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에 분신 택한 건설노조 간부, 끝내 숨져

"그놈의 공갈, 그 공갈이라는 글자만 빠졌으면 좋겠다"…분신 직전까지 공갈 혐의에 대한 괴로움 토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비판하며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건설노조 간부가 끝내 숨졌다.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연맹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강원건설지부 간부 양 모 지대장이 2일 오후 1시 9분경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이 사망하기 전 2일 오전 11시 건설노조는 양 지대장이 입원해 있는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건설노조 탄압이 건설노동자 분신을 불렀다”고 규탄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건설노조에 13차례 압수수색이 있었다. 구속된 간부는 15명이고,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도 950여 명이다.

"남들에게 잘 부탁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아쉬운 소리 못하는 사람이었다. 건설 현장의 상황상 그리고 3지대장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자기가 그렇게 어려워하던 제안을 해야 했고 교섭도 해야 했다."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가까이 지내고 있는 형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형님, 이 글자만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 우리 집회했어. 우리 채용을 위해서 그걸 했어. 그걸 해야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니까. 그런데 그놈의 공갈, 그 공갈이라는 글자만 빠졌으면 좋겠다.' 양 지대장이 몸에 불을 댕기고 억울하다, 억울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던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최근까지도 양 지대장과 연락을 취했다. 김현웅 사무국장이 기억하는 양 지대장은 거절할 줄 모르고 아쉬운 소리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노조탄압을 당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 '공갈'로 취급받는 데 느꼈을 "모멸감"에 울분을 토했다.

  최근까지도 양 모 씨와 연락을 취했던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변정필 기자]

앞서 양 지대장은 1일 오전 9시 35분경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양 지대장은 이날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양 지대장은 1일 분신 직후 한 차례 심정지의 고비를 넘긴 후 전신 화상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최근 검찰은 양 지대장과 강원건설지부 다른 간부 2명을 상대로 고용요구, 노조전임비 수령에 따른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날 진행된 구속영잘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양 지대장은 분신을 시도하기 전 동료들에게 남긴 글에서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라며 분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들을 향해 살인행위를 하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옥기 위원장은 “현재 15명이 구속되어 있다. 오늘도 부산에서 백현수 지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며 “노사관계를 가지고 전체 공권력을 동원해 총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옥기 위원장은 정부가 한 편에서는 노동조합을 압수수색하는 방식으로 탄압하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자본이 중앙 임단협을 통해서 전문가 교섭을 해놨는데 고용을 하지 않고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을 해고시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는 양 지대장이 분신을 시도한 1일 밤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건설노동자와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에 총력 투쟁을 진행할 것을 결정하고, 오는 4일 용산에서 전국 긴급 확대 간부 상경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기자회견에는 앰벳 유손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앰벳 유손 사무총장은 현재에도 한국의 건설노동자 탄압과 관련해서 ILO에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및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했다며 제소를 진행하였는데, 이번 양 지대장 사례도 추가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노동자 죽이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

양 지대장 사망 직후인. 오후 2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를 죽이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자회견은 양 지대장 사망 전 예정됐던 기자회견으로, 민주노총은 바뀐 상황에 대해 다시 논의해 따로 대응 계획을 따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동지를 잃은 상황으로 감정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 상황이고,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조합원 동지가 지키고자 했던 건설노조, 건설노동자의 삶에 대해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이 예정됐던 장옥기 위원장은 양 모 지대장 사망 직후 열린 건설노조 중집회의 참석으로 자리하지 않았다. 1일에도 양 모 지대장 분신 건으로 중집을 열어 10시간 넘게 투쟁 계획 등을 논의한 건설노조는 사망 직후 투쟁 수위 등을 올리며 투쟁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장옥기 위원장 대신 참석한 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건설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강압수사 책임자를 처벌할 것, 윤석열 퇴진에 건설노조가 가장 앞장서겠다는 것등이 주요 내용”이라며 “고인은 지역에서 노동조합 간부 4년을 하면서 오는 19일 지회 창립도 앞두고 있었다. 수많은 조합원을 위해 함께 투쟁하고, 교섭하고, 건설노조가 희망이라며 활동해 왔는데 이런 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건설노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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