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6일 전국 25개 고용안정센터의 2개월분 취업알선 실적을 표본
조사한 결과 총 1만5514명의 취업실적 가운데 6995명(45.1%)이 중복 또는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
면 이들 25개 고용안정센터 이외에 11개 고용안정센터가 취업자를 허위로 작
성했으며 이들 고용안정센터는 △근로자 파견업체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아 구
직 등록자로 위조 △아르바이트생을 취업자로 변조 △이미 취업된 근로자를
자신들이 취업시킨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공
공기관끼리 자료를 주고받는 사례까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지난 8월 낸 보도자료를 보면 서인천, 춘천, 서울 강남 등 3개 고
용안정센터가 지난 7월 발표한 취업자 가운데 100명을 조사해본 결과 83명이
거짓이었으며, 이들 100명 중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취업한 경우는 17명뿐이
었고, 조작된 83명은 실업자가 41명, 계속 직장에 다니고 있던 사람이 10명,
다른 경로로 취업한 사람이 21명, 군 입대자가 9명, 자영업자 1명으로 조사
됐다는 것이다.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도 답답할 것이다. 일자리는 없는데 무조건 실적
을 올리라는 상부(노동부)의 다그침은 상담원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
상담원들도 '계약직'인 불안정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 또한 '실업자'가 되
지 않기 위해 '조작'을 서슴치 않게 되고, 이렇게 조작된 실적은 상부 공무원
들의 '성과급'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역별로 최고 79%까지 부풀려진 취업자수와 위의 조사와 같이 취업자로 등
록된 100명중 41명은 실업자라는 사실은 현재 취업통계와 이를 참고로 하는
실업대책의 현주소를 실감하게 한다. '범죄'라고 표현되는 이번 취업실적 조
작은 현 정부의 실업문제에 대한 안이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실업자에게는
테러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 167개소의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취업된 것으로 발표된 숫자는 지난 7
월만 2만6194명이다. 이러한 취업알선기관의 취업통계는 실질적인 취업률을
반영하는 지표로, 실업정책뿐 아니라 노동시장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가 된
다. 기초자료가 '조작'되고 있으니 실업정책이 제대로 수립될 리 없으며, 그
것이 효과를 가져올리 만무하다.
11일 노동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올해 재취업훈련을 받은 실업자들
의 취업률이 10%도 채 안되며, 저소득 실업자·실직여성가장·장기실업자
대부사업도 보증인 및 정책자금보다 높은 금리, 짧은 기간으로 인해 수혜자
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다. 또 취업박람회 참가자의 취업률
도 겨우 10%를 넘었고 서울의 경우는 6%에 그치고 있다.
이렇듯 정부의 실업대책은 탁상공론을 넘어서지 못하며, 대부분의 실업노동
자와는 무관한 곳에 많은 예산이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조작된 높은 취업자수는 정책반영뿐 아니라 미취업자나 실업노동자에게도 커
다란 영향을 미친다. 조작된 취업통계를 접하며 수많은 미취업자, 실업노동
자들은 남들은 다들 취업하는데 자신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
다. 결국 개인의 잘못으로 실업자가 되거나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
도 '내가 무능력해서' 실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실업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눈이 만들어지는 것이
다.
어떤 실업노동자도 혹은 실업의 위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불안정노동자도
정부의 실업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통계의 신뢰여부를 떠나 실업률은, 화
려한 취업의 실적들은 실업정책에서부터 사회적 분위기까지 점점 실업노동자
를 사회로부터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통계청은 “매월 고용동향 등 경제활동 인구조사는 표본 집단을 직접
방문해 이루어지므로 고용안정센터 취업실적과 무관하다”며“실업 및 취업
률 통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통계
의 문제점은 통계청의 대답을 무색하게 한다. 특히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경
기와 가장 밀접한 실업, 임금, 물가 등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통계를 고의
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고용안정센터의 취업통계 조작뿐 아니라 통계청은 배추값 상승률을 실
제(97%)의 3분의1 수준인 31%로 낮춰 발표했으며, 실질임금 상승률을 실제
(5.6%)보다1.2%포인트나 높은 6.8%로 발표했다. 정책실패를 덮어두기 위
해 산업자원부는 "월 사용량이 300㎾를 넘어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구는 8.5%
에 불과하며, 91%의 서민 가구는 누진제에서 제외된다”고 발표했으나 산자
부 자료는 무더위로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 통계가 아니라, 연평균 전력
사용량을 기준했으며,지난 7월 외국인 투자유치 감소율도 축소발표한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감사원으로부터 의보수가 인상률을
실제(38.2%) 보다 7.5%포인트나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실업자가 된 사람들을 사회안전망으로 포괄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퍼주는 복지'로 낭비성 예산이라고 지적
한다. 정작 제대로 된 실업정책이 부재함으로 인해 막대한 실업예산이 엉뚱
한 곳에 소진되고 있다. 이러한 실업정책의 부재로 인해 실업과 빈곤으로 고
통받는 많은 실업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의 넓은 사각지대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통계는 국가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이 되는 자료다. 따라서 잘못된 통계는 그
릇된 정책수립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소외된 계층의
피해는 통계로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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