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 ― 교육의 시장화로 공교육 붕괴

◀ ‘자립형 사립고 시행 거부 사립학교 교사 대표자 선언’이 지난 3일 광주 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9월 5일 대구지역 선언 모습)












우열반 제도화, 자립형 사립고 도입, 교육계 구조조정이 핵심적 내용


7차교육과정의 핵심은 다름아닌 수준별 교육과정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을 ‘개인차를 고려한 교육과정’이라고 강변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우열반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준별 교육과정, 우열반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다섯 과목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우열반에서 공부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을 하는 다섯 과목의 수업시간은 중학교에서 주당 수업시간(43시간)의 56%(19시간)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 수업의 56%를 차지하는 다섯 과목 모두 열등반에 속한 학생이 20%, 한과목이라도 열등반에 속하는 학생이 80%인 것이다.

고2,3학년에 가서는 학생이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선택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선택과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이제 ‘소수의 엘리트 교육과정’인 일류대반으로 집중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패배와 낙오를 각인하거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체화시키게 된다. 열등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등반에 들기 위해 사교육비는 더욱 늘어난다. 결국 우열반의 실시는 국가가 80%를 포기하고 20%만을 키우겠다는 것이며 국민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 일류고 고교 서열화

7차교육과정의 또 하나의 핵심은 ‘자립형 사립고’이다. 우열반과 일류대 반만으로 부족해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10월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입학생을 선발할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7차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학교가 개설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것은 현재의 조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하는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교 선택권이라는 외피로 특혜성 귀족학교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일류고의 부활과 고교 서열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가 특성화 고교라고 주장하지만 특성화 고교인 과학고, 외국어고 등이 일류대 진학을 위한 입시전문학교가 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자립형 사립고의 등록금은 년간 360만원정도로 발표되었으나 실제로는 1,000만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돈많은 사람의 자녀를 모아 고급스런 학교시설 속에서 전문직 석?박사를 불러 강의하고 일류대에 보내겠다는 것이 자립형 사립고의 실체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전국적으로 학교자체를 서열화시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시키게 된다.

7차교육과정 교사수급 유연화 필수
7차교육과정은 교사 수급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교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자 정리해고를 의미한다. 교직종합발전방안에 따르면 각 과목 담당 교사가 초1에서 고1까지 가르칠 것을 요구하고, 고2,3은 석?박사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기초로 한다. 따라서 초중고의 구분을 없애고 1학년에서 10학년(고1)까지를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라 하고 고2,3(11학년, 12학년)은 선택중심교육과정이라 부른다.

유치원에서 초2학년까지 담당하는 교사를 별도로 양성하고, 기존의 교대는 통폐합하여 초3에서 초6까지 담당하는 전담교사로 양성하며, 기존의 중등교사는 초5에서 고1까지 자기 과목을 두루 가르치는 교사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교대 사대는 완전히 통폐합되어 이같은 3가지 자격증을 수여하는 기관으로 되고 만다.

7차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교육부는 다양한 부전공 연수를 시키거나 정규교사 대신에 계약제, 순회제 교사의 광범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과목이 통폐합되어 현재의 교사는 교직을 떠나든지 부전공 연수를 통해 과목을 바꿔야 한다.

교사들은 교통질서, 저축 등 잡무와 우열반 보충수업에 이르기까지 7차교육과정의 엄청난 노동을 떠맡아야 한다. 여기에 성과상여금제와 연봉제마저 도입하려 하고 있다. 교육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인 것이다.


2004년부터 초중고 전면 실시

‘교육과정’이란 교육의 대내외적인 논리를 종합하여 국가가 정하는 총괄적인 지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1차에서 6차까지 교육과정이 변천되어 왔다.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은 2004년 초중고 모두 전면적으로 실시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동안 교육과정이 변화해도 문제를 제기할 집단적인 힘도 형성되어 있지 못했고 ,겉으로 포장된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도 크게 없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국사와 윤리가 강화되거나 한문이 국어의 일부와 독립과목을 반복하고, 최근 교련이 없어지고 환경 교과가 생기는 정도였다. 이마저도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교육과정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운동도 국가의 교육과정과 대립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교육과정 그 자체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97년 12월 고시된 7차 교육과정은 이제까지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교육과정 재편에 국가가 스스로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영삼 정권의 95년 5.31 교육개혁조치를 시작으로 김대중 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은 세계화·정보화를 내건 신자유주의에 발맞추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교육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즉 국가 교육의 최우선 목표를 사회 각 분야 엘리트를 키워내는 데 두는 것이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또한 수준별, 선택, 다양성이라는 현란한 외피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공교육을 붕괴시키며 공교육을 민영화 시장화하는 것이다. 20%를 위해 80%를 희생하는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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