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휘청이는 택배 물량에 지난주에만 집배원 2명 사망

집배원 과로사 방치하는 우정사업본부 규탄 기자회견 열려

지난 1월 18일과 21일, 집배원 두 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했다. 노조는 과로사를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택배 물량 전가,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증가로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은 격무를 호소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둔 시기 우체국이 배송할 예상 물량은 지난해 명절보다 2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증원 같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2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과로사를 방치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최승묵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은 “심혈관계 질환은 단순히 어제오늘 얼마나 노동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가 일하면서 어떻게 골병이 들고, 어떻게 생을 마감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라며 “올해 들어 코로나와 연속된 택배 파업으로 대책 없는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다.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는데 우정사업본부는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물량이 어찌나 많은지 이륜차가 제대로 지탱하고 서 있기 힘들 정도다. 앞바퀴가 들릴 정도의 과적을 하는 비정상적 배달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적정한 인력 증원만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다.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지난 2년의 오욕을 씻어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사망한 집배원의 경우 50대 후반으로, 30년 이상 집배원으로 일해왔다. 평소에 앓고 있는 지병 없이 건강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18일 오전 집 안에서 쓰러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고, 이후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됐다. 21일 사망한 대구성서 우체국의 집배원 역시 오전 시간, 쓰러진 채 발견됐다. 4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였지만 과로가 누적돼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이중원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부위원장은 물량이 폭주하는 현장의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우편집중국에서 분류 작업을 하는 공무직 노동자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하루 3시간 정도의 연장 근무를 한다. 분류 작업의 경우 그나마 단기 인력으로 보충을 해주지만 집배 노동자들은 2~3배 넘쳐나는 고중량 노동을 피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부터 크리스마스 연휴, 설까지 포함한 7~8개월은 현장 노동자들에겐 죽음의 시간”이라며 “수확농산물이 올라오는 시기와도 겹치는데 일반적인 물건과 비교해 부피가 2~5배까지 커진다. 물량이 21% 늘었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평소의 2~3배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밀어내기식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고, 어려움은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과로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피해도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공공서비스 부문 고객만족도 1위를 올해로 23년째 차지하고 있는데 빛 좋은 개살구다”라며 “눈길과 빗길을 내달리는 집배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 책임을 통감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마땅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이날 집배원 과로사와 부실한 우정사업본부 소통기 계획 관련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배달인력 증원 ▲계약택배 접수 중지 지역 확대 ▲우정사업본부 특별소통기 계획 전면 재정비 ▲택배업계의 철저한 사회적 합의 이행 등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고광완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사무처장은 “설날 소통기 단기 인력 사전확보는 우편물 구분인력 중심의 계획이어서 배달하는 집배원에겐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구분인력이 증원되는 만큼 배달인력도 증원해 실질적인 과중물량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CJ택배 파업의 영향으로 기존 업체들이 우체국 등 다른 택배사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배달역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선 접수를 중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22개 우체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접수 중지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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