. 여러분들이 힘으로, 몸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성철: 세월호 얘기를 다시 해볼까 한다. 많은 시민이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사건이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광장에서 싸우며 이게 나라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외쳤다. 공교롭게도 2014년부터 국제노총에서 글로벌 노동권 지수를 조사해 발표해 왔다. 한국은 2014년 이후 내내 최하 등급을 받고 있다. 경제 대국이라고 이야기 한다. 경제 대국에서 수학여행 가던 학생과 노동자의 자녀들이 한 날 한 시에 그 깊은 바닷속에 수장됐다. 왜 그랬느냐. 돈 좀 아끼겠다고 이윤을 더 벌겠다고 낡은 배를 그대로 이용했다. 실어서는 안 될 짐들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소중한 생명들을 잃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노동권 지수는 세계 최하 등급이다. 매일 하루에 6~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다. 국민 100명 중 5명인 장애인은 인권도,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국민 100명 중 5명의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들 역시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산다. 이게 과연 나라냐. 밖에 나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경쟁과 착취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에서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돈이 없어서 끼니를 굶고 있다. 30만 명의 아동이 끼니를 거른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하지만,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돌봄 노동자들은 피와 살을 갈아 바치고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러자면 원래 우리 모두의 것이었던 것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는 안되는 것들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실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노동자 민중 자신이어야 한다. 사회주의 어렵지 않다. 더 이상 불평등하게, 차별과 착취를 받으며 죽어가는 나라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을 같이 공유하면서 계획하자는 거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겠다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지역과 부문에서 모든 분들이 동의해주시고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우리가 건설하게 될 사회주의 대중정당 운동에도 함께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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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사회

    인간다운 삶 .건설하게 될 사회주의 대중정당 이런 피상적인 것 말구요. 기본권의 충족 요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를 위해 싸움은 어찌할 것인지...이것이 전제 되어야 모일지 말지 결정하지 않을까요

  • 마무

    또 공중부양 얘기하네 ㅡㅡ 대갈빡에 뭐가 든거야 공중부양 축집법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한거라고 유튜브에 올렷냐 그리고 요즘 누가 티비를 보고 믿냐?? 유튜브가 더 믿음가는데 쫌 찾아보고 음해 할려고해 저런멍청이들이 기사를 스고 앵커를 하고 방송도하고 교수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그냥 나도 해볼까 ?? ㅋㅋㅋ

  • 지나가는 사람

    허경영을 단지 정치혐오에 의한 지지율이라고만 판단한다면 당신들은 아직 멀었다. 제대로 공약과 내용도 찾아보지 않고 스스로가 더 낫다고만 자위하는 거겠지. 5프로가 그렇게 만만하다면 당신들이 해보라. 당신들의 공약과 허경영의 공약을 비교해보라. 아무것도 하지않고 앉아서 저사람은 황당하고 ㅁㅊ 는데 지지율 나온다고 덮어놓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보기엔 당신들은 공약도 없고 이념만 있는 껍데기다

  • 지나가는 사람

    그동안 이십년동안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한 수많은 원외 진보적 정당을 키우기 위해서 그런 군소정당을 많이 지지해온 사람의 한사람으로서, 당신들이 지금 입으로 굴리며 하는 말은 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 뿐이다. 결국 심상정 노회찬을 비롯해서 원내 들어가는 정당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소위 그런 진보정당이 한일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왜 사람들이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지 자신들의 알맹이를 보며 반성하길 바란다. 허경영의 공약을 한번 꼼꼼히 보고서 반성해봐라.

  • 이수헌

    이 멍청이들아. 봉건제 말기에 제일 굵직하고 넓었던 유학 학학학 등이 되더나. 그냥 자본주의로 가면서 학문으로 남고 실생활에서만 미력하게 남았지.꼭 남인이나 서인의 모습하고 똑같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제아무리 갈파하고 설파해도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표도 딱 그 만큼만 나올거다.

    에이, 그래도 허경영보다는 낫지. 허경영 논리는 초등학생. 아니 요즘은 유치원생부터 배우기 때문에 조금만 달라도 코미디언, 바보 소리를 듣지.
    심상정 후보는 이번에도 본선토론까지 확정됐는데 허경영 후보는 입맛만 다시고 있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