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주5일 근무로 나가야

조건없는 주5일 근무로 나가야

유럽에서는 법정노동시간을 주35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이미 도입되었거나 또는 진지하게 모색되고 있는 이 때, 우리나라에서는 주40시간(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조차 시기상조론 내지 여건미성숙론이 그 발목을 잡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주40시간 근무제를 규정한 제47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Reduction of Hours to Forty a Week; Forty-Hour Week Convention)을 채택한 것은 1935년 (6월 22일)의 일이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시기상조론 내지 여건미성숙론이 버젓이 주장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 사회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인간답고 문화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그러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가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형편없고 오히려 악화된다면 그러한 사회가 진정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과 높은 산업재해 발생률 및 40대 직장인의 과로사가 많기로 악명높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를 조건없이 즉시 도입하여 1주일에 2일의 휴일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평일에 장시간 노동을 하고 1주일에 하루 쉬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문화적인 생활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피로회복조차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가족들의 눈총을 무시한 채 집에서 잠을 자는 것이 우리나라 직장인 가장(家長)의 보편적인 일요일의 모습이 아닌가?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1주일 중에 하루를 피로회복을 위해 쉬고, 다른 하루를 가족과 사회를 위한 문화적 생활에 할당할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는 풍부하고 여유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주5일 근무제의 즉각적 도입에 대한 반대논거로 현재의 경제위기상황을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소비수준을 증대시켜 경제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 우리의 경우 그동안 그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였음에도 경제 위기 상황이 초래되었는 바, 이는 경제 위기 상황과 노동시간의 단축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오히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업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노동시간단축이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경영계는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비용증가를 우려한다. 노동시간단축은 ILO 협약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실질적인 임금수준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약간의 임금상승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약간의 비용증가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막거나 연기시키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비용증가의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해 또는 그 다음 해의 임금인상과정에서 인상률을 조정함으로써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경영계는, 외국 특히 일본의 예를 들면서 주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 주48시간제에서 주40시간제로 단축하는데 1987년 부터 1997년 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48시간제에서 주44시간제로 단축한 것인 1989년이므로 주48시간제를 채택하였던 시점으로부터 이미 10년 이상 경과하였다. 한편 중소기업에 대패 상당한 유예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 장시간 노동이 주로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노동시간단축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전면적으로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휴일·휴가 일수를 ILO와 선진국 수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휴일·휴가 일수는 ILO 및 선진국 수준과 비교함에 있어 일방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사실을 왜곡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전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며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글은 정부가 올해 안으로 '주5일 근무제'를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협신문'에 김선수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와 김영배(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씨의 팽팽한 찬/반 토론이 게재(2001. 8. 27)된 것중 김선수변호사의 찬성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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